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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팔할이바람의 연예방 강남스따일 글에 필이 받아서 쓰는 글이다. "가장 한국적인것이 가장 세계적이다" 아주 한국적으로 생긴 싸이가 자신만의 독특한 코드를 강남스따일 이라는 뮤직비디오에 담아서 세계인의 사랑을 받고 있다. 뭐. 별거 없어 보이지만 이런 싸이의 뮤직비디오가 나오기까지 한국의 대중문화가 그만큼 성숙했다는 것을 반증한다. 하루아침에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이 아니라 그동안 한국의 대중 음악인들의 노력의 결과물이 아닌가 하는 것이 나의 개인적인 생각이다.
마찬가지로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이번 올림픽 축구 대표팀이 축구 종주국이자 홈팀인 영국에 승리를 거두고 4강 진출에 성공했다. 축구 변방인 한국은 대단한 성과를 거두었다. 아직 4강전이 남아있고 또 그 결과에 따라서 금메달을 다투는 결승전 혹은 동메달을 다투는 3,4위전이 남아있지만, 지금까지 이번 대회에서 홍명보 감독이 보여준 축구는 그 결과를 떠나서 이미 하나의 스따일을 형성했다고 본다.
그 스따일의 근원이 무엇인지를 이 글에서 밝혀볼까 한다.
난 홍명보 감독이 감독으로서 첫 출발을 한 2009년 세계청소년 대회때 부터 그의 축구를 꾸준히 지켜봐 왔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그가 실전의 경험이 적은 대표팀 감독으로 감독직의 첫 출발을 하는 것을 개인적으로 안타깝게 생각했다. 축구 선수 출신으로 누구보다 침착하고 현명한 사람인데 감독 수업을 밑 바닥부터(학원축구) 시작해서 출발하는 것이 실패를 하더라도 상처를 적게 받을 것인데 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그러나 홍명보 감독은 이런 나의 기우를 멋지게 날려버리고 첫 감독 데뷔 무대에서 세계청소년대회 8강의 성과를 이루어 낸다. 이때만 해도 난 감독이 잘했다기 보다는 우리 선수들이 8강에 들어갈 정도의 능력을 갖추었다고 봤다. 이때 주축 맴버가 이번 올림픽팀의 주력 선수들이다. 김민우, 이상호, 구자철, 김보경, 홍정호, 김영권, 오재석등이다. 이 대회 이후 축구협회는 이미 이번 올림픽을 대비해서 홍명보 감독을 올림픽팀 감독에 선임하고 준비를 했다. 그 중간에 2010년 아시안게임을 또 다시 홍명보 감독에게 맡기면서 기회를 주는데 이 대회에서는 이라크전에서 연장전에서 뼈아픈 실점을 하고 결승 진출에 실패를 했다. 이후 이란과의 3,4위전에서 지동원 선수의 헤딩골 두방으로 극적인 승리를 거두면서 동메달을 따는데 만족을 해야 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홍명보 감독의 능력에 대해서 많은 축구팬들이 의문을 가졌다. 사실 그때 그가 보여준 축구는 여러가지 면에서 미흡했다. 그리고 감독으로서 실전에서 임기응변도 떨어졌다. 홍명보 감독은 신태용 감독 처럼 타고난 승부사라기보다는 그의 이미지 그대로 모범생이었다. 이렇게 실패를 맛본 홍명보 감독은 이번 대회 예선전을 준비하면서 조광래 감독과 선수 차출에서 갈등을 빚으면서 또 한차례 위기를 맞이 한다.
홍명보 감독이 청소년 대회때 부터 챙긴 주요 선수들을 조광래 감독이 싹쓸이 해갔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는 이 위기를 조직력으로 극복을 해 나간다. 이때 홍명보 스따일의 밑 그림이 그려졌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당시 매 대회 마다 주력 선수들의 절반 이상이 바뀌었다. 심지어 가장 중요한 중앙 미드필드 자원마져 매 경기 마다 주전이 바뀔 정도였다. 중앙 수비 부분도 마찬가지다. 주전 홍정호, 김영권을 조광래 감독에게 내주고 이들 보다 한 세대 아래인 장현수, 황도연을 기용해서 팀을 이끌어 나갔다.
