드라마 보다 재밌을 총선 이후 정치권 향배
미래경영연구소 소장 황 장 수
1. 어제 총선 결과에 대한 어느 정도의 예측을 제시한 바 있다. 그런 예측을 한 이유는 현재 여론조사가 반영하고 있는 총선 지지도가 민심의 향배를 제대로 읽지 못하여 심각한 착시 현상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새누리당 측이 총선결과에 대해 승리를 자신하는 착각이 더욱 심하다. 이런 판단 착오가 결국 개혁공천 및 MB와의 차별화 실패, 경제민주화 및 쇄신의 미흡, 이념문제 제기 등 선거전략 전반의 실수를 낳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민주통합당 측은 새누리에 진다는 내부 판세 분석자료 등을 외부에 유출하고 있으나 이는 결국 지지자 결집과 투표율을 높이기 위한 엄살로 보인다. 야권 핵심 전략가들은 차이가 크지가 않더라도 결국 야권이 이길 것으로 보며 야권연대 전체 의석은 과반수를 조금 넘길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집 전화 중심의 조사 한계와 정권에 비판적인 20~30대 층의 여론 조사에서의 원천적 배제, 『침묵의 나선이론』 효과 등으로 인해 선거에서 여론조사가 갖는 예측력은 근본적인 한계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여론조사 한계를 예측, 감안하지 못한 정당의 선거전략은 총선 이후 정치 지형의 급격한 변동 원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2. 야권이 원내 의석 과반수를 넘길 경우 각종 입법과 정권심판 청문회, 국정조사, 특검 등 개헌만 빼고 거의 모든 국회 활동이 가능해 진다. 총선 직후 야권이 어떤 입장을 취할지는 불문가지이다.
이를 우려한 MB가, 4년 내내 박 비대위원장에 대한 비토를 접고 공천문제로 친이 집단 탈당 우려가 최고조로 고조된 시점에서, 친이를 주저 앉히며 TV에 나와 이례적으로 박 비대위원장을 찬양했다.
그러면서 친이의 완벽한 학살을 막았고 공천위 조종을 통해 향후 걸림돌이 될 박 측의 전사들을 배제시키는 데도 일정하게 성공했다. 나아가 자신의 트레이드 마크인 원전 전문가를 비례대표 1번에 놓았고 새누리 측이 친 원전을 공약으로 내걸게 했다. 자기의 최대 잔치인 핵안보정상회의 개최시점과 맞물려 MB는 벼랑 끝 전술의 채찍과 당근 전략으로 새누리 공천에서 최대의 수혜자가 되었다.
이는 2007년 이후 5년 동안 박 측과의 대립으로 앓던 이를 빼버린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총선에서 이기면 화해국면 기조를 유지해 당분간 같이 가면 되고 질 경우에는 원격으로 친이를 리모트 컨트롤하여 박 측에 총선 실패 책임을 물으며 공격하면 된다.
MB의 가장 큰 기질적 특성과 캐릭터는 실리주의자이다. 그는 정치인과 정당을 비효율적이라 생각해 불신하며 퇴임 이후의 안전과 자신의 역할에만 몰두하고 있다. 2007년 11월 『김경준 귀국 이후 BBK 수사』와 이후 『BBK 비디오 테이프가 발견된 상항』에서 짧은 시간 동안 그가 보인 『순발력과 수습 능력』은 한국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오랜 건설 기업 생활에서 체화된 장기는 정치판 누구도 따라가지 못할 탁월한 수준이다. 그는 이번 새누리 공천 와중에 제2의 탁월한 수습능력을 보였다.
오직 자신의 능력만을 믿는 MB는 기존의 여야구도 속에서만 정권 재창출을 도모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는 친노를 제외한 야권 전반과 중도세력과도 제휴할 수 있는 카드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만약 총선에서 여당이 패배하여 원내 과반수를 넘겨줄 경우 새누리당 내 친이 세력은 곧바로 총궐기할 것이다. 이때 겉으로 말리는 척하며 쾌재를 불 수 있는 사람이 누구겠는가? 이 경우 친이는 결국 다른 보따리를 쌀 준비에 착수할 것이다.
