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 옵하 고마워"
오사마 빈 라덴 습격 살해 거사 당일,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문엔 "파키스탄의 협조에 감사한다"는 구절이 분명 들어있었다. 근데? 그 담 날부터 바로 미국언론들은 요렇게 떠들기 시작한다. "거봐 파키스탄 색히들이 여태 빈 라덴 숨겨주고 있었던 거 맞지, 나쁜 색히들" ...응?
빈 라덴 목에 걸려있던 2천 5백만불의 포상금이 첫날엔 1)고마운 파키 옵하들한테 트로피와 함께 수여될 줄 알았는데, 하룻만에 빈 라덴을 숨겨준 공범, 2)나쁜 파키 옵하가 되버리는, 뭔가 꼬여버린듯한 꼴을 보며 우리 정상적 국제시민들이 느껴야하는 이 이질감의 정체은 무어신가? 이 옵하는 누구고 저 옵하는 또 누구란 말인가?
짚어보자
사우디아라비아를 제외하고 중동에 친미국가는 없다. (70년대부터 간간히 내부 권력투쟁을 위해 미국의 협조를 구하다 미국에 한껏 이용당한 후 팽 당한, 나라별로 존재하는 각 세력들은 언젠가 따로 얘기하기로 하고)
근데 1999년 파키스탄에 혜성같이 등장한 43년생 양띠 사자자리 무샤라프Pervez Musharraf 대통령(이라 쓰고 독재자로 읽는다)는 그 생긴 꼴이 여타 독재자와 전혀 다를 바 없는데도 불구하고 부시 대통령에 의해 "세상에 다시 나오기 힘든 개념탑재, 신념충만 정치인"으로 떠받들여진다. 왜? 지도상 미국에게 매우 소중한 위치에 있는 파키스탄에서 "친미"를 표방했다는 딱 하나의 이유만으로! (체신없는 부시는 공석에서도 모자라 사석에서도 "무샤라프 옵하는 참 호감 가는 타입"이라는 칭찬을 하고 댕긴다는 기사도 종종 나와주었다)
 (호감가는 무샤라프 옵하 - 1999 자력쿠데타로 입갤/07~08 민중들에 의해 퇴갤)
아프가니스탄-->파키스탄을 잇는 기름 수송로를 확보해야 하는 미국은, 그러나 북쪽에 위치한 아프가니스탄 친미정부와 파키스탄을 중간에서 딱 가로막고 있는 아프간 남쪽 지역의 탈레반 종간나들 땜에 정말 환장을 하겠는 상황이었거든.
아프칸 북쪽에 미국이 세운 괴뢰정부가 있지만 남쪽 탈레반에게 여론에서도 밀리고 힘으로도 밀리는 바람에 골치 아파 죽겠는데.. 탈레반 짱먹는 지역과 국경이 딱 맞닿아있으며 핵도 있는 파키스탄이 친미를 해주니 진짜 고마운 거지. 위와 아래서 종간나들을 포위해 해치워버릴 수 있다는 기대감이 인제 모락모락 피어나는 거다.
미국의 현 대통령인 오바마는 07년 당시 아직 대선후보로 결정도 안 난 상태에서 다음과 같은 예비 공약을 토하였다. "대 탈레반 군사작전 시, 전술상 필요하다면 그곳이 비록 파키스탄 영토 내일지라도 파키스탄 몰래 미군의 작전을 실행하겠다" ...응?
(이렇게 대입해서 상상하면 된다. 자민당 총리 후보 고이즈미 씨박히로 상이 공약을 하는 거다. "대 북한 군사작전 시, 전술상 필요하다면 경기도 파주에서 남한 정부 몰래 일본의 군 작전을 실행하겠다" ) 아~.. 응?
달러통화를 지키기 위해 벌인 소중한 이라크 전은 대충 마무리가 되가지만, 기름 수송로를 확보하기위한 아프칸 전은 아직도 끝이 보이지 않는 07년 미국의 타는 똥줄 정서를 이해못할 바는 아니지만.. 부시에 버금가게 응? 티를 내도 참 더럽게 냈던 맹랑한 신인 오바마의 당 발언은 매우 인상적이었다.
