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렛나루 히끗한 외로운 노총각 중년남자의 '환상'에 관한 이야기이다.
물론 이 영화에서 노골적인 환상장면은 전혀 없다.
주인공은 시체촬영전문 경찰. 경찰답지 않게 소심하고 폭력과는 거리가 멀어 동료 경찰들이 반어적 의미로 '미친 개'라는 별명을 붙여주었다. 그리고 글로리는 매드독이 우연히 인연을 맺게 된 마피아 두목의 소유물인 여자. 마피아 두목은 매드독에게 글로리를 일주일간 함께 지내라고 '선물'하고 매드독은 사랑하게 된 글로리를 다시 마피아 소굴로 돌려주지 않기 위해 생전 처음 '용기'를 낸다.
이 영화가 환상을 이야기하고 있다고 했지만 사실 이 영화의 진행은 매우 소박하고 일상적이다. 그게 이 영화의 전략이라는 생각이다. 별다른, '영화같은' 거창하고 멋있는 액션씬도 없고, 등장인물들도 매우 생활적이고 구체적이어서 지극히 평범하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 벌어지는 일은 우리네 일상에선 절대 일어날 것 같지 않다.
남자의 환상. 똑똑하고 잘 생기고 폭력에 굴하지 않고 특별하고 싶은 환상. 지금의 자신과 다른 사람이 되고 싶은 환상..그건 마피아 두목도 눈에 띄지 않는 경찰도 마찬가지이다. 이 영화는 얼핏보면 이런 매우 보편적인 감정을 다룬, 그냥 그저 그런 해피엔딩 상업영화 같지만 볼수록 매우 정교한 영화라는 생각이 든다. 심지어는 단순한 직업인과 예술가의 관계에 대한 성찰도 엿볼 수 있다.
이 영화가 남자의 '판타지'에 관한 영화라는 증거 몇 가지..
1. 매드독이 글로리에게 자신이 새벽에 도심 도로 한 복판에서 노루를 봤고 노루와 단 둘이 그 거리에 있었다고 이야기하는 장면이 있다. 그리고 그 노루 사진을 찍었다고 한다. 그런데 글로리와 집에 와서 사진을 보여주겠다고도 말 하지만 둘이 '딴 일' 하느라 그 사진은 영화에서 끝까지 보여주지 않는다.
2. 마피아 두목 빌 머레이는 몇 번이나 주인공에게 "난 너의 꿈을 이뤄준다"고 말한다.
3. 글로리가 오기 전 매드독은 평소에 혼자 거실에 외롭게 있으면서 옆 집에 사는 연인이 창가에서 알몸으로 포옹하는 장면을 몇 번 목격한다. 그런데 글로리가 오고나서 매드독이 글로리를 창가로 데려가 옆집 보란듯이 알몸으로 포옹하면서 슬며시 옆집 창문을 보는데 옆집 창가엔 아무도 없다. 매드독이 이전에 보았던 옆집 연인은 과연 실재했던 것일까.
4. 이 영화에서 표면적인 주제를 말하듯이 "배짱이 있어야 영광(Glory)이 있다"는 대사가 몇 번 나오는데 이 영화의 여주인공 이름이 '글로리'다. 노골적인 환상을 형상화한 작품이 아니라면 이렇듯 노골적으로 여주인공 이름을 정할 수 있을까..
5. 이 영화는 오프닝을 흑백으로 시작한다. 그리고 마약거래범 살인마가 마약에 불을 붙일 때 컬러로 전환된다. 이 영화가 본격 범죄영화도 아니고 앞에 나오는 중요하지도 않은 인물과 사건에 그런 형식을 썼을리가 없다.
그리고 이 영화, 매우 재미있다.
아무 생각없이 보더라도 한동안 웃음이 떠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루이스 프리마의 불멸의 명곡, "Just A Gigolo (Nobody)"란 노래를 따라 부르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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