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뿐만 아니라 세계영화역사상 희대의 돌+아이 싸이코 감독으로 꼽히는 '에드 우드' 를 그린 전기영화다. 여성팬들에게 포화수준으로 인기가많은 최고의 스타 조니 뎁이 주연하였으며, 조니 뎁과 자주 호흡을 맞추는 감독이자 판타스틱 장르의 맹주 팀 버튼이 연출 하였다.
일단 에드우드는 한국정치로 치면 허경영. 영화로 치면 故김기영 감독과 비슷한 계열로 볼수있겠다. 개인적으로 김기영 감독을 존경하는데, 허경영같은 사기꾼과 일정부분 동일시한점에 사죄드리는 바이다. 다만 에드우드나 김감독이나 그들의 활약당시를 바라보던 시선은. 허경영을 바라보는 우리의 느낌과 비슷한 아스트랄한 감정이 베여있었고 또 그게 사실이었다. 생전에는 미친놈으로 취급하다가 작고이후 국제영화계의 회고전이 줄을 이으며 호평받자, 뒤늦게 김기영에게 명감독의 칭호를 붙인 영화찌라시들이 위의사항에 가장 잘 해당되는 부류들이다. 찌라시는 정치뿐아니라 영화판에도 존재한다. 나도 그찌라시중 하나였음을 오래토록 반성하고있다.
쓰는김에 잠시만 김기영감독 얘기좀 하자면. 그는<하녀><화녀><충녀><수녀>등의 '여' 시리즈와<살인 나비를 쫒는 여자>와 같은 컬트스릴러 장르를 국내최초로 선보였다. 박정희.전두환 정권과도 별로 친하지않은 감독이었다. 좌익검열에 해당된것이아니라 그당시 사회상으론 허락지않았던 '악녀' 캐릭터를 주연으로 내세웠었기때문이다. 아내가 남편을 죽이고, 젊은 식모가 남편을 빼았는등, 국민의 사생활까지 감사하게 선도해주던 윗분들의 시선에는 김기영이란 사람이 그렇게 아니꼬울수없었다. 용공세력의 명분을 붙일사유가 적당치않았던 덕에, 그대신 투자자들을 압박하여 작품활동의 자금줄을 끊어버렸다.
김감독은 그렇게 정부에게는 '불순한 감독' 으로, 관객과 평단에는 '미친감독' 으로 취급받으며 정말로 고독한 삶을 보내야했다.
그는 쥐를 매우 좋아했으며 집에서도 백여마리이상 사육했었다. 물론 그의 영화속 단골로도 쥐가 많이 등장한다. 소품용으로 키운건지, 정말로 좋아해서 키웠는지는 김감독과 그 가족만이 알테지만, 쥐외에도 일반정서로는 꺼리게되는 각종 파충류와 나방등도 집에 들여놓았던 것을 볼때. 아마도 쥐를 싫어하진않았을거라 느껴진다. 특히 김감독영화에 자주 출연했었던 중견배우 윤여정이 쥐로인해 겪은 웃지못할 에피소드는 다들 알고있을것이다.
또 과도할정도로 음식을 좋아해서, 품격을 갖춰야할 시상식장에선 주위를 전혀신경쓰지않고 먹는것에만 치중한것도 유명한 일화중하나다.
국가의 압박과 사회적외면속에 긴 잠적기를 보내던중. 98년초 80세가된 김감독은 본인이 연출했던<화녀>를 새롭게 각색하여 재탄생 시키겠다는 의욕적인 제작발표회를 가진다. 지금은 뭐하고 사는지 소식이없는 탤런트 이지은이 캐스팅되기도 하며 순조로운 제작이 진행되는듯했으나, 그해2월. 촬영직전 김감독의 자택에서 발생한 의문의 화재사고로 아내 김유봉여사와 함께 숨을 거두게 된다.
김기영의 전성기가 40년가까이 지났음에도, 그가 보여준 정교한 미장센과 전체적 오미너스한 느낌은. 영화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한 현재의 그어떤 후배감독들도 쉽게 흉내내지 못하고있다. 오히려 어설프며 인위적으로까지 보이기도한다. 하청방식으로 대본을 의뢰해서 만들던 시대에 직접 집필하여 영화를 만들던 '작가주의' 1호 감독역시 김기영 감독이었다. 잘 알려져있듯이 전도연 이정재 주연의<하녀>도 김감독작품을 리메이크한 영화였으며, 현재 매우잘나가는 봉준호.박찬욱 같은 감독도 본인들 작품세계의 5할이상은 그의 영향을 받은것으로 밝힌바있다.
에드우드는 클래시컬한 고전물을 강조하던 당시 헐리웃 주류풍토에 마녀사냥되기 딱좋은 감독이었다. 집단적 귀족스러움으로 가득찼던 당시 영화인들 속의 에드우드는, 정규 학력자체가 전무한데다 말도안되는 소재로 당혹감을 주기 일수였다.
그가 반항한번 못해보고 문제감독으로 취급받은 원인중 하나가 자본력이 없었던것인데, 해괴망측한 시나리오만 들이대니 투자해줄 스폰서도 잡을수가없었다. 자연스레 모든영화들은 본인 주머니에서 나온 사비를 털어만든 초저예산 작품들이었으며 완성도라는 말을 붙이기가 민망할정도로 기존 영화틀 자체를 파괴하는 연출을 보였다.
