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전반기 k리그 최고의 빅매치가 포항 스틸야드에서 있었다. 승점 19점으로 1위를 달리고 있던 전북과 1점차로 바짝 추격하던 포항의 경기다. 두팀 모두 공격적인 축구를 펼치는 팀으로 지난해 두차례 대결에서도 11골이나 터지는 화끈한 공격 축구를 팬들에게 보여준바 있어서 어제 경기는 여러모로 축구팬들의 관심사였다.
그리고 국내 최초의 축구전용구장 스틸야드를 만든 전 포철회장 박태준씨가 이번 경기를 관람하기 위해서 경기장을 찾았다. 이날 경기는 전반전 전북이 2골로 앞섰으나 후반 내리 3골을 뽑아낸 포항이 3대2로 역전승을 거두었다.
경기내용은 포항 팬인 내가 봤을때 만족스럽지 않았다. 전반전은 전북의 페이스 였다. 포항의 황금 미드필드 3인방 김재성, 신형민, 황진성은 전북의 노련한 미들 김상식과 부지런하면서 맥을 잘집어 내는 정훈 선수의 활략에 크게 힘을 쓰지 못했다. 최전방에 포진한 아사모아와 모따 선수도 후방 지원의 부족으로 제대로된 찬스를 잡지 못하면서 전북에 밀리는 양상을 보여주었다.
전북은 발빠른 이승현, 김동찬 선수는 물론 윙백인 박원재, 최철순 두 선수까지 가담한 양 사이드 공략은 날카로왔다. 그리고 최근 회춘한 이동국 선수의 노련한 공격 리딩은 포항 수비를 무력화 하는데 큰 무리가 없었다. 이동국 선수는 최전방의 포스트 플레이는 물론 중앙까지 내려와서 볼을 배분하고 수비시 적극 가담하는등 포항팬인 내가 볼때 정말 얄미울 정도로 경기를 잘 풀어나갔다. 결국 전반 두골은 모두 이동국 선수의 발과 머리에서 나왔다. 첫골을 성공 시킨 이동국은 두번째 골을 머리로 박원재 선수에게 어시스트까지 했다.
운명의 장난인가? 두 선수 모두 내가 가장 아끼던 예전 포항 선수다. 이동국은 물론 박원재는 무명 시절부터 제2의 박지성으로 점찍고 지켜봐 왔는데.. 박원재 생김새도 박지성과 많이 닮았고 플레이 스타일도 비슷하다. 특히 투지넘치는 파이팅과 지치지 않는 체력은 일품이다.
이렇게 전반이 끝나고 막간 타임 혼자 생각에 오늘 경기 힘들겠다는 생각을 했다. 코뼈 부상에도 불구하고 마스크를 쓰고 출전한 신형민 선수가 제컨디션을 아직 못 보여주고 더불어 김재성, 황진성까지 전북 선수들에게 밀리는 상황에서 이동국 선수의 존재감은 너무나 컸다.
이렇게 패 할것인가 하고 낙담하면서 후반전을 봤는데, 왠걸.. 이동국 선수가 나오지 않는 것이었다.. 이동국 대신 정성훈 선수가 나왔다.. 정말 땡큐다. 그러나 후반 첫골이 들어갈때까지 경기 양상은 전반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여전히 포항의 미들은 전북에 열세였다. 그런데 기적같은 일이 일어났다. 황감독 부임후 올시즌 포항은 코너킥 상황에서의 골은 거의 없었다. 큰 기대도 않았던 코너킥에서 마스크 투혼을 펼친 신형민이 후반전 비교적 이른 시간인 10분대에 골을 넣었다.
오~~ 이런 필이 확왔다.. 뭔가 이루어질 것 같은.. 한골 넣고 경기 양상은 포항쪽으로 조금씩 기울어지기 시작했고 황선홍 감독은 교체카드를 꺼낸다. 공격수 모따와 조찬호를 빼고 슈바와 노병준을 넣었다. 노병준 선수는 체력이 좀 약한 단점은 있지만 순발력이 좋고 꽤가 많은 선수다. 노병준 선수가 역습 상황에서 미드필드에서 상대 수비수 정혁을 따돌리고 돌파하는 순간 정혁이 노병준 선수를 잡아 챘다.. 이때 노병준 선수는 큰 액션으로 넘어졌는데, 멀리서 본 심판은 바로 정훈 선수에게 엘로카드를 주고 전반에 카드 한장을 받은바 있는 정훈 선수를 퇴장 시켰다.
이 상황이 어제 경기 승부를 가르는 분수령이었다. 다른 선수도 아니고 미들의 핵심 선수인 정훈의 퇴장은 전북으로서는 대체 불가능한 카드다. 이후 포항이 주도권을 잡고 계속 몰아 부치고 연이은 코너킥 찬스에서 교체로 들어간 슈바가 골을 넣고 2대2 동점을 만들었다. 잠시후 이어진 코너킥 찬스에서 전북 김상식 선수의 핸들링 파울로 패널티킥을 허용하고 전북은 허무하게 무너지고 만다. 세차례 코너킥은 모두 황진성이 찼다.
이후 경기 종료까지 일진일퇴를 거듭하지만, 전북은 결국 동점골을 넣지 못한다. 그러나 숫적 열세인 전북이 마지막까지 공격적으로 나오면서 포항을 몰아부치는 장면은 압권이었다. 비록 업사이드로 무산이 되었지만 정성훈 선수의 골 장면과 수비수인 심우연 선수의 골에 가까운 헤딩슛은 최근 전북의 상승세를 여실히 보여주었다.
스코어는 명승부였지만, 포항팬인 내가 봤을때는 좋은 경기는 아니었다. 운이 따라서 이겼고 이동국 선수의 부재가 승리를 가져왔다. 이동국 선수 본인이 허벅지 부상을 이유로 전반전 이후 교체를 감독에게 요구했다고 한다. 오늘 경기의 가장 큰 변수는 이동국 선수의 후반 결장이고, 다음이 정혁 선수의 경고누적 퇴장이란점에서 오늘 승리가 그닥 기쁘지는 않다.
황선홍 축구는 최근들어서 좀 주춤하는 편이다. 시즌초 짜임새있는 미들의 플레이가 점차 희석되어가는것을 볼때 앞으로 불안안 선두를 유지할 거 같다.
[이 게시물은 관리자에 의해 2012-06-03 15:15:08 연예·스포츠에서 복사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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