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정에도 없던 한일 평가전이 일본 대지진 여파로 잡혔다. 시기가 딱 거시가 하다. 한국도 그렇지만 일본도 팀내 주요 선수들이 해외파인데 유럽리그가 막 개막전을 시작한 바로 그다음 주에 치르진다. 기성용의 경우 오늘 경기후 바로 비행기 타고 한국 왔다가 또 일본으로 날아가는 강행군이다. 차두리도 마찬가지고.. 그러다 보니 손흥민 선수의 감기 몸살이 이런 강행군을 피할려구 하는 구단과 짜고 치는 고스톱이란 소리까지 축구팬들 사이에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이번 한일전은 한국의 입장에서는 별 소득이 없는 이겨야 본전이 경기다. 만에 하나 지기라도 한다면 경기전 부터 아시아 맹주는 일본이라고 큰 소리치는 일본 언론의 의도대로 지진피해를 본 일본인들에게 퍼주는 경기일뿐이다. 이런 평가전은 안했으면 하는데, 축협의 입장에서는 아주 짭짤한 수입원이라 그냥 넘어갈리가 없다.
각설하고 경기만 놓고 본다면.. 일본의 우세가 점쳐진다. 일본 선수들은 그닥 위협적이지 않다 그러나 자케로니 감독은 아주 무섭다. 일본은 국민성 그대로 기본에 충실한 축구를 90년대부터 꾸준히 해왔다. 모방하는데 천재적인 민족답게 축구를 제일 잘하는 나라 브라질을 밴치마킹해서 유소년 축구 육성에 힘썼고 j리그도 당장의 성과 보다는 지역 밀착형으로 장기적인 계획을 가지고 꾸준히 힘써온 결과 이제 그 열매를 하나 둘씩 거두고 있다.
이렇게 고만고만 하지만 기본이 잘되어 있는 선수들이 즐비한 나라가 일본이다. 이런 일본이 한국과 늘 경쟁 관계 있으면서도 한국을 결정적인 순간에는 넘어서지 못했다. 한일 월드컵때 그랬고 역대 월드컵 성적에서도 우리를 앞서지는 못했다.
그런데 자케로니 감독이 부임하고 일본은 기본에 충실한 축구에 한국적인 부분 실전에도 강한 팀으로 변모하고 있는 중이다.
이에 비해서 한국은 임기응변에 강하다. 그리고 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나라 답게 최고로 잘하는 선수는 일본에 비해서 우수하다. 기본은 조금 덜 되어 있지만 결정적인 순간에는 일본에 없는 무엇이 있는 나라가 한국이다. 국민성을 그대로 대변한다. 그런 한국이 조광래 감독이 부임하고 변화하기 시작했다. 조광래 감독은 기존 한국감독과 달리 아주 일본적인 감독이다. 기본에 충실하면서 자신이 계획한 대로 철저하게 진행해 나가는 스타일이다.
이런 스타일은 그가 추구하는 축구에 그대로 묻어나 있다. 그동안 한국축구 감독들의 경기후 인터뷰는 별로 얻을것이 없는데 비해서 조광래 감독의 인터뷰는 내용이 알차고 그가 한 이야기는 경기에 그대로 투영되어서 결과로 나타난다. 이청용 선수가 말한 만화축구가 그 진가가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
몇일전 베스트일레븐 축구잡지와 한 인터뷰를 보면 그가 그동안 얼마나 치열하게 고민하면서 국가대표팀을 이끌어 나왔는지 고스란히 담겨있다. 그 기사 내용을 토대로 한일전을 예상해 보면 90분내내 한순간도 방심할 수 없는 긴장감 넘치는 경기들이 펼쳐질듯 하다. 미드필드에서의 싸움이 경기의 결과를 좌우 할듯 하다. 두팀다 변칙적인 전술보다는 미들에서의 점유율 싸움으로 나갈것이 분명하다. 공격이 최선의 수비가 되는 아주 팽팽하고 흥미진진한 경기가 예상된다.
베스트일레븐의 인터뷰중 마지막 조광래 축구를 말하는 대목을 싣고 이 글을 마칠까 한다.
공격적인 마인드를 가지고 빠른 경기를 운영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할 수 있는 선수가 내가 원하는 1순위다. 생각하는 속도와 패스의 속도, 움직이는 속도가 상대보다 한 발 빠른 축구가 곧 조광래가 원하는 축구다. 나의 축구철학은 내 인생철학과 동일하다. 개인적인 인생철학을 설명하자면 지금 하고 있는 일에 미치자는 것이다. 미친다는 것은 열정과 노력 그리고 승부근성이 합쳐진 상태다. 축구철학도 다르지 않다. 이겨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축구경기에서 미치지 않고서는 버틸 수 없다. 결국 선수들이 근성과 열정을 동시에 갖출 수 있도록 지도하는 것이 나의 목표이자 임무다. 그렇게 하기 위해 휘슬을 들고 그라운드를 함께 뛰며 선수들과 소통하고 있다. ‘한국축구의 세계화’를 시도 때도 없이 외치면서, ‘지능적인 축구’ ‘빠른 공수의 전환’ ‘강력한 압박’ ‘세밀하고 정확한 패스’ 등등을 지겹게 외치고 강조하는 것은 지도자 조광래가 꿈꾸는, 한 국가의 대표팀 감독으로서 반드시 이뤄내야 할 열정적인 축구를 위함이다. 내가 생각하는 그 열정적인 축구는 한국 축구가 세계적인 수준이 되는 그날 반드시 실현될 것이다.
회비 납부 계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