생각해보자
이 군바리 출신 독재자 무샤라프가 친미한다고 민중이 따라와 주면 좋지만.. 민중도 배알이라는 게 있는데.. 부시는 됐다쳐도.. 그나마 양심이 좀 있어보이는 민주당 인사들의 저런 발언을 지켜보는 파키스탄 사람들 심정이 어떻겠는가? 그래서 오래도록 쌍욕을 퍼부어대던 파키스탄 국민들은 07년 말 급기야 혁명을 일으켜 민간정부를 구성하고 무샤라프 옵하는 군바리 출신답게 계엄령을 선포해가며 버티다버티다 08년 하야하기에 이른다. 고로 작금의 파키스탄은 : 부시에게 매우 큰 호감을 주었던 위 무샤라프와 띠동갑인 55년생 양띠 게자리 자르다리 Asif Ali Zardari 가 대통령인 민간정부, 전문용어로 독재를 타도한 민간정부 되시겠다. 10년간 지속된 무샤라프의 친미정부를 존내 못마땅해한 민중의 열망을 받들어 자르다리 현 정부는 과거 그 어느때보다 굳건한 반미 기조를 4년째 유지해오고 있다, 아조 모범적으로.(라고 쓰고 아래 7번 밥솥 댓글 읽기를 권한다ㅋㅋ)
(자르다리: 모범적 반미대통령 - 08년 민중에 의해 입갤)
1999년부터 2007년 사이에 탈레반을 소탕할 수 있는 절호의 찬스를 놓친 부시에 이어 출범한 오바마 정부는 모범적 반미기조를 유지하고 있는 파키스탄 민간정부의 비협조로 인해 지지부진한 아프칸 상황 땜에 미국 국내에서 정말 쌍욕을 얻어드시고 있다. 이라크에 있던 미군, 거진 반 넘게 빼서 미국으로 돌려보내는 게? 아니라 아프칸에 땜빵시켜도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는다.
다시 빈 라덴으로 돌아와서..
빈 라덴 살해 직후 나온 오바마의 "파키스탄에 감사" 발언과 정확히 상반되는 바로 담날 미국 언론의 "파키스탄도 츠죽여야" 사이의 괴리감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 저것들이 이제 정신줄을 진짜 놓는 건가? 라는.. 지난 며칠간 계속된 <원 코리아/투 파키스탄?> 의문은 오늘 새벽 3시 가디언 발로 올라온 "Osama bin Laden mission agreed in secret 10 years ago by US and Pakistan이라는 제목을 단 이 기사에서 풀려주려한다. 여까지 읽어내려온 제군들도 감이 막 올려한다.(가디언원문보기)
해당기사 상단에 있는 요 사진을 보자.
왼쪽 : 4년 전 퇴갤당한 군바리 출신 독재자 무샤라프 가운데 : 몽키 부시 (요즘 잘 지내지?) 오른쪽 : 아프가니스탄 북쪽 괴뢰정부 대통령인 천하의 개병신 57년생 닭띠 염소자리의 카르자이Hamid Karzai다. (뭐 그렇게까지 욕을 하느냐라고 하면 할만하니까 한다고 말해야겠다, 잠깐 이 인물에 대한 배경설명을 하자면..)
-미국이 아프칸을 침공할 당시 공식정부는 탈레반이었다 -아프칸의 카르자이는 한때는 친 탈레반 막판엔 반 탈레반이자 아프간 통치왕족의 부족 출신이었다. -혼신의 힘을 다해 미국을 돕고는 있었으나 반미정권 탈레반의 훼방으로 카르자이, 그에게 떨어지는 떡꼬물은 너무 적었다 -늘 배가 고픈 카르자이는 그래서 미국 형님께 말씀 올렸다, "형, 우리나라에 쳐들어와줘" -미국은 그의 말을 들어주었다. (마침 츠들어갈 명분을 찾고 있었다는 말은 물론 해주지않았다) -자다가 날벼락을 얻어츠맞은 아프칸 사람들에게 미국은 이렇게 말했다. "느그 나라 어딘가에 빈 라덴이 숨어있다는 첩보를 방금 입수했다. 출처? 까무거따" -후일 나온 명망 있는 소식통에 따르면 카르자이 사업가는 아프칸 침공 직전 한 주 내내 미 펜타곤에서 열린 아프간 침략을 위한 전략회의에 참석하고 있었다
-탈레반을 몰아낸 미국은 반 탈레반 전직용사 카르자이가 대통령이 되는 현장에서 기립박수를 쳐주었다
어때, 씨발롱 맞지?
이렇게 밀려난 탈레반은 남부를 중심으로 근거지를 마련한 채, 세를 넓혀나갔고, 탈레반으로부터의 아프칸 남부 탈환이 점점 어려워지던 시절 미국은 "아, 이색히 맷집 좋다. 때려서 해결보기엔 시간이 넘 오래 걸리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자, 쳐부수지 못할 바엔 차라리 대등한 파트너로 인정하는 정책도 시도한 바 있다. 05년 말부터 부시 정부는 아프간북부 + 아프간남부(=탈레반) + 파키스탄 3자 협정을 권유하기 시작했다. 기름 수송로로 얻게 되는 이익을 둘이 아닌 셋이 나눠먹으라는 얘기였다. 근데 여기서 가장 큰 장애는 저 위의 씨발롱, 아프칸의 사업가 출신인 카르자이 현 대통령였다. 혼자 쳐먹을라고 나라를 팔아먹은 놈이 한 푼이라도 나눠먹고 (안)싶은 거지. 그래서 그 3자 협정은 05~07에 걸쳐 지지부진한 상황에.. 아놔 파키스탄마저 혁명에 의해 반미정부가 들어서니 미국은 그저 눈물이 나는 거다. ㅜㅜ
각설하고 가디언 지 기사를 화끈하게 요약하면 이거다.
