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자 언냐가 기자 타이틀까지 붙여주는 마당에 기자노릇은 못해도 시늉이라도 해바쳐야 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어서 몇 자 적는다.
유시민이 그랬다. 참여정부의, 노무현의 부채를 계승하겠다고. 갚아가겠다고. 근데 우리가 해결해야 할 숙제가 그것만 있는 건 아니겠지.
정의를 어떻게 세워갈 것인가, 시민의 자유는 어디서부터 채워갈 것인가
봉팔러들의 직업과 전문분야는 참 다양할 거라고 본다. 거기에 노무현과 유시민을 사랑하는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관점과 마인드 역시 봉팔러들이 갖고 있을 거라고 믿는다.(아니면 말고가 아니고 진짜로)
물론 지금 시기가 한가하게 숙제 운운할 타이밍은 아닐 수도 있지만 기자 타이틀도 다들 받은 마당에 놀면 머하나? 노니 개 팬다고, 생각날 때 숙제 하나씩 정리해 두는 것도 나쁘지 않을 거 같다.
원래 숙제란 건 해결해야 할 무엇임과 동시에 답이 있어야 하는 거지. 그런데 지금 당장 답까지 만들어두자는 건 아니고 그냥 문제만 정리해 두자는 정도.
그런 의미에서 숙제 하나 정리해 두려고 한다.
다들 알다시피 우리 근현대사를 돌아보면 참 파란만장하다.
그 중에 굵직한 흐름만 정리해도 동학혁명과 항일독립운동(무장투쟁), 해방 직후의 좌우 대립과 제주 4.3사건, 승만이 집권, 동족상잔의 한국전쟁과 양민학살, 4.19혁명과 뒤이은 쿠데타, 유신에 암살에 민주화의 봄과 서울역 회군, 그리고 광주항쟁과 민주화운동, 6.10항쟁과 양김 분열, 정권교체 기타 등등
이런 흐름 중에서 국가나 공권력에 의한 민중, 시민의 희생 문제가 있다. 물론 이것은 이념 대립이라는 표피를 둘러싼 학살, 국가 안보라는 표피가 덧씌워진 인권탄압이라는 문제이기도 하다.
정의로운 국가의 핵심은 바로 여기서부터 출발해야 한다고 본다.
외세를 등에 업고 자국민을 무차별로 학살한 동학농민전쟁 때의 조선왕조.
식민통치에 빌붙어 자국민을 학살하고 고문하던 일제와 친일파들.
그에 뒤이어 북에서 쫓겨온 친일파들 집단인 서북청년단이 공권력도 아니면서 공권력을 행사하며 수만명의 무고한 양민을 학살한 제주4.3항쟁. 동족을 학살하라는 명령을 거부하고 반란을 일으켰다가 몰살당한 여순사건과 당시 함께 학살당한 인근 지역의 양민들.
빨치산 토벌 과정에서 빨치산에게 밥을 줬다는(이라고 쓰고 뺏겼다고도 읽는다) 이유로 동네 하나가 단체로 씨가 말리는 학살을 당한 많은 사례들(거창양민학살 같은)
한국전쟁이 발발하자 적(?)에게 협조할 우려가 있다며 교도소에 갇혀있던 좌익사범을 사법절차도 밟지 않고 수천명씩 학살하여 암매장하거나 수장한 사건, 전향하면 살려준다고 보도연맹을 만들어 가입시켜 놓더니 어느날 죄다 끌고가서 집단으로 학살한 보도연맹사건.
피난민 속에 인민군이 숨어있을지도 모른다며 무차별 공중폭격으로 무고한 양민을 수없이 학살한 미군의 폭격들(노근리 사건 등)
괜찮다고, 가만 있으라고 구라치고 저만 살자고 도망간 이승만, 그들이 도망가면서 한 짓은 북한군이 쫓아올까봐 무서워서 피난민들이 건너고 있던 한강다리를 폭파해버린 것. 그래놓고 서울 수복 이후 피난가지 못하고 남아있던 주민들에게 북한에 부역했다는 혐의를 씌워 다시 학살한 사건.(전국동시다발)
한국전쟁 당시 의용군이 필요하다며 수십만의 사람들을 끌어모아 놓고서는 썩을 친일파 새끼들이 물자를 중간에 다 빼돌려서 굶어죽고 병들어 죽고 얼어죽은 게 수만명이라고 하는 국민방위군 사건.
열거하기도 힘들만큼 많은 공권력의 무자비한 폭력과 학살로 당시 북한군에 의해 죽은 사람보다 국군, 경찰, 헌병대, 서북청년단 같은 준사법집단에 의해 죽은 사람이 몇 배 많다는 주장들.. (시민사회와 학계에서는 한국전쟁을 전후하여 학살당한 양민이 100만 정도라고 추정)
이런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고서 어찌 국가가 정의를 말하고 신뢰를 말할 수 있나?
군사독재 시절 무수히 많은 간첩사건 조작, 고문은 대개들 많이 알지만 그 사건들의 가해자들이 처벌받았다는 소린 못들어 봤을 터. 재심을 통해 무죄를 선고받고 배상 판결까지 받은 케이스들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개별 사건마다 재심 과정과 별도의 배상 재판까지 피해자가 치러야 된다는 것도 참 웃긴 일이다.
이런 문제의 해결을 시민 개개인에게 미뤄놓고 재판에서 이기면 배상하고 지면 모르쇠하는 게 정의로운 국가일 수 있는가?
친일청산의 문제 역시 더 없이 중요하나 다들 잘 아는 문제이니만큼 여기서는 생략.
이런 문제들의 공통점은 인권의 문제라는 것, 국가 공권력의 적법한 행사와 관련한 문제라는 것, 그리고 잘못된 공권력 행사에 대해 국민에게 어떻게 피해를 배상하고 정신적 물질적 피해를 복구해 주느냐 하는 문제라는 것. 결국 정의의 문제로 귀결된다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