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 어느 날 우체국에서...... 차례를 기다려 직원을 마주하니 그가 수북한 우편물을 보며 괜히 물어본다는 듯이 이랬다. “빠른 등기로 할까요?” 나는 어이쿠, 했다. 왜냐하면 평소 우편물을 많이 보내는 우리 사장님이 이런 우체국 직원들을 엄청 미워하기 때문이다. 괜히 따라온다 싶더니. 역시 기분이 상한 사장님은 욕을 하듯이 쏘아붙였다. “그냥 일반 우편으로 해, 인간아!” 그러나 주제 파악 못한 젊은 남자 직원은 물러서지 않았다. “그러면 일주일 뒤에 들어갈 수도 있고, 경우에 따라서 분실될 수도 있습니다. 그럴 경우 책임지지 않습니다.” 그 소리에 우리 사장님이 폭발했다. “이런 시발, 개똥같은 소리 하고 자빠졌네. 너 지금 나를 협박하는 거냐? 왜 그런 말을 하는데? 당신들 매출액 올리는 데 도움 되는 등기 우편 유도하려는 거잖아? 바보야. 내가 초등학생 이래로 수십 만 통 편지와 소포를 보낸 사람이다. 등기 아니어도 잘만 들어가더라.” 언제부터인가 직원들이 한결같이 그 소리다. 아마 IMF구제금융 시기를 거치며 우체국이 구조조정을 하고 난 뒤부터였던 것 같다. (사장님 말로) ‘이 개새끼들’이 약속이나 한 듯이 우편물은 ‘당연히’ 등기로 보내야 한다는 듯이 유도했다. 그러면 대부분의 뭘 잘 모르는 사람들은 그렇게 하고 만다. 하지만 편지 애호가인 우리 사장님한테는 전혀 안 통한다. “야! 일반 우편이 가장 기본적인 것인데, 왜 그걸 마치 무슨 결함이 있는 것인 양 떠드느냔 말이야. 기차표 끊으려는 사람한테 KTX죠? 하고는, 고객이 무궁화호 표를 달라고 하면, 기차선로에 이상이 생겨서 밤새도록 객차에 갇혀 생고생을 할 수도 있고, 누군가 죽어서 시체 썩는 내가 진동하는 최악의 상황을 겪을 수도 있다는 식으로 얘기하는 거랑 뭐가 달라? 너는 아침에 출근하면서 네 와이프한테 오늘 벼락 맞아 죽을지도 모르니 각오하라고 하냐?” 그 직원에게 열받은 사장님은 일본에 있는 친구에게 보내는 우편물도 일반 우편으로 정했다. 해외에 나가는 것이라 분실 우려도 있고 또 빨리 보내기 위하여 요즘 일반화된 국제 특송 택배로 보내려던 마음을 급 수정한 것이다. 나는 따로 들고 간 우편물을 보통 서류 봉투에 넣고 주소를 적었다. “이건 일본인데 이것도 일반으로 하쇼!” 사장이 말하니 약간 흥분하고 또 기가 죽은 직원은 무슨 소린지 못 알아듣고 자꾸 “예? 예?” 했다. “일본이라고.” “예?” “일본. 일반이 아니고. 일본. 닙폰. 저팬. 자팡이라고 해야 알아들어?” “아, 예.” 직원은 뒷머리를 긁적이며 노란 종이를 내주었다. 물건 내용과 가격을 적으라고 했다. 적어서 주니 그것을 봉투에 붙였다. 요금이 2800원밖에 안 했다. “어디 얼마나 걸리는지 한번 보자. 그리고 분실되는지 한번 보자. 분실 안 되기만 해봐라.” 좀 오래 걸리긴 했다. 열흘이 지나서 잘 받았다는 연락이 왔나 보다. “봐라.” 사장님에 내게 말했다. “아무 탈 없이 잘만 들어가잖아. 우편물 상태가 어떠냐니까 운송 과정 중에 여러 손을 거친 흔적이 봉투에 나 있다고 그러더라. 그게 옛 추억을 상기시켜서 정겹더래.” 사장님은 휴, 하고 긴 한숨을 쉰 다음 결론을 내렸다. “개똥같은 것들. 잘난 척 지랄들 해봤자 결국엔 돈이지. 총액이 얼마냐, 이거잖아. 모든 게 그것으로 수렴되잖아. 똥이고 밥이고 간에 그래서 뭐, 총액이 얼마야? 이게 결론이라고. 총액 앞에서는 하느님도 알라도 개*이다. 총액이 유일신이야.” .... 내 연봉 총액이 얼마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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