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설명) 2009년, 대학농구협회장 출마를 선언하는 정봉섭 전 중앙대 농구부 감독. 용안(?)만 봐도 박종환 못지 않은 빠따의 기운이 느껴지지 않는가?!
지금은 은퇴한 중앙대 농구부 정봉섭 전 감독, 내가 나이는 어려서 그 분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하지만, 두 가지만은 기억해.
하나는 매서운 빠따질. 고려대의 임정명, 연세대의 최희암같은 경우에는 이상민, 전희철같은 아이돌 스타한테는 감히 매를 대지 못했지만, 이 할배께서는 허재, 강동희도 얄짤없었단다. 허재같은 경우에는 노 마크 상황에서 덩크 시도하다가 몸개그한 다음에 죽도록 맞았다지.
또 다른 하나는 장신 선수들에 대한 엄청난 집착. 예전에 실업야구 홈런왕 출신 박영길 감독이 선수들한테 "빠따를 짧게 잡고 볼을 결대로 밀어서 우중간에 볼을 떨어뜨려야 해"라고 하며 짧은 푸시스윙을 강조했고, 축구에서도 터프한 수비수 출신의 조윤환, 최윤겸 감독이 패스 축구, 볼 컨트롤 능력을 강조했던 것처럼 많은 지도자들은 자신이 현역 시절 가지지 못했던 것을 강조하는 경향이 강한데, 이 할배도 현역 시절 1m 65의 단신이어서 서러움이 많았던지 유독 장신 선수들을 좋아했지.
그래서 봉섭 할배는 1m 87의 허재가 장신 스윙맨 소리를 들을 때부터 키 1m 90 이상의 포인트 가드(약칭 P.G로 통일한다)를 키우려고 무진장 노력했어. 비록 끝없이 실패하긴 했지만.
봉섭 할배가 처음 장신 P.G로 염두에 둔 선수는 88학번의 양형석(1m 98, 82kg/삼일상고 출신)이었어. 이미 중앙대에 2m를 훌쩍 넘긴 센터가 두 명(정경호, 표필상 --;;;)이라 있는지라 그들에 비해 체격이 왜소한 양형석은 센터로써의 가치가 떨어졌고, 그래서 봉섭 할배는 양형석이라는 인간의 인생도 구제할 겸, 양형석의 빠른 발(100m를 12초 대에 끊었다지)도 살릴 겸 해서 P.G로 컨버터시키려고 많은 공을 들였대. 근데 초딩 때부터 키 크다고 센터만 봤던 선수가 3년이라는 시한부 기간 동안에 P.G로 완벽하게 전업하는 게 쉽겠어? 결국 양형석은 죽도 밥도 아닌 어정쩡한 선수가 되었고, 훗날 신생팀 SBS에 입단했다가 소리소문없이 은퇴했어.
그래도 불굴의 남한 사나이 봉섭 할배, 포기는 없었어. 7년 뒤에 고려대와 쩐의 전쟁을 벌인 끝에 네모 슈터 조우현(1m 91, 부산 동아고 출신)을 입학시켰고, 조우현이 첫 대회에서 더블팀에 걸리면 센스있게 노마크 찬스를 만드는 A패스를 여러 차례 날린 것을 보고서는 P.G로 키우려고 했지. 근데 게임 메이커로써의 역량이 빠따로 만들어 져?? 이것도 처참하게 실패.
그리고 얼마 전 상무에 신병으로 합류한 명품복근 강병현(1m 93)이. 강병현이 중앙대에서 뛰던 때는 내가 고등학교에서 야자에 시달리던 시절이고, 이 때부터 공중파에서 대학 농구를 보기 힘들어져서 병현이의 플레이 스타일은 잘 모르겠어. 근데 프로 신인 때 P.G 보면서 서장훈한테 엔트리 패스도 제대로 못 넣는 걸 보니까 얘도 조우현과 비슷한 과였던 것 같애. 슈팅 가드(약칭 S.G)치고는 패스 센스가 뛰어나니까 얘도 잘 다듬으면 장신 P.G가 될 거라 생각했는데 실패.
왜 봉섭 할배, 아니 정봉섭 감독의 장신 P.G 발굴 프로젝트는 실패했을까? 전문가가 아닌 나의 생각은 이래.
첫 번째는 분단국가+남방계 인종이라는 한계 때문에 1m 90만 넘기면 실력이 좋건 나쁘건 간에 무조건 포워드나 센터로 훈련시키는 남한이라는 나라의 농구 환경이 원인이 아닌가 싶어. 뭐든 어릴 때 기본기가 중요한 데 어린 시절 골밑에서 몸싸움하고, 엔트리 패스만 받아먹었던 장신 선수들이 다른 포지션으로의 전향이 쉽겠는가?
두 번째는 정봉섭 감독 특유의 강압적 훈련방식과 강박관념이 오히려 독이 된 게 아닌가 싶네. 자신은 현재의 포지션에 익숙하거나 만족하고 있는데, "넌 포인트 가드 해야 돼"하면 하고 싶은 사람이 얼마나 되겠어? 그리고 자신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다고 스팀 올리고, 빠따 때리는 지도자가 있으면 훈련의 집중도가 얼마나 될까?
세 번째는 찌라시들의 과도한 띄워주기. 예전에 길거리 농구 출신의 2m대 가드라고 띄워줬던 정훈, 미국 고등학교에서 P.G와 S.G를 번갈아가며 소화하던 2m 3의 최진수. 다 정통 P.G라기보다는 전형적인 스윙맨 스타일인데, 찌라시들은 이들을 보고서 "우리도 2m대 포인트 가드를 가지게 됐다"고 설레발이 쳤지.
그래도 나는 정봉섭 감독이 이루지 못한 1m 90대의 정통 포인트 가드를 보고 싶네. 그러려면 하루 빨리 휴전선이 두 동강이 나고, 떡대좋고 운동신경 좋은 함경도, 평안도 쪽의 북방계 친구들을 키워야겠지??
[이 게시물은 관리자에 의해 2011-12-20 07:12:58 바보놀이에서 복사 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