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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시작하자마자 타임지에 올라온 기산데 올려볼까 하다가 구차너서 말았다. 근데 폐막하기 전에 하는 게 좋겠다.
1968년 멕시코 올림픽 남자육상 200미터 시상식 장면이다. 금메달은 미국의 토미 스미스(Tommie Smith), 은메달은 호주의 피터 노먼(Peter Norman), 동메달은 역시 미국의 존 카를로스(John Carlos)다. 자랑스런 금메달과 동메달을 딴 미국 흑인 선수들은 그러나 시상대에서 성조기를 보지않고 검은 장갑을 낀 손을 들어올렸다. 1960년대 미국사회에 사회적 이슈였던 인종차별 문제에 대한 반대의사를 명확히 표현한 것.
목에 두른 깜장 목도리는 ‘흑인의 자부심’을, 손에 들고 있는 하얀 상자에는 평화의 상징 “올리브 나무‘가 들어있다. 손에 낀 검은 장갑은 ’나는 흑인이다‘를 뜻하고 동메달리스트 목에 걸린 은색 목걸이는 ”고통받는 흑인“, 불경스럽게 잠바 앞을 풀어제낀 것은 ”미국 모든 노동자들과의 연대감“을 의미한다. 흑인뿐 아니라 은메달을 딴 (비)흑인 선수인 피터 노먼까지 세 선수 모두가 가슴에 배지를 달고 있다. 이는 인권을 위한 올림픽위원회(OCHR, Olympic Committee for Human Rights)가 제작, 배포한 것이다. 미국의 사회학자 해리 에드워즈(Harry Edwards)가 올림픽 한 해 전인 67년 설립한 단체로 인종차별과 불평등에 저항하자 만들었다.
시상식 직후 이들은 모두 졸라 빨리 쫓겨났다.
-흑인 둘은 올림픽 숙소에서 48시간 안에 방을 빼란 소리를 듣고 나와야했다. 곧바로 귀국한 이들을 공항에서 맞이한 것은 백인우파단체와 그들이 던진 토마토였다. 미 육상연맹에서 제명됐고, “순수한 올림픽을 정치화했다”고 전방위적 쌍욕과 몰매가 퍼부어졌고 카를로스의 아내는 결국 자살했다.
-나머지 하나 호주의 백인 피터 노먼, 얘도 퇴출됐다. 가슴에 OCHR의 배지를 달고 저항에 동참했기 때문이다.
피터 노먼은 어려서 졸 가난하게 컸다. 돈이 없어서 신발을 빌려 신고 달리기 연습을 했던 노먼은 인종차별에 저항하는 존 카를로스와 토미 스미스를 보며 연대감을 느꼈다고 한다. 그래서 배지를 달라 본인이 요청, 그것을 가슴에 달았고, 원래는 두 선수 모두 양손에 장갑을 끼려고 했는데 동메달리스트 카를로스가 장갑을 숙소에 까묵고 두고 오자 “양손에 나눠끼라”는 제안을 한 일종의 ‘공범’이었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며 백호주 기성집단에 대차게 찍힌 피터 노먼은 호주 역사상 가장 빠른 200미터 기록을 보유했지만 1972년 뮌헨 차기 올림픽에 출전을 못했다. 이후 우울증을 앓았고, 알콜중독과 진통제 중독으로 망가졌고, 궁핍하게 살았다. 올림픽 메달을 책장 받침으로 쓸 정도로 수중에 돈 한 푼 없는 생활을 이어가게 된다.
그러다 00년 자국에서 열린 시드니 올림픽을 통해 역대 호주 출신 메달리스트들을 조명하게 되자, 자기도 끼워줄 것이라 기대했는데, 올림픽위원회는 그때까지도 얘를 용서할 생각이 없었다. 명예의 행진 명단에서 피터 노먼만 쏙 빼놓은 것. 인생이 그러려니 쓸쓸해지려는 찰나 미국 육상대표들이 피터 노먼을 초대했다. 당시 육상허들 세계 챔피언 에드 모제스, 200m 우승자 마이클 존슨이 피터 노먼을 찾아 “우리들의 영웅”이라고 말해줬다. 전 세계 언론이 이것을 기사화시켰지만 호주 육상연맹은 그럼에도 노먼을 인정하지 않았고, 미국 육상연맹은 06년 피터 노먼이 사망하자 기일(10월9일)을 피터 노먼의 날로 지정했다. 사망 당시 68년 올림픽의 동지인 토미 스미스와 존 카를로스가 호주로 가서 직접 관을 운구했다.
▲ 친구 장례식에 찾아온 나이 먹을만큼 먹은 왕년 육상 천재들
68 멕시코 올림픽에서 스캔들이었던 흑백 역사는 이제 어느 정도 결론이 났고 모두의 명예도 회복된 거 같다. 한 40년 걸렸다. 박종우한테도 한 40년 기다리라 말하믄 되긋다. 2007년 중국 창춘에서 열린 동계 아시안 게임 당시 쇼트트랙 여자 3000m계주 시상식에서 우리 선수들이 ‘백두산은 우리 땅’이라는 종이를 들고 시상대에 올랐다. 이때와 지금 한국 여론이 차이가 있다. 그때는 통쾌했는데, 지금은 “왜 쓸데없이 정치적 액숀으로 망신과 불이익을 자초”운운.
왜.
중국은 놀려도 세계가 같이 놀려주지만, 일본을 놀리니까 돌아오는 반응이 뭔가 졸래 신속하니 쫄았냐? 직접 일처리를 해야하는 한국대표단, 협회는 외교적으로 세련되게 나가야겠지만 여론이 앞서서 오짐을 질질 싸라고 누가 그러대. 알아서 기는 게, 남 시선을 의식해 내 입장을 정하는 것이 뭔 체질인 거 같다. 식민역사의 후유증이다. 어이가 없다. 근데 반복하지만 때가 무르익지 않았다면 수준대로 당하는 게 옳다. 한국 여론이 그 수준에서 갈음된다면 그 수준에 맞게 취급당하면 만사가 공정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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