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클 레삭이 연출한 93년 작이고 96년쯤에 본것같다. 요즘은 전혀그렇지 않은데 어렸을적엔 신작이면 무조건 챙겨봐야 영화좀 아는티 낼수있을거란 유치한 강박관념이 있었다. 93년이면 대한민국의 평화와 조국수호의 영원한 안녕을 위하야 군대에서 신나게 삽질하고 정신없이 볼차던 때여서<카드로 만든 집>역시 뒤늦게 볼수밖에없었고 96년에 본후 봉팔닷컴 친구 베일기자가 신청평을 해준덕에 어젯밤 다시한번 봄으로서 2번을 본셈이다.
<맨인블랙><배트맨 포에버>같은 대중적인 영화와 철저한 작가주의<블루 스카이><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처럼 영화철학자체가 상반된 감독들로부터 신기할정도로 양측에서 각광받는 토미 리 존스와 <장미의 전쟁>에서 남편 마이클 더글라스에 전혀밀리지않고 온몸을 무기로 사용하던 여전사 캐슬린 터너가 주연했다. 감독 마이클 레삭은 특별히 거론할만한 커리어가 없는게 사실이고 본작품<카드로 만든 집>을 통해 미국내부의 영화제중 '가족영화제' 로 인식해도 좋을 텍사스주 휴스턴 영화제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던 기록이있다.
간략하게 줄거리를 보자면 루스의 남편이 추락하여 사망하고 남편의 친구들은 루스의 딸 샐리에게 아빠가 죽은것이아니라 달나라로 떠났다는 일정적 선의의 거짓말에 가까운 위로를 하게된다. 이후 샐리는 지붕위에 올라가 새흉내를 내기시작하고 여러모로 자폐에 가까운 증상을 보인다. 특히 샐리는 삶의 큰 부분을 순식간에 잃어서인지 소유욕이 굉장히 강해진 모습을 보이는데, 자신의 물건을 옮기면 제자리에 돌려놓을때까지 울고 고집을 피운다.
이에 루스는 아이의 병을 직접 고치기로 결심한다. 아이가 카드로 정교하게 집형태를 만들어놓고 그 속에 들어가 새흉내를 내는 모습들을 사진으로 찍어놓은뒤, 컴퓨터를 통한 가상현실 프로그램을 작동시켜 샐리가 심취해있는 카드집 윗부분에 달나라 그림이 그려져있는것을 확인한다. 직업자체도 토목설계사로 등장하는 루스는 아이가 만든집과 유사한 형태로 마당에 커다란 카드집 건축물을 만들게되고, 그 카드집의 계단을 오르며 아이의 환상과 아픔을 떠올리게 하자 샐리는 마침내 "엄마, 아빠가 보고싶어" 라는 대사로 드디어 말문을 연다는 눈물샘을 자극해주는 내용이다.
<카드로 만든 집>과 같은 영화를 접하면 애잔으로 치우치는 미동보다 그 또다른 이면에 집중하지 않을수없다. 이 영화속에선 열정적으로 아이의 아픔을 치유하는 샐리의 엄마 루스가 희생에가까운 헌신적봉사를 하게되는데, 과연 샐리가 빈곤층가정에 태어난 자폐아 였다면 거대한 카드집을 실제로 만들어줄만큼 집중치료를 받을수 있었는지부터 의문이다. 집중치료라기보다 집중투자에 가까운 양상이다. <카드로 만든 집>은 영화자체엔 문제가 전혀없고 가족에대한 사랑의 깊이가 무한함을 일깨워주는 좋은가족영화다. 그런데 난 이런영화를 보면 본능적으로 우리한국의 상황과 교차시키게 된다. 샐리가 일반 4인가구 전셋집 가정에 태어난 미진이었다면? 한나였다면? 샐리는 치료를 위한 대상이아니라 가족전체를 금전적 절망으로 빠뜨리는 꿰다논 보릿자루 취급받으며 눈칫밥먹기 쉽상이다.
장애아를 앞에두고 속물로 비출수있는 생각이지만 가장중요한 것은 무엇보다도 돈의 문제다. 보호자 자신에게 안정적인 생활토대가 마련되있거나 만족스런 국가지원이 없다면, 장애아동에게는 사랑을 줄래야 줄엄두 자체를 못가지는 현실이 이땅의 사회구조다. 돈으로 사랑을 따지는게 바람직하지못하지만 꾸준한 물질적 지원과 관심이 병행되야함은 장애복지의 진정한 필수덕목일지도 모른다.
