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진 기자 | newsface21@gmail.com 11.12.04 09:47 | 최종 수정시간 11.12.04 10:35
이명박 정권 들어 촛불집회에서 각 정당이나 시민단체의 깃발이 아니라 톡톡 튀는 연대 모임 깃발이 속속 등장하는 가운데 ‘노처녀연대’ 깃발이 화제를 모으고 있다.
지난달 30일 5만여 이상의 대규모 인파가 몰린 ‘나는 꼼수다’ 서울 여의도 공연에서 첫 등장한 이후 3일 서울 광화문 집회에도 등장해 큰 인기를 끌었다.
ⓒ 트위터 코리아
흰 바탕에 붉은색 글씨로 “나라 걱정에 시집 못 가는 노처녀연대”라고 적힌 깃발로 실제 70~80년생의 결혼 안한 여성들이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깃발을 제작했다는 네티즌 ‘조리퐁’은 자신의 블로그(☞ 글 보러가기)에 “깃발에 적을 이름은 ‘나라 걱정에 시집 못 가는 노처녀 연대’라고 일찌감치 정했다”며 “실제 존재하는 단체는 아니고 내가 있는 노총각노처녀모임에서 촛불집회 나오는 친구들을 규정하는 이름이다”고 밝혔다.
‘조리퐁’은 “언젠가 깃발을 꼭 만들어보고 싶었는데 FTA 저지 촛불집회를 카페 친구들과 다니기 시작하면서 이제 혼자가 아니니 깃발을 만들어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노처녀연대’ 깃발을 만들었던 과정을 소개했다.
가장 어려웠던 건 깃대 구입으로 ‘조리퐁’은 시민단체 여러 곳을 문의한 결과 한국대학생연합(한대련) 트위터가 소개해준 ‘장투지원단 뚝딱이’ 사이트에서 깃대를 구입하게 됐다고 밝혔다.
‘조리퐁’은 “빠르게 만들 수 있는 밀러천으로 제작했으나 내가 알고 있는 일반 깃발천보다는 천이 좀 두꺼운 편이다”며 “깃발 사이즈는 가장 작은 1.35×0.9로 했으나 이 깃대에는 좀 작은 감이 있다, 다음에는 엄청 크게 만들어야지”라고 설명했다.
ⓒ 네티즌 ‘조리퐁’ 블로그
그는 “아무튼 그리하여 깃발 구상을 시작한 지 일주일 만에 깃발 완성, 어제(30일) 나꼼수 여의도 공연에 가서 열심히 깃발을 휘날렸다는 훈훈한 이야기”라며 여의도 공원에서 펄럭였던 깃발 사진을 올렸다.
‘조리퐁’은 “이정희 대표의 말처럼 FTA를 저지하는 방법은 단 하나, 국민적 압력을 폭발시키는 수밖에 없는 것 같다, 모두가 아는대로 발효가 된 후로는 돌이키기 어렵다”며 “FTA에 반대하는 사람이라면 12월 3일과 10일 집회에서 꼭 만나요, 이제 시작입니다”라고 참여를 촉구했다.
3일 서울 광화문과 청계광장에도 ‘노처녀연대’ 깃발이 등장하자 트위터에서는 현장 사진이 급확산되며 응원이 쏟아졌다.
시민들은 “요즘 나라걱정하다 시집 못간 노처녀연대 라는 깃발이 시위장에 있다. 누나! 보고 있나? 얼른 가서 가입해!”, “대박! 연대명 짱인데요?”, “저도 만났던 그분들”, “헉, 진짜로 ‘나라 걱정에 시집 못 가는 노처녀연대’가 있었구나”, “노총각연대 좀 옆에 서줘요!”, “완전공감!”, “소문만 들어본 무시무시한 ‘나라걱정에 시집못가는 노처녀연대’ 깃발이 나부끼고 있네요. 이명박은 각성하라!”, “노처녀연대 등장. 자, 이제 노총각 연대가 등장할 시점. 같이 나라 걱정하다가 정분나는 거임”, “1등 신붓감!”, “행주산성 이후 최고 대박” 등의 칭찬을 쏟아냈다.
한 네티즌은 “노처녀연대가 시위 현장을 누비고 노총각연대도 대오를 정비한다. 아줌마들은 과식농성으로 매일 배부르게 수다를 떤다. 정치는 이제 대한민국에서 생활이다”라고 말했다.
11.22 한미FTA 날치기 처리전 조속 처리를 요구하며 단식농성을 했던 정태근(서울 성북갑) 한나라당 의원에 항의해 성북구 엄마들이 ‘과식농성’을 벌여 화제가 됐었다(☞ 관련기사).
노처녀연대 카페 가입 문의가 이어지자 회원인 듯한 한 트위터러는 “음, 저희는 네이버 카페 <무엇이든 놀아주세요>예요. 근데 70-80년생까지 싱글만 가입할 수 있는 까다로운 곳이에요”라고 밝혔다.
한편 3일 ‘촛불집회’에도 1만5000명(경찰추산 3000명)의 시민들이 서울 청계광장에 모여 한미FTA 반대 비준 무효를 외쳤다.
경찰은 이날 일찍부터 9000여명이 병력을 투입해 집회 예정장소였던 광화문 광장 주변을 에워싸고 시민들의 출입을 막아 항의가 빗발쳤다. 시민들은 경찰이 “평화적인 집회조차 막았다, 집회의 자유를 침해당했다”고 비판했다. 일부 시민들과 경찰이 충돌하면서 피를 흘리는 수십명의 부상자가 발생했고 10여명이 연행되기도 했다.
광화문광장을 봉쇄당한 시민들은 종로구청과 청계광장 등으로 흩어져 집회를 벌였으며 오후 9시 반쯤 자진해산했다. 한미FTA 반대집회는 서울뿐 아니라 대구와 대전, 광주 등 전국 １２곳에서 동시에 대규모로 열렸으며 날이 갈수록 참여 인원이 급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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