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중한 연기력에 비해 유난히 아카데미와 연이없는 대표적 배우들이 사무엘L잭슨,애드 해리스,존 말코비치,빌 머레이등을 꼽을수있겠다. 그중의 하나인 존 말코비치는 사극부터 에로스, 블랙코미디까지 다양한장르를 소화할수있는 알짜배기 연기파중 하나인데, 그가 딱 하나 소화하지 못하는장르가 최루성 멜로다. 마초적이며 냉소적인 이미지때문일까? 아무튼 그 부족함을 채우는 적격의 배우가 존 쿠삭이어서 '존말코비치' 타이틀롤을 벗삼은 이작품의 캐스팅은 시작부터 상당히 흥미로운 시선으로 다가오게 한다.
<존 말코비치 되기>는 주연배우 존 쿠삭과 존 말코비치에대한 사적인 기재는 전혀 이뤄지지않았다. 두사람이 친해서 한작품의 파트너쉽을 이뤘다던가하는 이해관계 자체가없다. 말코비치는 단역으로 등장하며 모티브일부로 활용될뿐이다. 제작에 영향을 끼쳤다거나 본인생각으로 각색을 하는등의 완력을 행사했다는 정보도없다.
그런데 왜 존 말코비치 일까? 톰 행크스 되기도있고 덴젤 워싱턴 되기도 있을텐데 왜하필 스타급도 아닌 연기만잘하는 존 말코비치일까? 심지어 이 영화의 주인공들조차 말코비치가 어떤 영화에 출연해왔는지 모른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그런데 어째서 사람들은 그토록 말코비치가 되고싶어했는지, 그것부터 알고넘어가야할 아우트라인과 스포일러없이는 단박에 이해하기힘든 영화가<존 말코비치 되기>다.
위에말한 톰 행크스되기나 덴젤 워싱턴 되기도 나쁘지않음에도 왜 그렇게 하지않았을까에 대한 호기심은 미스테리의 부재에서부터 출발할지도 모른다. 나를 포함한 대부분의 관객은 위와같은 스타급 배우들에대해 모르는게없다. 아무런 의문부호가 달리지않는다. 그러나 존 말코비치는 대중의 추적심리를 이끌어내온 배우다. 속된말로 못생겼다해도 무방할 얼굴에 대조를 이루는 부드럽고 여성적인 미성, 상당히 정중하지만 잔혹함도 동시에 선보일수있는 폭넓고 미묘한 태도, 파파라치들이 혀를 내두를 정도의 완벽에가까운 사생활 노출차단. 그는 어떻게 보면 작가가 아무리 존 말코비치를<존 말코비치 되기>를 통해 이리저리 뒤흔들어도 아무런 영향이없는 배우일지도 모른다. 아마도 말코비치가 본영화의 타이틀이되는것을 거부했다면 작품자체가 무산됬을 가능성이 크다.
<존 말코비치 되기>의 재기발랄한 시놉을 좀 보자면, 꼭두각시 인형을 조종하는 크레이그(존쿠삭)가 서류 정리 아르바이트를 하고있는 머틴 빌딩7.5층의 수상한 비밀을 알아낸다는1단계설정이있다. 칠층이아니라 칠점오층이다. 그7.5층의 비밀인즉슨, 서류함뒤의 가려진 통로로 들어가면 15분 정도 존 말코비치의 머릿속에 들어갈수있다는 형이학적 2단계설정이있다. 그리고 크레이그는 빌딩여직원 맥신과 함께 존말코비치가 되어 15분이란 시간동안 JM이라는 회사를 차려 조금씩 꾸려가며 떼돈을 번다는 3단계설정이있다. 유부남이었던 크레이그는 여직원 맥신을 사랑하게 되는데, 이사실을 알게된 그의아내 로티(카메론 디아즈)가 크레이그를 미워하는것이아니라 그녀역시 맥신을 사랑하게 되며 크레이그와 맥신을두고 경쟁을 펼친다는4단계설정이있다. 그리고 본인이 조종당하고 있다는사실을 문뜩깨닫게된 존말코비치가 이들사이에 충돌하며 벌어지는 좌충우돌 스토리가 5단계설정이다.
이영화의 감독 스파이크 존즈보다, 실질적인 진두지휘의 일등공신은 누가보아도 각본을 책임진'찰리 카우프만'일것이다. 현재<이터널션사인>등으로 고정매니아층 다수를거느린 스타급 시나리오 작가인 그는<존 말코비치 되기>를 통해 본격적인 메이저 작가로 발돋움했다. '남의 머릿속에 들어가기' 는 단순한 상업술의 하나로 치부될수있는 판타지성 내용이지만 굳이 따지고보면 타인이 되고자 하는 인간의 심리, 짙은 모방성을 가진 인간내면의 이미테이션 본능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의미심장함도 동반한다.