그가 행실로서 조롱받은 대표적 사유는 여장을 즐겨했던 버릇이었다. 노이즈 마케팅일지도 모르겠으나 촬영기간 내내 분홍색 가발을 쓰고 화장을 한채 작품전체를 끝낸적도 있었다. 특히 여성용 앙고라 스웨터를 매우 좋아한것으로 알려져있는데. 어릴적 좋아했던 여성의 모습이라고한다. 그때문인지 에드우드의 영화에는 앙고라 스웨터에 분홍머리를 한 여주인공이 자주등장하기도 한다.
김기영이 한국최초의 컬트였다면 에드우드는 세계최초의 컬트로서 기록되고있다. 물론 두사람다 현역으로 뛸당시는 컬트라는 장르구분자체를 부여받지못했다. 그냥 미친영화였다. 에드우드의 작품들이 시대를 앞서간 '불후의 명작' 이라고 까지 치켜세울 정도는 아니지만, 그는 분명 컬트무비라는 새로운 장르를 일관되게 파헤쳐낸 공로가있다.
현시대에 명성을 얻고있는 컬트종결자 데이비드 린치나,<식스센스>의 나이트M.샤말란 등도 에드우드의 그로테스크한 영향을 받지않았다고 할수없다. 그들은 에드우드가 온갖 비난을 무릎쓰고 불특정장르의 길을 터주지않았다면 지금현재 제2의 에드우드로 취급받을지도 모른다. 데이비드 린치 만큼은 그럴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에드우드>라는 전기영화 자체를 만들며 존경을 표한 팀버튼에겐 굳이 그 영향력을 말할필요가 없겠다.
지금 활동하고있는 기성감독중에, 에드우드의 그 황당한재능엔 범접할수없겠으나 약간은 비슷한 괴짜류의 감독을 꼽는다면, 게임캐릭터를 이용한 작품으로 연출을 시작했던 독일 출신의'우베 볼'정도를 생각해 볼수있겠다. 자기 영화에 혹평을가한 평론가들과 권투시합을 열어 두들겨패주는등, 아무튼 좀 영화도 추하고 행실도 기이한덕에 유명한 괴짜감독으로 분류된다.
아무도 알아주지않는 자신만의 기괴한 색채로 헐리웃을 두드린 에드우드는 1978년 짧다면 짧은 54세의 나이로 결국 사망했다. 그리고 1980년 전미영화협 선정 '역사상 최악의 감독' 상을 수여받는다. 한순간도 에드우드에게 눈길한번 주지않던 영화협회가 그를 처음으로 언급하며 수여한상이 최악의 감독상이었다. 고인에 대한 최소한의 예를 갖추진 못할망정 사후에도 주류계는 그에게 모욕을 준것이다.
에드우드는 생전에 단한번도 공식영화계의 부름을 받지못했지만 팀버튼이 그린 그의 전기영화<에드우드>는 나름대로 기술력을 인정받으며 호평받았다. 드라큘라 역할을 했던 마틴 랜도우가 67회 아카데미에서 남우조연상을 수상했으며, 분장효과상도 수상했다.
'헐리우드'를 '에드우드'로 만드려한 괴짜는 오래전 죽었지만, 미국내 그의 매니아들의 숫자는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않는다. 이와 마찬가지로 그에대한 동정론 역시 활발히 퍼지고있다. 에드우드는 누가봐도 이상한영화를 만들고 기행을 일삼은 사람임에 분명하지만. 단 한번도 헐리웃시장을 풍자하거나 비판한적이없었다. 그저 자신이 추구하는 장르에 치중하던 작가주의 감독에 불과했다. '격' 이라는 잣대로 다들 오페라를 듣는데 천박하게 나홀로 일렉기타를 집어든자에 이유없는 돌팔매를 던진걸지도 모르겠다. 귀족주의 딜레마를 겪으며 영화팬들의 비판도마에 올랐던 고전헐리웃의 일정적 방패막이로 이용된 뉘앙스도 진하다. 원래부터 바보가아니라 만들어진 바보로 평가될수도있다.
100퍼센트 손수 아날로그 제작을 중시했던 에드우드는(돈이 없어서 그랬을가능성이 크다)거장 스탠리 큐브릭과 더불어 가장많이 재평가되고있는 감독중 한명이다.
좌우지간, 싸이코를 자처하며 예나지금이나 기술력에 의존하는 헐리웃에 당당히 맞장떴던 에드우드만의 창의성만큼은 반드시 높게 평가되야한다.
저세상에 있는그가 유유히 미소지으며 '내말이 맞았지?' 라고 할것만같아 씁쓸하다. 오랜시간이 지난현재, 순수 작가주의가 완벽하게 실종된 현재의 헐리웃을 보면말이다.
(휘날려쓰다보니 내용이좀 길어진듯하다.)
[이 게시물은 관리자님에 의해 2011-05-03 01:00:57 바보문예에서 이동 됨]
| 
(펌) 어제 표결이 신의한수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