이런 과정에서도 홍명보 감독은 꾸준히 성적을 냈다. 과거의 감독이라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베스트일레븐을 고집한 조광래 감독의 논리 대로라면 홍명보 감독이 이번 대회에서 이룬 성과를 설명 할 수 없다. 그럼 이렇게 변화가 많은 선수 자원을 가지고 이렇게 성과를 낸 홍명보 감독에게는 무슨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 모두들 궁금할 것이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이런 성과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고 본다. 그리고 홍명보 개인이 노력한다고 해서 되는 일도 아니다. 강남스따일을 싸이가 만들어냈지만 그 결과물이 나오기 까지는 한국 대중문화의 성숙이 밑바탕에 있는 것처럼 홍명보 스따일의 밑바탕에는 한국축구 성숙 더 나아가서 아시아 축구의 발전이 있기에 가능했다고 본다.
특히 2002년 한일 월드컵의 영향이 지대하다. 한국축구는 2002년 이전과 이후로 크게 나누어진다. 2002년 이후 한국축구는 히딩크 감독이 구사한 압박축구가 대세를 이루게 된다. k리그는 물론 학원축구까지 히딩크 감독의 압박축구와 한국 전통의 체력을 앞세운 축구가 잘 결합을 해서 새로운 스따일이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특히 k리를 보면 히딩크 감독 시절 옆에서 배운 지도자들이 하나 둘 k리그 감독 혹은 코치로 자리 잡으면서 스피드와 체력을 앞세운 한국 특유의 투지 넘치는 축구에 압박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도입해서 각 구단마다 치열하게 경쟁하게 되었다. 대표적인 감독으로는 박항서, 정해성, 최진한 감독이 있다. 이런 토대에서 성장해 온 선수들이 바로 이번대회의 주력 맴버들이다. 구자철, 기성용, 박주영, 지동원 등 해외파는 물론 이번 대회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박종우, 김창수 모두 k리그 출신들이다.
이들은 이미 홍명보 감독의 지도를 받기 전에 각자 팀에서 자신이 하던 축구를 홍명보 감독의 지도 아래 하는 것 뿐이다. 홍명보 감독은 어느 순간부터 자신의 축구를 고집하기보다는 선수들이 잘하는 축구를 하기 시작했다. 대표팀에 와서 색다른 전술에 적응하기 보다는 팀에서 하던 플레이 그대로 하기에 이런 조직력이 나온다. 그 대표적인 선수가 김창수다. 와일드 카드로 선발된 김창수 선수는 나이 어린 선수들과 호흡을 맞춘지 불과 1주일도 되지 않은 뉴질랜드전에 나와서 맹활약을 펼치고 이번대회에서 오른쪽 윙백 자리에서 수비는 물론 우리 공격의 주 루트가 되고 있다. 김창수 선수의 팀 기여도는 특별나게 홍명보 감독의 전술에 맞게 자신을 변화시킨 결과가 아니라 자신이 평소에 팀에서 하던 그대로 했을 뿐이지만 그것이 빛을 발한 경우다.
예전 아테네 올림픽때 유상철 선수가 수비수로 기용된적이 있다. 이때 그는 팀 플레이에 적응하지 못하고 큰 활약을 하지 못했다. 멀티 플레이어인 유상철이지만 주 포지션은 중앙미드필드다. 실력이 뛰어난 선수보다는 팀에 필요한 선수가 축구 경기에서는 성과를 낸다. 이 처럼 홍명보는 k리그는 물론 j리그 각 구단의 선수중에서 자신이 구사하는 플레이에 가장 잘 적응 할 수 있는 선수들을 선발했고 그들에게 팀에서 하는 플레이 그대로 하게끔 했다.