3. 이럴 때를 대비해 안철수 원장이 최근 다시 몸을 풀고 있다. 그는 경제는 진보, 안보는 보수라는 전략하에 진보 보수 양측에서 수혈을 받을 준비를 하고 있다.
나는 안원장이 『광』을 팔기 위해 몇 년씩 저러고 있지는 않는다고 보고 있다. 겨우 『광』을 파는 게 목적이라면 대선 전 한 달이면 족하다. 2년간 저러는 데는 뭔가 믿는 구석(?)과 계산이 선 것이다.
그는 어제 『특정한 진영논리에 기대지 않은 것이 확실하다며 진영논리에 휩싸여 공동체의 가치를 저버리는 판단은 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나는 이 말에 담긴 의미심장함을 주목한다. (말 자체는 여태까지 내가 해온 말과 거의 흡사하다)
그는 기부재단을 만들면서 동교동 측 인물들과 연결이 되었다. 그리고 그는 작년 정치참여 논란으로 그 주변에 있던 인물들과의 외형적 갈등 모습과는 달리 조용히 그의 주변을 정리하고 외연을 확장하고 있다. 그와 MB와의 관계 또한 지금도 두 사람의 특성상 필요하다면 서로 얼마든지 연결될 수 있을 것이다.
총선 이후 정치권 상황은 특히 검찰을 주목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친노 세력은 민주통합당 출범 시 지도부를 장악하며 노통 복수와 검찰 개혁을 부르짖었다. 전략적 측면으로 보면 당 장악과 전대 승리에 고무되어 실수를 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 MB와의 관계 때문이 아니라 검찰 스스로 연말 대선에서 친노의 승리 여부에 조직의 존망이 걸려있다고 느끼게 만들어 버렸다.
털어서 한줌 먼지도 안 나는 정치인이나 세력은 검찰을 두려워할 필요가 전혀 없다. 만약 그렇지 않고 크고 작은 허물이 있다면 총선 이후 엄청난 사정 폭풍이 몰려 올 것이다.(이미 그물에 많이 걸려들어 있는 것 같다)
여기에 더해 이번 총선 과정에서 수십 명의 선거법 위반 당선자가 양산 될 가능성이 크다. 애매한 국민 경선 과정과 공천과정, 과열된 선거운동 과정이 조직권위 지키기에 나선 검경의 먹잇감을 속출시킨 것이다. 따라서 야권이 신승을 만끽하기도 전에 메가톤 급 사정과 스캔들이 몰려 올 수도 있다.
4. 이는 안철수 및 친이의 행보와 더불어 현재의 여야 구도 등 기존 지형을 뒤바꾸며 제3 정치세력의 등장을 촉진하는 계기로 작용할 것이다. 이미 야권 일부에도 이런 변화를 대비하여 준비 중인 측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정치에서 여야 중 누가 승리하는가가 아니라 『내가 붙은 쪽이 승리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다.
나는 MB가 생각하는 『정권 재창출』이 기존의 여야구도에 국한되어 있다고 보지는 않는다. 이런 구상이 현실성을 가지는 이유는, 기존 여야 어느 측에도 향후 발생할 수 있는 이런 변화를 깰만한 명분과 강당, 지략, 충성도를 가진 결정적 세력이 없다는데 있다.
이번 총선과정에서 보인 여야 지휘부의 실수와 혼란은 3김 이후 시대의 정치세력의 한계를 명백히 보여주고 있다. 허약한 여야 정치세력, 중도를 표방하며 여야에 걸쳐있는 히든카드, 반드시 살아 남으려는 사람과 조직, 결정적이지 못한 총선 결과 등이 총선 이후의 정치혼란을 더 부추길 것 같다.
연말까지 드라마 보다 정치가 훨씬 더 재미있을 것 같다. 속상하는 사람도 많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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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와 이명박이 진영논리 가장 먼저 깨겠구만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