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밝히는 소녀 알마 (Turn Me On, Goddammit)

   : 노르웨이 영화다

* 주의 : 줄거리, 결말 다 나와 있다. 싫은 사람은 밑에 까만 글씨만 읽어라.

시골 촌년 알마는 '발정'난 사춘기 소녀다.

유료전화서비스로 폰섹스를 하고,

날마다 같은 반 친구 아르투와 섹스 하는 꿈을 꾼다.

어느 날은 옆방에 있는 엄마한테까지 들리게 소리 내서 자위를 한다.

엄마는 그때마다 당황스럽고, 화가 나고, 창피해서 ... 어쩔 줄 모른다.

그러던 어느 날 아르투가 '좆'으로 알마의 허벅지를 찌른다. 그토록 함께 자고 싶었던 그 아르투가 ... “알마 ... 널 사랑해! ... 널 갖고 싶어!” 이러는 것도 아니고 ... 그냥 좆을 꺼내 알마의 허벅지에 한 번 콕 찌르고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가버린다.

... 이게 뭥미? ...

알마는 친구들에게 아르투의 황당한 행동을 얘기하는데, 아르투는 그런 일 없다며 강하게 부정하고, 결국 알마는 학교에서 왕따를 당한다. 별 미친 개또라이가 된 것이다.

동네 꼬맹이들조차 ‘좆-알마’ ‘좆-알마‘라고 얼레리 꼴레리 노래를 부른다.

학교 화장실 벽에도 ‘좆-알마‘라고 낙서가 되어있고 ...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면서도 알마의 발정은 계속된다. 편의점 주인(친구 아빠)이 성적으로 자신을 유혹하는 상상을 하고, 기다란 동전뭉치로 자위를 하다 아르투한테 들키고 ... 포르노 잡지를 훔쳐 본 것을 엄마한테 들켜 뺨까지 얻어맞는다. 설상가상으로 아르투에게 다른 여자친구까지 있다는 걸 알게 되고 ...

... 사면초가 ... "그럼 그때 왜 내 허벅지를 네 좆으로 찔렀어? ... 왜! ...”

알마는 친구 언니가 사는 오슬로로 가출을 감행한다. 다행히 언니의 친구들은 알마의 얘기를 들어주고, 공감해주고, 위로해준다. 알마는 그들과 함께 얘기하고 술 마시고, 먹고, 춤추고, 노래한다. 잘생긴 오빠는 기타 치며 노래도 불러준다.

“좆-알마, 좆-알마 ...”

알마는 그제서야 웃음을 터뜨린다.

어찌어찌 해서 알마는 다시 집으로 돌아오는데 ...

마지막 장면 ...

아르투는 학교건물에 커다란 현수막을 달고 알마를 기다린다.

“알마, 내가 좆으로 너를 찔렀어!”

알마와 아르투는 사귀기로 한다.

사춘기 성장통을 다룬 영화다.

가만 ... 나에게 사춘기가 있었던가? ... 아마도 있었을 텐데 ... 아무리 생각해봐도 보잘 것 없는 쭉정이처럼 텅 비어있다 ... 그럭저럭 별 문제 없이 넘어간 것 같은데 ... 별 문제 없이 넘어간 것이 문제긴 하다.

물론 몇 번의 미팅과 데이트가 있었지만 그냥 묻어두는 게 좋겠다 ... 쪽팔리니까!

아, 기숙사에 있을 때, 야밤에 어둠을 틈타 바로 옆 여학교 기숙사에 잠입하다가 사감에게 걸려 다이하드 한 편을 찍었다. 독초 밭으로 잘못 도망가 ... 마치 채찍을 맞은 노예처럼 온몸을 슬켰다 ...

“ ... 우린 단지 언니들과 대화를 나누고 싶었을 뿐인데 ... ”

고등학교 1학년 때 사고를 친 친구 놈 얘기...

밤중에 전화가 왔다 ...

친구들 몇 명이 오밤중에 영문도 모르고 친구놈에게 불려갔다. 세상에 ...

놈이 여친과 집에서 놀다가 알마의 꿈속에서나 있을 법한 엔조이를 했다는 것이다.

자초지종을 들어보니 삽입은 했으되 ... 하다가 정신이 번쩍 들어 ... 임신!!! ... 안돼!!! ... 깜짝 놀라서 뺐는데 밖에다 쌌다(?)는 것!

처음이라 놈도 당황하고 우리들도 마치 자기가 경험한 것처럼 안절부절 못했다.

... 물론 부럽기도 했다. 왜 안 그렇겠는가? ... 알마는 우릴 이해할거다. 

그건 그거고 ... 놈이 눈물을 흘리며 대성통곡을 했다 ...

부모님께 들키면 어떡하지? ... 임신하면 어떡하지? ... 책임져야 하면 어쩌지? ... (비공식적으로) 섹스가 허락되지 않은 나이에 그 금기를 깼다는 두려움 ... 금기를 넘어선 자에게 쾌감만 있을 것인가? ... 두려움과 죄책감에 질질 짜는 놈을 놔두고 ... 난상토론이 벌어졌다.

"밖에다 쌌으면 임신은 안될거야 ... 너무 걱정하지 마라 ... 울지마, 새끼야 ..."

"좆까! ... 집어넣었는데 왜 임신이 안되냐? ... 니들이 섹스를 알아?  ... "

"병신아, 정자가 자궁으로 들어가야 임신이 되지 ... 밖에다 쌌는데 어떻게 임신이 돼냐?"

