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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 27년전, 평화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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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여 날짜 : 2020-12-08 (화) 16:41 조회 : 7748

지여 기자 (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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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신기사

1993년 4월 (카톨릭) 평화신문 기사

타이틀 - 기자단(記者團)은 "악어새" - 보도담합. 촌지 뒷거래 ...

보도자료 공유. 자금 공동관리

4대명절땐 간사가 <떡값>조달

탈퇴하면 "敵對" 취재활동 곤란

큰 非理사건마다 관련설 오명

'기자들의 9천만원은 <촌지>이고,

말단공무원 5만원은 <뇌물>보도

새정부의 개혁정책이 계속되면서 사회 곳곳에 숨어 있던 비리와 부정이 하나 둘씩 파헤쳐지고 있다. 언론도 더 이상 비리의 성역(聖域)이 아니다. 이에 평화신문은 언론의 사회적 책무라는 관점에서 그동안 한국언론의 고질적 병폐로 잔존하며, 굵직한 사회적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연루되어 문제시 되고 있는 '기자단'의 실태와 문제점, 개선방향 등을 시리즈로 싣는다

(1993년) 4월 12일 공보처는 '사이비언론 근절대책'을 발표하고, 곧바로 '사이비 언론대책위원회'를 구성했다.

오인환 공보처 장관은 이날 발표에서 "앞으로 사이비 기자와 언론은 한국병의 치유차원에서 범정부적으로 단호히 척결해 나가겠다"며 강력한 의지를 천명했다. 그런데 이날 발표장에 참석한 중앙 언론사의 많은 기자들은 "공보처에서 말하는 사이비기자의 범위가 예전 같지 않다"는 반응들을 보였다.

공보처의 발표가 있은 다음날인 13일 민주 언론운동 협의회(의장 정동익)는 "정부는 언론계의 잔정한 정화 분위기 조성에 힘쓰라"는 요지의 '언론계 정화 요구'에 대한 성명을 내놓았다.

민언협은 이 성명에서 "표피적인 합법의 너울을 쓴 채 불공정.편파보도를 일삼는 유수의 언론사가 다른 어느 군소매체보다 더 본질적인 '사이비 언론'임을 인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언협의 한 관계자는 "지금도 국민들의 기억 속에 남아있는 '한보 수서택지 분양사건'과 '보사부 촌지사건'은 이같은 성명을 뒷받침할 수 있는 대표적 사례"라며 "당시에도 각 언론사들은 뼈를 깍는 아픔으로 자정(自淨)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지금까지 변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말했다.

1991년 11월 보사부 출입기자단이 관련업체와 기관으로부터 9천만원에 가까운 돈을 거둬 유용한 '보사부 촌지 사건'이 터졌을 때 각 언론사들은 앞다투어 1면 사고(社告)를 통해 "언론사 정화 방안의 일환으로 기자단을 탈퇴하겠다"고 선언했다. 당시 며칠간 언론계 안팎에서는 자정의 목소리가 높았고 기자단 해체 논의 또한 무성했다.

1년 6개월이 지난 현재의 기자단 실태와 관행은 어떠한가. 과연 권력.자본과 기자단, 다시말해 '악어'와 '악어새'로 비유되는 이들의 관계는 정말 청산되었는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대부분의 기자단은 구태의연한 모습으로 계속 유지되고 있으며, 외형적으로 형태가 바뀐 기자단 역시 기본적인 운영 방식과 구습(舊習)을 그대로 따르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3월 하순 정부 E 부처의 기자실, 외출을 마치고 기자실로 돌아온 J일보 K기자는 기자단의 간사가 건네주는 30만원이 든 돈봉투를 받아 쥐었다. 이미 타사 기자들에게는 배분이 끝난 상태였고, K기자 역시 지난 2월처럼 아무 스스럼 없이 '수금'하듯 봉투를 받아 넣었다.