"오랜 기다림 끝에 오늘날 우리가 맺은 <빈 라덴 살해 성공>이라는 열매의 시작은 10년 전 이미 미래를 내다봤던 해당지역 정치영웅들에 의해 그 소중한 싹을 틔웠다는 거지. 우리가 그들의 혜안을 이 기쁜 순간에 쫌 기억해줘야 한다는 거지. 응? 긍까 지금은 무식한 민중에 의해 얻어맞고 쫓겨나있지만 무샤라프 전 파키스탄 대통령의 시대를 초월한 당시의 영웅적 결단을 전 세계가 같이 함 짚어줘얀다는 거지.." ㅋㅋㅋ
미국 구글 국내 <빈 라덴> 카테고리 탑에 위치했던 당 가디언 기사를 통해 내가,니가,우리가
1) "야, 그때가 언젠데 이제 와서 뜬금 없는 무샤라프 얘기를 끄내는 거니, 미국 니들이 언제부터 그렇게 의리가 있었다고" 라고 비웃어줄라는 순간? 이 글 서두에서 제시된, 지난 며칠간 정신분열 스타일을 선보인 미국 형님들의 <고마운 파키옵하/나쁜 파키옵하> 론이 불현듯 떠오르는 거다.
-아! 오바마가 말한 <고마운 파키옵하>는 현재 런던 구석떼기에 처막힌 채 "나는야 탄압받아 고독한 망명 정치투사" 행세를 하고 있는 무샤라프, 그리고 그를 기리는 파키스탄 내 어딘가에서 무럭무럭 자라나고 있을 "장래의 친미새싹"들이고,
-언론이 말하는 <나쁜 파키옵하>는 자르다리 대통령이 수반인 현재의 "파키스탄 반미(공식)정부"를 뜻하는 거구나~" 일케 깨달음이 확 와버리는 거지.
글고 미국 형님 정신상태가 멀쩡한 걸 확인하니 마음이 막 푸근해지는 거고.
또 형님이 멀쩡한 정신상태라는 조건 하에 보니
2) "무샤라프를 추억하는 사진에 뜬금 없이 한자리 차지하고 앉았는 아프칸 카르자이.. 넌 또 모냠?"에서 형님의 용의조또한 의도가 또? 딱 짚어지는 거고.
인터넷 언론도 요즘은 거의 그렇지만 가디언 끕 내력 있는 언론의 정치기사를 보면, 기사 배열 순서, 공론화 시기 같은 편집형태는 물론, 동원되는 모든 요소들 - 문구 선택/ 예시로 사용하는 소재/사진의 경우엔 더더구나 각도, 조명, 심지어는 포토샵을 동원, 조작과 함께 <명백한 의도를 갖고> <타겟층에 맞춰> 사용한다.
고로 무샤라프 기념이 온리 의도였다면 오른쪽 구퉁이를 잘라낼 수도 있었고, 또 10년 넘는 세월동안 값진 우정을 쌓아온 부시/무샤라프의 관계상 둘만 찍은 사진이 글케 귀할 리도 없는데, 카르자이 부분을 굳이 '08년 기름길 3자협의 당시 모습'이라는 설명과 함께 게재한 이유는..?
그랬다. 역시 모든 길은 기름으로 통하는 거였다. 미국은 기름길을 열어줄 또하나의 무샤라프를 광야의 철인을 기다리는 심정으로 소망하는 거였고, 이 기사는.. 타겟층이 위에서 말한 2) "중동 내 친미새싹"들도 있지만, 보다 중요한 메시지는 1) 필.요.한 타겟층을 향한 서방의 "기름길 확보" 의지를 강력하게 표출하는 일.타.쌍.피. 기사였다.
서방언론이 있는 대로 코너로 몰아가면 파키스탄 현 정부의 입지가 좁아질까? 서방이 원하는 "기름길 확보"에 보다 협조적인 친미정부가 들어설 수 있을까? 모른다. 어느 정권이든 4~5년 지나면 원래 아무리 잘한 정권이라도 이런저런 불만이 생겨나기에 충분한 시간이고 그런 거잖아. 어쨌든 늘 그래왔듯 미국은 이 껀을 기회로 삼아 파키스탄에 다시 한 번 친미정부를 세우는 작업을 시도할 걸로 보인다.
아직 한국 신문엔 안 떴고, 오후에 뜨더라도 미국 형님들의 진심을 이렇게 허심탄회하게 짚어줄 리 없는 한국 언론이므로 자세한 내역은 우리끼리만 알고 웃자. ㅎㅎㅎ (2011/05/10)
☆무샤라프 전 대통령 파키스탄 귀국 선언 2012/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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