상당규모의 건축물 신축은 물론 체계적 프로그램까지 동원해 아이를 치료한<카드로 만든 집>도 그렇지만 ,<포레스트 검프>나 호러물<더 셀>같은 영화들을 예로 들어볼수도 있을것같다. 세아이들의 병명이 모두일치하지는 않지만 검프는 홀어머니밑에 키워진 저능아에다 하체골격의 장애로인해 제대로 걷지도 못한다. 그런데 그의 어머니가 모든것을 책임지고 아들을 일임한다. 물론 영화상의 픽션으로는 검프를 괴롭히는 아이들을 피해 도망치다 교정기가 필요없게된 일종의 자연치유의 결과를 보여주지만 치료의 과정에서 검프의 집이 가세가 기울거나 그의 어머니가 생활고에 시름하는 모습은 전혀찾아볼수가없다.
다들알다시피 검프의 집은 흑인 식모까지 집안에 들여놓았던 전형적인 백인부유층 가정이다. 제니퍼 로페즈와 빈스 본 이 공연한<더 셀>같은 경우는 한술더뜬다. 거의 준갑부수준으로 등장하는 자폐아의 부모가 아이의 뇌에 심리치료사인 제니퍼 로페즈의 뇌를 연결해서 자폐아의 머릿속에들어가 총체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치료법이 등장한다. 당연히 배경이 일치하는것은 아니지만 열악한 가정환경속에 병마를 딛고일어선 내용을 그린 방화<말아톤>이나, 다니엘 데이 루이스의<나의왼발>같은 작품도 우리에게 익숙하게 존재하고있다.
개인이 가진돈의 양을 떠나서 한국의 국가보조형태를 보자면, 나라가주는 공짜돈보다 정말로 중요한것은 장애아동들이 수학하는 교육기관의 한계부터 인정하고 시급히 해결하는것이 급선무다. 80년대의 일본복지기관에서나 쓸법한 우리 장애학교들의 교재나, 이들을 교육할 전문인력의 숫자도 재정상의 이유로 턱없이 부족한게 사실이다. 이 학교들의 질적수준을 누구보다 잘알고있을 장애아동의 부모들은 사정사정끝에 일반학교를 보내보지만 철없는 친구들의 극심한 괴롭힘을 당하는것은 물론, 경쟁적 성과제에 노출된 선생들마저 자신의 반에 평균점수 깎아먹는 '이상한애' 가 포함되있음을 썩 유쾌하게 여길리가 없다. 교사전체를 매도하는것이 아니다.
<카드로 만든집>의 가장 인상적인 부분역시 엄격하게 아동방치혐의를 적용하여 보호감호에 가까운 형태로 전문치료사(토미 리 존스)를 대동시킨다는 점인데, 지금 우리현실에서 장애아동을 가진 가정에게 물질적 지원없이 법적인 처분만 내린다면 그것은 곧 가정전체에대한 최고형을 내린것과 다름없을것이다. 지금당장 이른바 선진국들이 추구하는 내용물을 백색의 복지스펀지에 가까운 대한민국에 물들이자는것은 아니다. 재정문제를 떠나 정서상의 충돌도 벌어질수있다.
다만 최소한에 가까운 '국가구실' 은 해야하는것 아니겠나. 사실 복지의 방대한틀에 할당되있을 장애아동복지의 기본적 사항이 일종의 표밭다지기로 큰 효과를 낸다는점에 심히 유감스러울따름이다. 여야를 막론하고 어떤정부이건 초당적으로 해결책부터 마련하는것이 순서지, 이와같은 가장 기초적 보호체계를 자신이 엄청나게 관대한듯한 대표공약으로 내걸고있는 이들을 보면 구타유발자들의 한석규가 되고싶을 정도다.
물론 공약은 후보자와 그 선거캠프의 고유권한임을 의심치않지만 여러분이 먹는 밥상위에 수저를 반드시 놓을수있도록 하겠다는것과 뭐가틀린지 모르겠다. 복지는 그냥 클래식이다. 이런것들이 어떻게 차기대선의 대표공약으로 치부될수가있나. 자신의 단독주택옆에 집채만한 카드집을 만들어준<카드로 만든 집>같은 작품을 우리손으로 만들어 개봉시켜도 평범한 옆집이야기처럼 들리는 현실이 하루빨리 다다르길 바래본다.
참고로 라자드 투자은행출신 윌리엄 코헨이 2009년 출간해 엄청난 반향을 일으킨 경제도서 <카드로 만든 집>과 제목이 일치한다. 사실 봉팔친구들도 마이클 레삭 감독이 93년에 연출한<카드로 만든 집>보다 코헨이 집필한<카드로 만든 집>에 더 익숙할지도 모르겠다. 그는 이책에서 비우량 주택담보대출(서브프라임 모기지)부실 사태를 중심으로 JP모건에 휴지값으로 인수된 베어스턴스를 입이 떡 벌어질정도로 세밀하게 파헤친다. 워낙 유명한 서적이라 상대적으로 유명세가 덜한 본영화의 제목과 겹쳐 이를 못본이들에겐 윌스트리트 무비로 착각될수있다는점도 적어두고싶다.
P.S 미안타 베일 .
화요일날 올리기로 약속했는데 일보고 어젯밤에 집에왔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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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 어제 표결이 신의한수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