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자신이 자라온 환경을 벗어났을 수 있을까? 즉 뿌리를 거부하고 새로운 사상을 자신의 정체성으로 삼았을 때 제대로 된 인간이라고 평가할 수 있을까? 이것이 내가 조광래에 의문을 제기하는 근본적인 이유다.
단지 축구만의 얘기는 아니다. 스포츠던 문화던 정치의 영역이던 모든 지도자가 갖추어야 할 최소한의 아니 절대 있어서는 안 될 근본적인 문제에 대해 의문을 제시하는 것이다.
예를들어 보자. 한 정치지도자가 있다. 그런데 그가 대한민국이라는, 우리 한민족이 형성, 발전되어 오면서 경험하고 축적했던 역사를 무시하고 서양이라는 외부에서 그럴듯하게 보이는 제도나 문화를 우리것으로 만들겠다는 사상을 가지고 정치행보를 했을 때 결과가 어떠했는지 우리는 알고 있다. 한국적 민주주의라는 엉뚱한 논리로 자기 합리화 시키며 역사 발전에 있어 결코 바람직하지 않은 결과를 양산했다는 것을 우리는 뼈저리게 경험했다.
나는 조광래의 발언이나 행보에서 이 점을 느낀다. 분명 한국축구는 역사와 전통을 가지고 있다. 비록 그것이 세계축구에서 아직은 변방에 머무르는 수준에 불과하다고 할지라도 말이다. 현재의 수준이 불만족하다면 개선점을 찾아야 된다. 인프라의 문제라면 인프라를 갖추어야 하고 세계적인 선수들과의 경험이 부족하다면 해외에 진출시켜 같이 경쟁해야 하고 제도의 문제라면 합리적인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여기에 대해서는 누구하나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거라 본다.
하지만 절대 놓쳐서는 안될 게 있다. 우리가 자라고 형성해 온 문화와 뿌리에 대한 자부심말이다. 제도개선이던 기술향상이던 그 근본은 우리의 전통에 뿌리를 두고 이루어져야 한다는 얘기다. 우리의 것을 부정하고 선진화된 나라의 것을 받아들여 우리의 것으로 대체한다? 자신에 대한 자부심조차 없는 비겁한 인간의 행태에 불과하다.
한국축구엔 한국축구만의 고유한 특성이 있다. 강한 압박과 스피드. 세계적인 수준과는 한 참 동떨어지긴 했어도 말이다. 한국축구를 발전시키려면 출발점은 이것에 대한 인정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왜냐하면 이 고유한 특성엔 한국인만의 고유한 특성이 녹아있기 때문이다. 네덜란드, 브라질, 아르헨티나, 스페인, 이탈리아, 잉글랜드가 자신들만의 고유한 특성을 가지고 있듯이 한국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조광래는 이걸 부정한다.
브라질이 요즘 엉망이다. 침체기에 접어들었는데 지코가 이를 개선한답시고 조직력을 바탕으로 한 축구로 전환한 적이 있다. 결국엔 결과도 신통치 않았거니와 브라질 축구를 사랑하는 자국민들에게(나를 포함한 전세계 축구인들에게) 욕이란 욕은 다 먹고 끝냈다. 브라질 축구는 브라질 축구다울때 브라질 축구인거지 개선점을 찾는다고 근본적인 것을 부정했을 때 이미 브라질 축구는 아니다. 만약 브라질이 조직력 축구로 체질을 완전히 바꾸고 성공했다고 치자. 그러면 그게 브라질 축구인가?
요즘 스페인축구가 대세다. 패싱게임이라는 새로운 축구가 전세계의 흐름을 지배하고 있는데.. 조금만 거슬러 올라가 보자. 1960년대 브라질 축구, 70년대 네덜란드의 토탈사커, 80년대 이탈리아의 카테나치오, 90년대 프랑스의 아트사커 그리고 21세기에 드디어 스페인의 축구가 그 화려한 결실을 맺었다. 스페인은 현재의 위치에 올라오기 위해 스페인축구의 전역사를 여기에 투자했다. 그들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패싱게임을 해왔다. 그것이 그들의 문화였고 축구였다. 위에서 언급한 나라들도 마찬가지다. 이건 절대 변할수 없는 사실이다.
