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로스앤젤레스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재미 한인변호사 최응환 씨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한국과 대만의 코로나19 방역 능력을 비교하면서 대만보다는 한국의 대응이 궁극적으로 바람직했다고 주장했다.
바이러스에 대한 전문가급 글을 올려 많은 독자들로부터 호평을 받았던 최 변호사는 "한국 일부 보수언론과 보수 정치인들 중에서는 현정부의 방역이 실패했다고 주장하기 위해 대만 사례를 언급하고 있다"면서 "이는 현 정부의 방역실패 프레임을 만들기 위한 의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 변호사는 "코로나19는 완전히 제압되는 것이 아니고 언제든지 다시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한국은 집단 면역과 대응 훈련을 충분히 쌓아 크게 흔들리지 않는 반면, 국경봉쇄 외에는 별로 훈련이 없었던 대만은 똑같은 혼란을 반복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최응환 재미 변호사 대만이 더 잘했다? 요즘 대한민국의 코로나 방역에 대한 해외에서 부러움과 찬사와 도움요청이 쏟아지는 와중에도 일부에서는 "대만이 더 잘했다"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물론 대만이 잘한 측면이 있다. 그리고 우리가 대만보다 설사 방역을 못했다고 해도 객관적으로 그리고 해외에서 볼 때 한국이 방역 모범국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그리고 국내에서 일부사람들이 대만을 언급하는 것은 대만이 잘했다고 생각하는 면보다는 현정부의 방역실패 프레임을 만들기 위한 의도도 있을 것이다. 그럼 진짜로 대만이 우리나라 보다 방역을 잘 한 것일까? 우선 수치상으로는 그렇다. 대만의 4월9일 현재 확진자수는 380명이고 사망자수도 5명밖에 되지 않는다. 다만 인구 100만 명당 검사수는 1777건 밖에 되지 않아서 한국의 20%도 되지 않는다.
그리고 대만은 중국인 입국을 일찍부터 막아서 방역에 성공했다는 게 일부 보수일각에서 한국이 방역에 실패했다는 근거로 쓰이기도 한다. 물론 한국에서의 급격한 확산은 중국인 입국이 아니라 신천지 등을 통한 한국인의 국내 귀환에서 발생했다는 것은 밝혀졌기 때문에 한국이 중국인 입국을 대만처럼 막았다고 하더라도 한국이 대만수준으로 감염자수가 적을 수는 없다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장기적인 측면에서 볼 때 대한민국과 대만의 대응 방식 중 어떤 것이 더 좋은 대응이었냐 하는 것이다. 여러 측면에서 한국의 대응이 더 바람직한 대응이었다고 볼 수 있다.
첫째, 대만이 중국인의 입국을 막음으로써 입은 경제적인 피해가 있다. 단기적 피해도 있고 인적교류를 차단함으로써 장기적인 피해가 있을 것이다. 한국은 경제교역을 위한 인적교류의 통제를 최대한 자제했기 때문에 경제적 피해를 덜 입었고 장기적으로 경기 침체를 최소화하는 성과를 얻었다고 볼 수 있다.
두번째, 역설적이지만 한국은 신천지 등 때문에 코로나바이러스의 급격한 확산을 경험하면서 코로나바이러스에 대처하는 수많은 노하우를 축적했다. 대한민국은 실용적이면서도 신뢰도 높은 진단키트를 거의 세계 최초로 개발해서 이를 대량생산해 수출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되었다. 대만으로부터 개발된 진단키트가 있다는 말은 들어본 적이 없고 세계 각국에서 대만제 진단키트를 수입하겠다고 앞을 다투어 요청하지도 않는다.
한국은 이미 진단키트 면에서는 세계최고 수준 국가로 인정받고 있다. 대만은 그렇지 않다. 감염자를 확인하는 것도 그렇지만 검사체계, 그리고 확진자의 동선을 트래킹하고 공유할 수 있는 방역체계는 이미 한국이 세계최고라는 것이 증명되었다. 드라이브스루도 그렇고 폰부스식 워크인 방식도 그렇고 한국의 방식이 세계의 모범이 되고 있고 그 체계를 배우겠다는 국가들이 줄을 서고 있다. 대만의 방역체계를 배우겠다는 나라는 아직 들어본적이 없다. 외국인 입국을 막고 열을 체크하고 마스크를 잘 배급한 것 빼놓고는 대만이 특별히 개발한 방역대처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또 대한민국은 많은 환자가 발생할 경우를 대비해 진단과 치료를 구분하여 보건소나 진단장소에서는 진단에 노력을 쏟고 중환자만 병원에서 치료하게 하면서 자가격리를 철저하게 실행시켜 많은 감염자가 단기간에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의료붕괴 없이 코로나 사태에 대비하는 의료체제를 확립시켰다. 대만은 그렇지 않다. 지금은 확진자 수가 다른 주요국가들에 비해 훨씬 적지만, 대한민국은 나름 규모가 있는 확진자 발생을 통해 현재의 방역 그리고 미래의 방역을 위해 필수적인 임상자료와 병리자료를 확보했다. 이런 의학적 데이터는 백신이나 치료제 개발, 그리고 확산방지 등을 위해서 대단히 중요한 자료들이다.