남을 부러워하는 것. 적어도 나만큼은 필연적으로 행해온 진실이다. 나보다 된사람,나보다 먹고살 걱정없는사람,나보다 못해보임에도 내여자보다 훨씬예쁜여자를 끼고다니는사람. 이러한 시샘과 그처럼 되고싶은 모방본능은 굳이 어느정도의 삶을 겪어야만 체득되는 성질은 아닌것같다. 왕따가 아닌이상 어릴때 누구나 여러번해본 숨바꼭질 놀이를 회상해보면. 자신을 숨겨주는 대상의 뒤나 아래에 숨어 그 대상과 자신을 동일시하며 안정감을 가진다. 그 본능은 타인이 되기를 원하는 본능이며, 자신이기를 거부하는 본능일지도 모른다. 썰을 너무 과도하게 풀어서 내스스로도 갑자기 부담되지만 이것을 다시 한 번 뒤집어 생각하면, 인간은 자기 자신으로 남아 있을 때보다 자기 자신이 아닐 때 더욱 행복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경우가 있을지도 모른다.
인간자체가 모방의 운명을 타고났을지도 모르며 그덕에 현재의 국가골격을 이룬 원동력일지도 모르겠다. 국가라는 존재도 잘사는 서방처럼 되고싶거나 판자체를 뒤집어 엎고싶은 미메시스적 열등감에 빠져있으니까.
<존 말코비치 되기>의 주인공 크레이그는 그러한 면에서<아마데우스>의 살리에리,<태양은 가득히>의 탐 리플리,<글래디에이터>의 코모두스 캐릭터와 비슷한 공통점을 갖는다. 물론 끼워맞추면 한두개가 아니지만 이 세 영화들에 공통적으로 깔려있는 본질은 부러움이며,질투와 모방이다. 나아가 자신을 거부하고 타인이 되고자 하는 욕망이짙다. 한평생 모차르트의 천부적소질을 탐냈던 살리에르와, 알랭 드롱이 친구의 재산과 애인을 모두 독차지하고 만족해하는 모습, 자신을 뒤로하고 막시무스의 용맹함에 빠져있는 황제에게 분노를 표출하는 코모두스 왕자의 모습은 '크레이그' 의 그것과 일맥상통한다. 자신이 부러워하던 대상을 제거하려하고, 그 대상의 능력을 빼앗거나 강탈하기 때문이다. 여기에서 재미있는 것은 살리에리, 톰 리플리, 코모두스. 그리고<존 말코비치 되기>의 크레이그 네 인물모두 특정배역이아닌 주연급이었다는 사실이다. 그들이 주변인이아니라 절대로 소외될수없는 중요비중을 가진점에서 우리의 숨기고싶은 가장흔한 본질을 꿰뚫는 것일지모르겠다.
<존 말코비치 되기>는 성공한 작품이다.마치 블록버스터물처럼 엄청나게 머니차트를 석권한것은 아니지만, 알뜰하고 쏠쏠하게 손익분기를 넘겼으며 무엇보다도 평단으로부터 호평받으며 소기의 목적을 충분히 달성했다.
개인적으로 이영화의 주연 존쿠삭을 예전부터 유심히 지켜봐왔는데, 본인이 가진역량에비해 저평가된 비운의 배우중하나다. 사실 다양한장르를 소화할수있음에도 로맨스로 국한된 장르에 섭외되며 그 능력을 소진해왔으나 2000년대 중반들어 장르구분없이 다작하며 뒤늦은 각광을 받고있다. 그가 지금껏 공연한 작품중 가장 수작으로 평가되는것또한<존 말코비치 되기>이다.
존쿠삭은 굉장히 복합적인 매력을 가진 배우다. 에드워드 노튼 계열의 댄디함과, 스페인 축구영웅 라울과도 비슷한 에스파뇰 향기를 풍긴다. 예전에 좋아했던 팝가수 토미 페이지와도 비슷한 풍모를 주며, 언뜻보면 약간 동양적인 느낌을 가지고있다. 그리고 실제 공개석상에서 웃는모습은 톰행크스와 상당히 흡사하다. 역량에 비해 작품빨이 유난히 좋은 배우로 브래드 피트가 꼽히곤하는데 그 반대가 찰리 쉰 같은 케이스다. 다만 찰리 쉰은 사생활에 워낙 실수가 많았던 악동의 모습으로 현재의 초라한 입지를 자초한면도있지만, 존 쿠삭은 그다지 행실에 문제가 없었음에도 자의반 타의반으로 오래토록 빛에 가려져왔다. 연기자체는 참 잘하는데 작품을 선택하는 선구안의 촉이 약간은 부족한 배우인지도 모르겠다. 그와 친누이관계인 조앤 쿠삭도 헐리웃 개성파 배우로 잘 알려져있다.
존 말코비치 두뇌속에 15분간 들어가 그를 조종했던 존 쿠삭처럼, 오늘나도 이건희의 두뇌속에서 그의 전재산을 주물러보고싶다. 일단 국민참여당 펀드투자부터 시작 해볼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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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 어제 표결이 신의한수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