중앙언론사 기자 15명으로 구성된 E부처의 출입 기자들은 매달 평균 30만원 가량을 간사로부터 건네받는다. 소위 기자들의 '4대명절'이라 일컬어지는 추석, 연말, 여름휴가, 신문방송의 날에는 개인당 평균 50만원 가량이 돌아간다.

이 돈은 해당부처의 장관부터 시작해 국장, 관련업체나 기관장들까지 기자들에게 잘 보여야 할 필요가 있는 사람들이 내놓은 것으로, 간사는 이 돈을 일괄적으로 운영비로 적립한 다음 적당한 시기를 봐서 분배한다.

K기자는 "기자단이 본래의 목적을 상실한 채 촌지수수의 온상이 되고, 천편일률적인 기사의 양산소가 된 것은 이미 켸켸묵은 사실"이라며 "취재원의 비협조와 동료 기자들의 따돌림을 감수하고 촌지를 거부할 기자가 과연 얼마나 되겠느냐"고 반문했다.

S일보의 P기자는 '물좋은' 출입처로 불리는 여러 경제 부처 중 최근까지 경제기획원을 출입한 중견기자, S 그룹의 제품가격이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시정명령을 받은 사실을 기사화할 때의 이야기이다.

기자실에 앉아 기사작성을 하던 P기자는 S그룹에 근무하는 대학 동창으로부터 급히 만나자는 전화를 받았다. 돈 봉투를 건네주며 그 기사를 빼달라는 부탁이었다. 기자실의 전화기는 한나절 동안 타사 기자들을 찾는 전화로 불이 났고, 일부 S 그룹 직원들은 직접 기자들을 찾아오기도 했다.

대외적 이미지를 중시하는 S그룹은 기사 보도를 막기 위해 해당 기자들과 연분이 있는 직원들을 급히 차출, 파견했으며, 홍보실 간부들은 각 언론사의 데스크, 편집국장에게 로비 중이라는 것이 동창생의 설명이었다.

물론 대부분의 언론사는 그 기사를 싣지 않았으며 극소수의 언론사만이 1단으로 작게 처리하여 돈과 기사를 '바꿔먹는' 검은 거래를 성공시켰다.

한편 기자단이 출입처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아 떠나는 산업시찰 명목의 해외 여행은 급격히 줄어 들었으나 아직도 그 잔재는 사라지지 않고 있다. 또 일부 기자단은 여전히 촌지 외에 출입처가 베푸는 여러 특혜를 누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 대표적 사례가 C 부처 출입기자단의 호주 여행, 현재 언론계에는 지난 1월 C 부처 기자단이 관련 기관의 지원으로 호주를 다녀왔다는 소문이 나돌고 있다. 특히 대통령 선거 후 현대그룹 비자금을 수사하던 검찰은 비자금의 일부가 C 부처 기자단으로 흘러 들어간 사실을 확인했으나 검찰과 언론간의 '모종의 합의'로 덮어 두었다는 소문이다.

위의 사례처럼 '보사부 촌지 사건' 이후에도 기자단을 둘러싼 부패와 비리는 끊이지 않고 있다. 사회적으로 사이비 기자가 문제시 될 때마다 중앙 언론사들은 특집면을 할애, 공해 배출업소를 적발해 금품을 뜯어내는 '고전적인' 사이비 기자의 폐해와 심각성을 열렬히 개탄해 왔다.

한 언론인은 "추석 떡값으로 거둔 9천여만원은 '촌지'이고, 지방의 말단 공무원이 받은 5만원은 '뇌물'이라고 생각하는 기자들의 도덕성 마비가 더 큰 문제"라며 "칼보다 강하다는 언론이 '촌지' 앞에서 벌벌 떨고 있는 것이 한국언론의 현실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더욱 심각한 문제는 '보사부 촌지사건'이후 교묘하게 위장된 기자단의 문제이다. 촌지의 형태는 드러날 탈이 없는 '개별 촌지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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