기성용 선수와 더불어서 탄탄한 중원을 형성한 박종우 선수 역시 마찬가지다. 이번 시즌 k리그 질식수비의 중심이 된 부산 아이파크의 중원 사령관이 바로 박종우다. 이 선수 역시 팀에서 자기가 하던 플레이 그대로 할 뿐인데 올림픽 팀에서 없어서는 안될 소중한 자원이 되는것이다. 예전 우리나라 축구에서 늘 강조하던 조직력이 너무나 잘 이루어진 팀이 이번 홍명보 팀인데 과거의 논리 대로라면 이번 대회를 앞두고 선수 대부분이 바뀐 홍명보 팀은 조직력이 형편없어야 정상이다. 구자철, 기성용은 예선에서 한 대회도 뛰지 못한 선수였고, 와일드 카드 세 선수 모두 그렇다. 그리고 중앙 수비수 두명은 대회 준비중에 보직이 바뀔 정도로 급조된 팀이다.
이런 팀이 이 정도의 조직력을 갖출 수 있다는 것은 홍명보 감독 개인의 능력이라기 보다는 이미 선수들이 비슷한 스따일의 축구를 각각의 소속팀에서 했던 그대로 이번 홍명보 팀에서 하기에 가능한 것이다. 이는 축구를 오래 봐온 팬들이 늘 꿈꾸던 이상이었다. 일본 축구가 이번 대회에서 성과를 내는 것 또한 그 이유에서다. 일본의 축구협회는 이런 계획을 이미 20년 전에 시행했다. 일본은 유소년팀에서부터 최정상 국가대표팀까지 구사하는 전술이 거의 흡사하다. 그래서 어떤 선수가 대표팀에 선발되더라도 아무런 문제없이 적응 할 수 있는 것이다.
이와 반해서 우리는 대표팀 감독이 바뀔때 마다 선수들은 그 감독의 전술에 적응 해야하는 어려움을 겪어 왔다. 특히 조광래 감독은 선수를 자신의 스타일에 맞게 바꿀려는 시도를 했고 결국 실패를 했다. 이에 비해서 홍명보 감독은 자신의 스타일에 맞는 플레이를 하는 선수를 선발해서 소속팀에서 하는 플레이 그대로 하게끔 하는 지도 방식으로 단 시일 내에서 팀의 조직력을 극대화 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것이 바로 홍명보 스따일이다.
그럼 구체적인 전술적인 부분으로 들어가서 홍명보 스따일을 살펴보면 첫 번째가 강한 수비 조직력이다.
흔히들 축구팬들이나 언론에서 수비조직력 문제를 거론한다. 그렇다 수비는 조직력이다. 하루 아침에 이루어지지 않는다. 특히 두 중앙수비수의 호흡은 절대적이다. 그리고 수비수 4명의 노력으로 이루어지지 않는 것이 현대 축구다. 수비 조직력이 갖추어지는 첫 번째 순간은 공격의 주도권이 상대방에게 넘어갔을때다. 이때 부터 모든 선수들이 수비수로 변화하는 것이 현대 축구의 흐름이다. 이번 대회에서 이 흐름에 가장 잘 적응한 팀이 바로 한국 올림픽 팀이다.
홍명보 감독은 수비수 출신답게 수비조직력의 이런 비밀을 누구보다 더 잘 알고 있다. 일단 위험지역 내에서의 플레이를 최대한 줄이는 것이 가장 좋은 수비 방법인데, 이는 히딩크 감독의 지론이다. 놀아도 남의 땅에서 놀자. 이 또한 이번 홍명보 감독이 구사하는 전술의 핵심중에 핵심이다. 첫 경기 강호 멕시코를 상대로 최대한 공격의 주도권을 내주지 않는 작전을 구사했다. 그들이 공격할 기회 조차 주지 않는 타이트한 압박을 구사했고 거의 경기가 끝날때까지 완벽하게 선수들은 실행했다.
