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축구 대표팀이 우여곡절 끝에 브라질행 9부 능선을 넘었다. 최종전에서 이란에 큰 점수차로 지지 않는한 태극전사의 브라질행은 확정적이다. 아직 최종전이 남았지만 이 시점에서 한국축구의 월드컵 8회 연속 진출의 힘은 k리그에서 나온다는 말을 꼭 하고 싶다. 대한축구협회에서 대표팀 관리를 엉망으로 해도 이렇게 매번 좋은 성과를 거두는 것은 국가대표팀 축구에만 올인하는 열악한 축구 환경 속에서도 꾸준히 성장해온 k리그가 있었기에 가능하다.
축구협회에서 갑작스럽게 조광래 감독을 경질하고 최강희 감독에게 모든 짐을 떠 넘겼다. 이때의 상황은 축구협회의 구시대적이고 구태의연한 우리나라 축구인들의 생리를 그대로 담고 있다. 축구계 선배인 조중연, 이회택에 반기를 든 미운털 조광래를 물먹이는 과정에서 또 다른 희생양 최강희 감독이 나오게 된 것이다. 최강희 감독은 정말 진짜로 국가대표팀 감독이 될 생각이 없었던 사람이다.
최강희 감독은 축구계 노무현이다. 같은 고졸에 비주류임에도 불구하고 오로지 자신의 능력으로 국가대표팀에 선발 되어서 이탈리아 로마 월드컵까지 나간 선수로서도 성공하신 분이다. 그리고 노무현 전 대통령님처럼 달변에다 유머 감각까지 뛰어나다. 생김새 역시 밀집모자가 잘 어울리는 모습이 많이 닮았다. 그의 별명이 봉동 이장이다. 전북 클럽하우스가 봉동에 있기 때문에 붙여진 별명이다.
아무튼 최강희 감독은 갑작스럽게 팀을 맡고 그 일성이 자신의 임무는 태극호를 월드컵 본선 진출 시키는데까지고 그 이후에는 물러나겠다고 했다. 월드컵 본선은 자신보다 뛰어난 외국인 감독이 했으면 한다고 했다. 그런데 이때 그의 말을 액면 그대로 진지하게 받아들인 기자, 축구팬, 축구협회 관계자들은 없었던 거 같다. 처음 팀을 맡고 성적이 좋을 때는 월드컵 본선까지 최강희 감독이 팀을 맡아야 한다는 여론이 지배적이었다.
이때도 최강희 감독은 한결같이 자신은 최종예선이 끝나면 전북으로 복귀한다고 했다. 그런데 최근 대표팀이 부진에 빠지자 상황이 급속히 바뀌었다. 이대로는 안된다 였다. 그 이유가 최강희 감독이 보여준 경기력이 본선을 치루기에는 문제가 많다는 것이다. 맞는 말이다. 최강희 감독은 자신이 최초 팀을 맡을때 한 약속 그대로 이행했을 뿐이다. 그의 목표는 오로지 최종예선 통과였기에 늘 임기응변식으로 팀을 운영했다.
그가 그렇게 팀을 운영하면서도 최종예선 통과를 자신한 이유는 바로 k리그의 선수들을 믿었기 때문이라고 본다. 그리고 그의 생각이 결코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어제 경기로 증명했다. 그는 이번 최종예선 3경기를 앞두고 팀의 주축 선수인 기성용과 구자철을 과감히 제외하는 승부수를 던졌다. 구자철과 기성용을 제외한 표면적인 이유는 두 선수의 컨디션이 정상이 아니라는 것이었지만, 사실은 카타르전을 앞두고 두 선수의 결혼과 연애사가 메스컴을 타면서 팀 분위기를 흐린 것에 대한 최감독의 나름대로의 대처 방안이라는 이야기도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팀의 중심인 이들 두 선수를 제외하는 것은 감독으로서 쉽지 않은 결정이었지만 그는 해외파를 대표하는 이들 두 선수 없이도 k리그 선수들로도 충분히 해볼 만하다는 판단 아래 두 선수를 제외했다고 본다.
그의 판단은 첫 경기인 레바논전에서 예상외로 김남일 선수와 한국영 선수가 부진하면서 틀어지는듯 했지만, 어제 우즈벡 전에서는 박종우 선수와 이명주 선수의 맹 활약 덕분에 그의 생각이 옳다는 것을 스스로 증명해 보였다. 믿었던 김남일 선수의 예기치 않은 부상이 최강희 감독의 발목을 잡을 수 있었지만 k리그에서 갈고 닦은 이명주 선수의 등장으로 전화위복 되었다. 오히려 선배인 김남일을 능가하는 활약으로 일약 스타로 떠 올랐다.
이명주가 어느날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진 선수는 아니다. 이명주는 포철공고 출신으로 고등학교때까지만 해도 중앙 수비수를 보았다. 그런 그가 대학시절 작은키로 인해 미드필드로 보직 변경을 하고 그 이후 지난해 포항에 입단해서 35경기에서 5골 6어시스트로 신인왕을 차지했다. 올해 들어서는 한 층 더 향상된 기량으로 12경기에 출전 4골을 기록중이다. 이명주의 활약으로 외국인 선수라고는 한 명도 없는 포항이 지금 현재 k리그 클래식 선두를 달리고 있다. 포항의 신형 엔진 이명주가 최강희 감독에 의해서 대표팀의 신형 엔진으로 거듭나고 있는 것이다.
최강희 감독의 k리그에 대한 믿음이 결실을 맺는 순간이다.
그리고 역시 k리그 감독인 황선홍 감독의 말 또한 꼽 십어 볼 만하다. 갑작스럽게 대표팀에 뽑힌 이명주 선수에게 황선홍 감독이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아마도 k리그에서 뛰는 것보다 대표팀에서 뛰는 것이 더 쉬울 것이라고 말이다. 사실 그렇다. k리그 경기 수준은 이미 아시아권에서 치루어지는 국가대표팀 간의 경기력을 상회하고 있다. 선수 개개인의 능력은 물론 전술적인 부분에 있어서도 k리그 팀들이 대표팀보다 완성도가 높다.
그리고 어제 이명주 선수가 보여준 실력은 평소 포항에서 보여준 실력의 절반 정도라고 말하면 여기 봉팔러들은 잘 믿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사실이다. 어제 경기에서 이명주 선수는 선수들 간의 호흡이 완벽하지 않기 때문에 그 자신이 할 수 있는 모습을 주로 보여주었다. 이명주 선수의 본 모습은 포항 경기에서 확실히 볼 수 있다. 그리고 k리그에는 이명주에 버금가는 훌륭한 미드필드들이 각 팀 마다 한 두명씩은 보유하고 있다.
k리그 상위권 팀의 수준은 빅리그 하위권 팀 수준과 비슷하다고 본다. 이렇게 말하면 해외축구를 주로 보는 사람은 뭐 그럴까 하겠지만 사실이다. 축구 사대주의에 빠진 사람들 눈에는 보이지 않을 뿐.. k리그는 이미 상당한 수준에 올라 있다. 일반인들이 관심을 가져주지 않고 그들만의 리그라고 폄하도 하는 k리그지만 k리그 각 구단, 감독 및 선수들의 노력으로 매년 조금씩 발전해 나가고 있는 것이다.
이런 k리그가 있었기에 월드컵 8회 연속 진출이라는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는 점을 축구팬들은 잊지 말았으면 한다. 언젠가 월드컵 우승 하는 날이 온다면 아마도 그 날은 k리그가 유럽 빅리그 못지 않는 수준에 도달 했을 때 이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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