"야, 생물책 갖고와 봐!"

생물교과서를 폈다.

임신과 배란기가 나온 챕터를 펴고, 다음 달 시험에 안 나오는 부분임에도 다시 공부를 했다. 배란기 ... 가임기 ... 생리시작일로부터 2주전을 전후로 앞 뒤 2-3일은 임신이 가능하고 ... 어쩌고 ... 저쩌고 ...

"그럼 걔 배란기가 언제여? ... 지금 전화해서 물어봐라 ... "

"미쳤냐? ... 놀래가지고 울면서 집에 갔다는데 ... 전화해서 배란기가 언제냐고 물어봐?"

"그래도 물어봐야지 ... 여자목소리로 전화 걸면 안될까?"

"미친놈 ... 아주 지랄 옆차기하고 자빠졌네 ... "

"야, 까는 소리 말고 산부인과에 전화 걸어봐 ... "

당직 간호사가 “질외사정도 임신이 될 수 있구요, 생리날짜가 언제에요?”하고 물어온다. ... “... 음 ... 수고하세요!” 하고 전화를 끊었다.

...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당시 고 1이던 우리들의 성교육 수준은 이처럼 처참하고 처량하고 초라했다.

그렇게 걱정과 부러움의 공기가 방안을 가득 채웠다.

공범자로써의 쓸데없는 죄책감까지 느끼며 새벽까지 걱정만 하다가 돌아왔다.

... 며칠 뒤 놈은 여자 친구에게 생리날짜를 물어보다 욕을 바가지로 처먹고 ... 아무튼 다행히 임신은 안됐다.

그 사건 이후로 놈은 친구들 사이에서 ‘씹’을 해본 우리들의 영웅이 되었다.

언젠가 독일의 초등학교 성교육 교과서를 보다가 깜짝 놀랐다. 우리가 스무 살이 넘도록 잘 몰랐던 스킨십과 섹스와 임신과정이 상세하게 아주 잘 정리가 되어있었다. 반면 우리나라 어느 고등학교는 이성교제하다 걸리면 벌점이 있다. 남녀신체접촉 벌점 ... 팔짱 15점 ... 포옹 30점 ... 뽀뽀 50점 ... 이성교제하다 3번 걸리면 무조건 퇴학 ... 아, 도대체 이게 뭐니? ...

<너무 밝히는 알마>를 보고 사춘기 성적 욕망이나 성교육에 대한 얘기를 하려는 것은 아니다. 내가 그 영화를 보고 감동을 받았던 것은 ...

알마가 오슬로로 가출했을 때 (친구)언니의 친구들이 알마를 환대해주는 장면이었다. 언니와 그의 친구들은 ‘좆-알마’ 사건에 귀 기울여 들어주고, 함께 아르투를 씹어주고, 그녀를 위로한다. 그리고 이어지는 술 ... 음식 ... 노래 ... 춤 ... 소박한 파티 ...

... 축제가 벌어진다.

몇 분 안되는 그 파티 장면이 나를 두근거리게 했다. 난 그들과 함께 춤을 추고 노래하고 싶었다. 낯선 이를 환대하고 그와 어울리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기에 보는 이를 설레게 한다. 아름다운 장면이다.

엄마는 알마의 자연스런 ‘꼴림’ 현상을 부도덕한 것이라 모욕하고, 학교친구들은 알마를 개또라이 취급했지만, 오슬로 언니들은 알마를 욕망을 가진 한 사람의 인간으로 존중해주고 축하해주며 축제를 열어준 것이다.

그 소박한 축제를 통해 알마는 새롭게 태어난다. 자신의 욕망을 긍정하게 되고 자신을 비웃는 이들에게 쿨하게 말할 수 있게 된다. ... 좆까!

사춘기 아이들뿐이겠는가? ... 우리는 모두 각자 인생의 짐을 짊어지고 울면서 사막을 건넌다. 짐이 무거워 주저앉은 사람들, 가다가 자빠지고 넘어지는 사람들 ... 누구나 한번쯤은 감당하지 못할 고통의 무게에 짓눌려 쓰러진다.

그렇게 주저앉아 있는 이들에게, 나 역시 한때는 질타를 하고 비판을 했었던 것 같다 ... 나도 몇 번 주저앉아 울었으면서도 ... 문자로는 역지사지를 알아도 삶 속에서 그것을 행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역지사지라는 말은 정작 내가 억울한 입장이 되었을 때만 상대방에게 들이대는 문구일 뿐 ...

나는 여전히 사막을 건너고 있지만, 문득 뒤돌아보니, 저 멀리 내가 쓰러졌던 그 시절에 나를 일으켜 준, 나에게 축제를 열어준 그 손길들이 그립다.

이 영화를 아는 언니들과 봤다. 어떤 언니들은 억눌린 채 지나가버린 자신들의 잃어버린 사춘기에 억울해했고, 또 이제 맞닥뜨린 자식들의 지독한 사춘기에 당황하며 성장통을 앓고 있었다. 크고 작은 문제들이 있겠지만 ... 다시 훌훌 털고 일어나 무사히 사막을 건널 수 있기를 바란다.

사막의 오아시스와 같은 ... 우정과 환대의 축제가 있다면 ... 언제나 그렇듯이 이 또한 다 지나가리라 ...

세상의 모든 알마를 위해 ... 축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