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서적으로 한쪽에 치우친 외곩수가 아닌한 모두가 좋은 추억으로 담아둘 영화. 엄청난 감동까진 없지만 상대적 문화 편차가 있을 각개가정에서 보아도 옆집이야기처럼 들려오는 영화. 참 괜찮았던 무방무제 아날로그 영화. 개인적으로 부분컬러방식을 사용하거나 흑백으로 제작되었으면 더 마음에 들었을 영화. 언제까지 연재하게 될진 모르겠지만 한번은 꼭 올릴것같다는 생각을 했던영화<길버트 그레이프>. 마침 고지야기자 신청덕에 오늘 올리게 되어 기분좋게 생각한다.
<개같은 내인생>으로 국제적 명성을 얻은 스웨덴 출신 '라세 할스트롬' 감독이 미국시장에 진출해 두 번째로 연출한 이 영화는, 순탄치않은 삶을 살아가는 청년이 일상에서 오는 돌발적인 계기를 통해 겪는 제2의 성장통을 그려내고있다. 할스트롬은 영화 속에 등장하는 가족이란 존재가 길버트의 두어깨를 무겁게 짓누르지만 결코 끊어버릴 수 없는 사슬이며 수난과 고통을 함께 하는 공동체로 표현한다. 우리 사회는 부모의 울타리가 탄탄하지 못한 가정이 대폭적으로 증가하고있고 제도로서 그 내부에 노출된 젊은가장들을 보완하지 못하는 현실이지만, 미국 교외마을을 그린<길버트 그레이프>속에서 삶을 손수 개척하는 주인공의 모습은 수렁에빠진 한국청년 관객들에게 약간이나마 위안이될지 모르겠다.
<길버트 그레이프>의 원제는 'What's Eating Gilbert Grape?'이다. '무엇이 길버트 그레이프를 잡아먹는가? 괴롭히는가?' 정도로 직역 할 수 있다. 좀 더 문학적으로 확대번역 한다면 '무엇이 길버트의 삶을 갉아 먹는가?' 정도 될 것인데 대부분 영화의 제목이 내용을 말하는 경우가 많은 편이니 그럼 과연 무엇이 길버트라는 청년을 갉아 먹고 압박하는지 살펴보게 된다.
영화가 출발한 초반부에 'You're Getting Litter. You're shriking' 이란 대사가 나온다. 길버트의(조니 뎁) 동생인 어니(디카프리오)가 형이 작아지고 있다고 말하는데, 자신의 몸이 커지는 것을 인지하지 못하고 오히려 형이 작아지고 있다 생각하는 것이다. 어니는 정신지체아이며 이것은 일반적으로 지적기능이 평균보다 현저하게 낮은동시에 주변적응에 결함을 갖는 상태로 정의 내려져있다. 이러한 정신지체는 태아,유아기를 비롯 성장기에 가장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이 18세 지체아 동생을 감당해야하는 것 도 문제지만, 길버트를 중심으로 전개되는 가족사를 보면 그리 녹록한 상황이 아님을 알게된다. 아버지는 집 지하실에서 목을메 자살하였고, 이 충격으로 어머니는 초고도비만 환자가 되어 7년 가까이 외출자체를 못하는 상태이며, 죽었는지 살았는지 수소문 조차 불가한 집나간 형 래리, 그리고 직장에서 해고당한 누나 에이미, 예민한 사춘기 여동생 엘렌까지 추가되어 그의 부양가족으로 할당되있다.
길버트가 사는 마을은 외부로부터 발빠르게 대형 마켓들이 입점하며 거친변화가 시작된 지역이다. 길버트 주변의 친구나 지인들역시 시류에맞춰 변해가지만 사실상 외부와 단절된채 가정의 수발에 얽메인 길버트의 모습은 유난히 정적이고 무미건조하게 그려진다. 오히려 표독해지거나 타인을 경계하는 공격적 캐릭터로 그려짐이 리얼할수도 있지만, 주인공은 자신에게 짐이 되는 존재들을 향해 히스테리를 부리거나 행동의 변화를 요구하지 않는다. 그저 무표정으로 대부분을 수용하고 버텨나간다.
그런 길버트의 일상에, 여행용 차량에 문제가 생겨 이 지역에 잠시 머물게 된 베키(줄리엣 루이스)와 그녀의 할머니가 찾아든다. 길버트는 자신과 상반되는 자유스러움을 가진 캠핑족 베키를 만나면서 한없이 정체되있는 본인의 삶을 되돌아본다. 세상돌아가는 소식을 베키를 통해 들었으며 '베키와 나' 보다 '가족'에 치우친채 대화했던 점도 깨닫게 된다. 또한 이는, 베키의 살림거처라 할수있는 캠핑카에 놀러가 길버트 스스로 '멀리서 본 우리집이 저렇게 작았던나' 라고 되내일때 그 자각성은 더욱 두드러진다. 하지만,변화의 감정이 조금씩 샘트던 길버트는 가정과 베키사이를 저울질하는 자신의 무책임한 오류적행동에 또다시 반문을 가하며 주어진 현실로 돌아간다.
가족에 대한 책임감과 개인의 자유라는 고민앞에 다시한번 가족을 택한 길버트는, 영화속 후반부에 등장하는 가장 큰 에피소드를 통해 이번만큼은 별다른 갈등없이 인생의변화를 결정한다. 동생 어니의 18세 생일에 돌연사 하게된 어머니를 가슴에 뭍고, 자신의 모든고통과 애환이 스며든 그레이프가문의 집을 불태워버리고 어니와 함께 베키의 캠핑카에 몸을실어 마을을 떠난다.
길버트의 표정에는 자유를 얻어 속시원하다거나 책임지던 가정이 해체된것에대한 노여움도 느껴지지않는다. 난<길버트 그레이프>가 주인공의 수렁으로부터 탈출을 그린 영화라기보다, 앞으로 꾸리게 될지 모를 남편으로서의 가장역할이나, 태어나 처음으로 내딛게될 새로운 공간에대한 삭막함도 덤덤히 맞이할수있는 제2의 길버트를 예고한 영화가 아닐까한다. 언제나 묵묵히 가정을 지켜온 길버트이기에.
지금은 세계최고의 톱스타들이된 조니 뎁과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무명시절 소박한 연기를 맛볼수있는 점도 영화의 빼놓을 수 없는 볼거리중 하나일 것이다. 정신지체아 배역을 훌륭하게 소화한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굉장히 어린나이에 아카데미 남우조연후보로 공식지명되는 영광을 누렸지만, 애석하게도<피아노>의 안나 파킨처럼 아역으로서 오스카 트로피를 들어올리진못했다. 다만 제작사의 파워는 재고하지않고 연기하나만으로 평가를 내리는 전미비평가 협회로부터는 조연상을 수상했다.
본 작품속에서 주인공의 나이는 이십대 중반도아닌 고작21세였다. 그의 힘겨운 배경과 감정변화를 축으로 완성된<길버트 그레이프>는 단 한컷으로 모든것을 말해주는 영화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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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 어제 표결이 신의한수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