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일은 대단히 드물었지만, 재신임 발표가 그랬고, 대연정 제안이 그랬다. 참모들의 반대 의견을 듣기 시작하면서 자신의 뜻을 지키기가 어렵다고 생각해서였을 것이다. 어쨌든 그런 경우 대체로 결과가 좋지 않았다.' (문재인의 운명, 279쪽)
‘대통령, 재신임을 묻다’ 소제목에 나온 글이다. 최도술 전 총무비서관과 관련된 비자금수뢰의혹에 관련된 사건이 터졌을 때 노무현 대통령께서는 그 사건을 국민에 대한 당신의 도덕적 신뢰의 시험대로 판단하셨다. 참모들은 기소가 될 때까지는 입장 표명을 유보하자고 주장하는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대통령께서는 문재인 민정수석에게 더 이상의 언질을 주지 않으시고 그대로 기자회견을 자청하신 것이다. 바로 그 일에 대한 소회가 윗 인용글이다.
일찍이 심리학자 김태형은 노무현 대통령을 성격유형상 심리적으로 매우 건강한 장군형이라 분류하였다. 장군은 좋든 싫든 양단간에 결단을 내려하는 승부사의 입장에 있다. 비록 제가 죽지 않으려 택한 길이었지만 대일본제국 군바리 출신 박정희의 군사쿠데타가 대표적인 예이다. 그러나 노통의 위와 같은 결정이 이와 크게 대비되고 돋보이는 것은 그 판단과 결정의 근간이 따뜻하고 인간적인 정의감과 이타심이기 때문이다.
믿고 싶지 않으나 김태형은 이명박 가카 역시 장군형이라 분류한 바 있다. 다만 '가장 나쁜 모습들'의 장군으로. 가장 나쁜 모습의 장군이란 자신은 후퇴하면서 돌격앞으로를 외치는 장군이다. 말이 너무 많아 부하들이 작전의 개요를 이해할 수 없게 만드는 장군이다.그러니 그가 군대 면제 판정을 받은 것은 그 시대 그와 같이 근무했을 수도 있는 젊은이들에게는 하늘의 축복이었을 것이다.
공정할 수도 객관적일 수도 있는 타자들의 견해와 조언 앞에서 자신의 삶의 철학을 지키기가 어려웠을 거라는 판단에 한참 움추려져 있을 노무현의 심정에서 나는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괴로와 했을 당신의 아름다운 마음을 읽는다. 사람을 사람으로 대하고, 너를 나로 이해하고 사랑하는 사람이 종교인이지 어찌 정치인이란 말인가.
대체로 결과가 좋지 않았다. 그러나 당신께서는 그러리라 알고 계셨다. 그래서 대충 넘어갈 수 있었던 탄핵사태 때에도 원칙을 고수하시며 치욕의 형고를 감내하셨다. 그리고 마지막 최후의 전투에서 당신께서 최전선에 단기로 나아가서 단 한 수로 전쟁을 종결지으셨다.
'어쨌든 타협은 물 건너갔다. 대통령은 할 말을 다한 셈이었고, 이제 결과를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294쪽) 너무나 가슴 아픈 사실이자 현재도 진행되고 있는 은유이며 비유이다. 어쨌든 수구 꼴통들과의 타협은 절대 불가능하다. 어떻게 인간이 쥐와 말을 섞을 수 있는가. 님께서 우리 인간에게 남긴 말씀은 바로 당신의 몸이었다. 이제 당신이 주신 말씀의 방향은 오롯이 우리 깨어 있는 시민들의 몫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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