일본의 예를 들어보자. 80년대 이전까지만 해도 3류도 안되는 일본축구의 수준이 j리그 출범과 함께 나날이 성장한다. 2000년이후 간간히 한국을 위협하더니 지금은 엊그제 경기처럼 한국축구를 완전히 우롱하는 수준에까지 도달했다. 그런데 여기에서 한가지 주목해볼 점이 있다. 80년대 이후 일본은 현재 그들이 구사하는 패싱게임을 계속 해왔다는 점이다. 벌써 30년의 역사를 가진다. 그것이 현재에 와서 빛을 보는 것이다.
또 한가지 주목해볼 것이 있는데 각 나라가 구사하는 축구의 전술엔 그 나라의 고유한 민족성이 묻어있다는 점이다. 브라질이 화려한 개인기의 축구를 구사하는 것도, 스페인이 패싱을 통해 경기를 풀어가는 것도, 독일이 견고한 조직력 축구를 하는 것도, 전부 그 나라의 민족성에 뿌리를 두고 있다. 국민의 기질이 그러하기 때문에 그러한 축구를 잘 할 수 있는 것이다.
조광래는 이 사실을 거부한다. 우리만이 가지는 축구에 대해 부정한다. 현재의 세계적 흐름이 패싱게임이니까 이것을 하겠다. 단지 그것뿐이다. 이러한 현실 앞에서 선수 개개인의 능력이나 전술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맞지도 않은 옷을 입혀 놓고 왜 제대로 못하느냐고 윽박지른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본능을 억제하고 축구를 해라? 말이 되는 소리라고 생각되나? 한국인에게 패싱게임은 어울리지 않는다. 일본이니까? 일본인의 국민성에 맞으니까 패싱게임이 가능하고 그럴듯하게 흉내라고 내는 것이다. 한국인들의 기질은 일본과 다르다.
ps) 일본축구를 깨기 위해서는 한국인이 지금까지 해왔고 잘 하는 방식을 더욱 정교하게 다듬는 방법을 선택해야지 이제라도 일본인이 해 왔던 패싱게임을 통해 일본을 잡겠다?는 발상이 도대체 제정신 가진 이로서 가능한 얘기라고 생각되나? 그리고 패싱게임이 뭐 전지전능한 것이라고 생각하는 모양인데 아마도 올해부터는 바르샤도 그렇고 스페인 축구에 대해서도 다양한 대응책이 나올거라 본다. 뭐 당분간은 좀 힘들지도 모르지만... 그래봐야 2~3년 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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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광래가 뭔가 변화를 시도 하고 있는것 만은 분명하다.
그 시도가 한국 고유의 것을 싹다 무시하고 새로운 것을 시도한다고 보기는 힘들다.
글쓴이가 말하는 것처럼 조광래 감독이 우리만의 것을 무시하고 새로운 것을 만드는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 한일전 패배는 축구 경기중 늘 있는 상황이다.
일본은 철저히 준비를 했고 우린 방심했다. 그리고 일본은 주축맴버들이 최전성기에 있다.
지난 월드컵이후 한층 전력이 더 강화된데 비해서 우린 세대교체기에 있다.
세계 정상급에 있는 나라들도 세대 교체기에는 늘 어려움을 겪는다.
박지성 이영표의 공백을 메울려면 브라질 월드컵이 끝나야 가능하다.
클럽팀은 기존 선수들이 빵꾸가 나면 돈으로 유능한 선수 싸오면 되지만..
국대는 자국의 자원으로 메워야 한다. 한일전 그것도 평가전 한경기 졌다고 너무 오바할 필요가 없다
정작 중요한 것은 축구 인프라다. 우수한 선수들이 꾸준히 배출 될 수 있는 축구 인프라 말이다.
유시민 대표가 말했듯이 정치도 생산 공정이 잘못되면 불량품이 생산된다고 했다.
축구도 마찬가지다 생산 공정이 잘못되면 우수한 제품이 안나온다.
그 공정을 바꾸는것이 가장 중요하다.
아래 내 글에서도 밝혔듯이 정치도 풀뿌리 정치가 중요하고 축구도 풀뿌리 축구가 중요하다
일본의 성장세는 기본에 충실했기에 가능했다.
우리가 정작 걱정해야 하는 것은 기본을 무시하고 결과에 목메여 있는 현 대한민국 축구 구조다.
그리고 아직도 깨닫지 못하고 있는 축협의 윗선들의 안일한 행정이 문제지..
엘리트 위주의 축구발전에는 한계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