해외에서도 한국처럼 이런 임상자료와 병리자료를 체계적으로 축적하고 관리한 나라가 없기 때문에 이런 데이터는 한국의 중요한 자산이 되었다. 대만은 그렇지 않다. 해외에서 대만의 데이터를 요청했다는 말은 들은 적이 없다. 결론적으로 한국은 진단체계 및 진단 키트, 감염자의 트래킹과 격리, 방역에 최적화된 의료체제, 그리고 바이러스 및 치료 관련하여 귀중한 데이터를 확보했고 전세계에서 이러한 노하우를 부러워하고 배우려고 하고 한국에 도움을 요청하고 있지만 대만은 이런 게 없다.
국제적으로 대만을 언급하면서도 대만을 부러워하거나 대만을 모범으로 삼고자 하는 나라들이 거의 없는 이유다. 한국이 방역 강국 의료강국으로 부상하고 위상도 올라가면서 관련제품이나 시스템을 수출할 때 대만은 내놓을 것이 없다.
세번째, 사실 이것이 제일 중요한데, COVID-19은 어느 순간 깨끗하게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조금 수그러 들었다가도 언제 다시 확산할지 모른다. 그게 올해 중순일지 연말일지 내년일지 2년 후일지 모른다. 그러나 다시 확산될 수 있다는 건 불행히도 팩트다. 다행이 현재 코로나 팬데믹이 올해 중순에 수그러들었다고 하자. 그런데 내년초에 어디선지 그게 다시 불붙었을 때 그 확산에 대처할 수 있는 체제와 노하우를 대한민국은 가지고 있다. 그런 대한민국의 노하우를 습득한 나라들도 대처를 잘 할 수가 있을 것이다. 그리고 한국이 대처를 잘했지만 어느 정도 큰 숫자가 감염되었기 때문에 한국사람들에게는 어느 정도 단체 면역력이 생겼을 것이다. 그래서 지금 처럼 급격한 확산이 있을 가능성은 적다.
그런데 그런 상황에서 대만을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섬나라기 때문에 또 빗장을 잠궈두고 외국인 입국금지하고 벙커에 숨어있을 것인가? 다른 나라들은 한국에서 배운 노하우로 국경을 닫지 않고 세계경제에 큰 피해를 주지않고 코로나바이러스와 대처하고 있을 때 대만은 지금과 똑같은 방식으로 대처하면서 세계경제에서 셧아웃되거나 아니면 개방하고 지금 다른 나라들이 겪은 사태를 그대로 반복하는 수밖에 없다.
좀비영화를 보면 좀비들과 싸워서 이기겠다는 용감한 사람들이 있고 소중한 식량이나 의약품을 몰래 훔쳐서 깊은 지하 벙커에 숨어버리는 얌체족이 있다. 좀비와 싸운 사람들은 좀비를 어떻게 효율적으로 죽일 수 있는지, 좀비들과 싸울 때 어떤 전략을 활용해야 하는지, 좀비와 접촉을 했더라도 어떻게 치료가 가능한지, 좀비가 생기는 이유가 무엇인지 등에 대한 노하우를 습득하게 되고, 좀비에 대한 어느 정도의 면역력도 생긴다. 그래서 혹시라도 좀비가 나중에 다시 창궐하더라도 좀비들을 제압할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된다.
반대로 깊은 지하벙커에 숨어있다가 좀비들이 물러간 다음에 나온 사람들은 이러한 지식이나 능력을 전혀 갖추지 못한 상태이다. 혹시라도 좀비들이 또 쳐들어 온다면 숨어있던 사람들은 다시 벙커로 도망가는 것 외에는 할 수 있는 게 없다. 그러나 그땐 피할 수 있는 지하벙커가 없을 수도 있다. 한국은 좀비와 치열한 싸움을 통해서 어느 정도 좀비를 제압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되었지만 대만은 그렇지 않다. 과연 어떤 국가의 대응이 더 적절하고 국민을 보호하는 대응이었는지는 시간이 지날 수록 자명해질 것이다.
ㅡ 공공의 적 ㅡ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