다음은 공격부분인데 공격권이 우리에게 있을때는 일단 빠른 역습이 기본이다. 그것이 여의치 않을 시에는 지공을 펼치는데 중앙 공격보다는 양 사이드 공격을 주로 시도 한다. 이 또한 공격 실패시 역습에 대한 위험을 최대한 줄이는데 있다. 중앙 공격으로 차단이 될때 상대의 역습 방향은 최대 3방향이다. 중앙과 좌,우 그러나 양 사이드 공격에서 차단 될 경우에는 그 부분에서 바로 압박이 들어가면 최대 2방향에서만 수비를 해도 된다. 이런 전술은 히딩크 감독이 주로 구사했고 이미 k리그의 대부분 팀이 구사하고 있는 전술이다. 한국은 전통적으로 중앙보다 양쪽 윙이 강한 이유이기도 하지만 수비시 유리한 점이 있다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이렇게 홍명보 감독은 뭔가 자신만의 독특한 축구를 하는 것이 아니라 한국 선수들이 그동안 해왔던 그대로 가장 잘 할 수 있는 축구를 하는 것 뿐이다. 이런 홍명보 스따일이 가능한 이유는 구자철, 기성용, 박종우라는 세명의 각기 다른 장점을 가진 선수가 있기 때문이다. 구자철과 기성용은 이미 청소년 시절부터 찰떡 궁합을 맞추어온 선수지만 박종우 선수는 이들 두 선수와 이번 대회를 앞두고 처음으로 같이 했다. 그렇지만 세 선수 모두 타고난 축구 센스 소유자 답게 하나의 팀에 잘 융화를 했다.
세 선수 각각의 장점을 살펴보면 먼저 기성용 선수는 장거리 패스와 킥 그리고 경기의 흐름을 순간적으로 파악하는 능력이 탁월하다. 그의 패스는 상대의 의표를 찌르는 창의성을 가지고 있다. 이에 비해서 구자철 선수는 왕성한 활동력을 바탕으로 공격과 수비를 두루 잘한다. 그리고 개인 기술이 이들 세 선수중에서 가장 뛰어난데 세계 탑 수준이라고 감히 말하고 싶다. 박종우 선수는 홀딩 미드필드로 최고의 자질을 타고난 선수다. 상대 공격의 맥을 끊는데 수준급니다. 포항 팬인 본인은 부산과의 경기에서 박종우 선수 만큼 얄미운 선수가 없다. 아주 영악하다. 딱 경고 받지 않을 수준의 반칙으로 상대의 공격을 차단한다. 그리고 이 선수의 또 다른 장점은 중거리 슛과 킥이 좋다는 것이다. 홀딩미드필드의 abc를 모두 갖추었다.
이들 세 선수가 있기에 올림픽 본선에서 4경기 모두 상대와의 중원 싸움에서 이길 수 있었고 아울러 수비에서의 부담을 덜 수 있었다. 아무리 탄탄한 수비조직력을 갖추었다 하더라도 미드필드에서 주도권을 내주면 실점하지 않을 수가 없다.
대충 홍명보 스따일을 내 나름대로 살펴보았다. 사실 내가 알지 못하는 더 많은 사실들이 숨어 있을 것으로 본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2002년 월드컵 4강은 외국인 감독인 히딩크에 의해서 갑작스럽게 주어진 신화에 가까운 행운이었다면, 이번 홍명보 감독이 이루어낸 4강은 한국 축구가 당연히 누려야할 결과물이라는 것이 나의 개인적인 생각이다. 공격에서 몇 가지 보완을 했다면 이 보다 더 쉽게 4강에 올라 올 수 있는 실력을 갖춘 팀이라고 본다. 그리고 세계 최강 브라질을 맞이해서도 결코 밀리지 않는 경기를 할 수 있는 팀이 바로 이번 올림픽 팀이라는 것이다.
어떤 분야에서던 우연히 무슨 스따일이 완성 되는 일은 없다.
그 분야에 종사하는 많은 사람들의 피와 땀의 결과물이 아닌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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