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동주의의 “학습” 원리는 우리 행동에 대한 적용범위가 매우 넓다. 그 중의 하나인 도구적 조건형성(“행동->결과” 간 연합의 형성)에 대해서는 요 아래 글에 쉽게 정리되어 있다.
도구적 조건형성의 원리를 좀 풀어 써보자. 어떤 행동의 결과로 어떤 강화물(즉, 보상)이 주어지면, 그리고 그러한 행동->결과 연합 사건을 반복해서 경험하게 되면 우리는 그 결과를 얻기 위해 습관적으로 그 행동을 하게 된다. 이것을 뒤집어 얘기하면, 모든 반복되는 행동은 그 결과를 얻기 위한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어떤 반복되는 행동의 결과를 확인해낼 수만 있다면 그 행동의 원인을 알 수 있고, 급기야 그 행동을 바꾸어주는 것도 가능해진다.
자, 이제 도구적 조건형성의 원리로 고약한 행동을 하는 아이를 이해해보좌.
백화점 5층 완구코너에 가보면 바닥에 드러누워 땡깡을 부리는 너 댓 살 된 꼬마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그 아이를 어떻게 이해하고, 그 문제를 어떻게 고쳐줄 수 있을까 ? 아이는 정말 도덕적으로 고약한 것일까 ? 정녕, 성악설이 맞는 것일까 ?
자, 엄마하고 완구코너에 왔을 때 아이가 가지고 싶은 것이 눈에 화악 들어왔을 것이다. 이 상황에서 아이는 어떤 행동을 할 수 있을까 ? 1) 말로 곱게 요구한다: 엄마, 나 저거 사줘 ! 2) 찡얼거리면서 엄마 치마를 잡고 늘어진다. 3) 바닥에 드러누워 땡깡을 부린다.
따져보자. 위 1), 2), 3)의 행동 중 어떤 것이 결과적으로 아이가 원하는 것을 얻는데 도움이 되었을까 ? 대개의 엄마들은 위 1) 또는 2)에 대해서는 무시한다. 그러다가 3)이 나타나면 주변 사람들 보기에 챙피하기도 하고, 냄편이란 작자는 그까이거 얼마 한다고... 그냥 사줘라... 아이 버릇 나빠지게 뭘 그러냐... 뭐 이런 식으로 말할 것이다. 아이 엄마는 기분이 썩 나쁘지만 그냥 사 줄 수밖에 없다.
그러면, 아이의 입장에서,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는데 1), 2), 3) 중 어떤 것이 가장 효과적이었을까 ? 당연 3) 이다. 그러니까, 이 아이는 원하는 것이 있을 때 무조건 바닥에 드러누워 땡깡을 부리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라는 것을 “학습”하게 된 것이다. 아이가 원래 고약하기 때문이 아니다. 행동->결과 연합 학습이 형성되어 나타나는, 지극히 정상적이고 건강하고 합리적인 행동일 뿐이다. 아이가 고약한 것이 아니라 아이가 고약하게 행동하도록 엄마가 보상(강화)해준 것이다.
이 “고약한” 행동을 어떻게 고쳐줄 수 있을까 ? 간단하다. “소거” 절차를 적용하면 된다. 어떤 행동에 대한 결과를 제거하면 그 행동은 사라진다. 아이가 3)의 행동을 했을 때 그냥 사주지 않으면 된다. 물론, 처음 얼마간은 좀 더 심하게 땡깡을 부릴 수도 있다. 이걸로 약한가 ? 좀 더 열심히 해야 되나 ? 이런 심정으로. 이때가 중요하다. 계속 사주지 않고 버티면 된다. 그러면 아이는 곧 깨닫게 된다. “아닌가벼. 이제는 보상이 없나봐. 그렇다면 할 필요가 없지. 다른 효과적인 행동을 찾아봐야지”.
땡깡을 부리는 기간이 좀 길어질 수도 있다. 기간이 길어지는 것은 아이가 상황 변화를 빨리 탐지하지 못했기 때문이고, 또한, 새로운 효과적인 행동 레파토리를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때 엄마가 좀 더 적극적으로 개입할 수 있다. “너가 그렇게 땡깡을 부리는 한 절대로 그걸 사주지 않을 거야”. 한 마디 더 덧붙이자면 “엄마가 왜 그걸 사줘야 되는지 말로 설득해 봐. 엄마가 이해가 되면 사주께”. 이렇게 선언하고 꿋꿋이 기다리기만 하면 된다.
아이가 말로 엄마를 설득하려는 노력을 다양하게 할 것이고, 그러다 마침내 엄마가 혹할만한 이유를 찾아낼 수도 있다. 그럴 때는 당연히 사 줘야 된다. 지킬 수 없는 약속은 하지 마라. 자, “말로 설득시켜 내가 원하는 쪽으로 상대방이 행동하게 한다” 이거 모든 부모들이 아이에게 원하는 것 아닌가 ? 세상을 살아가는데 이보다 더 중요한 능력이 있던가 ?
내친 김에 한 가지만 더 소개하좌. “일반화” 현상이란 것이 있다. 어떤 상황에서 어떻게 행동하는 것이 원하는 결과를 얻기에 효과적인지를 일단 학습하게 되면 다른 상황에서도 쉽게 일반화된다. 즉, 같은 유형의 문제해결 방식을 비슷한 여러 상황에 적용할 수 있게 된다.
현명한 아이는 현명한 부모가 만드는 거다.
p.s. 1. 반론을 펴 주시라 !! 우리 아이에게 해봤는데 그렇게 안 되더라고 ? 왜 안 되었는지 이유를 같이 찾아보좌.
p.s. 2. 위 아이의 사례에서 아이가 할 수 있는 파워풀한 정답 중 하나는 이런 거다 : “엄마, 우리 유치원에 저거 없는 애는 나 밖에 없어 !! 나만 따돌림 당한단 말이야 !!” 이 말 듣고도 사주지 않을 엄마 있으면 옥상으로 올라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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