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타워란 일본 영화가 있어. 완전 다른 내용의 동명 영화가 두 편. 그 중 '불륜'을 포맷으로 하는 영화를 보면 재밌는 부분이 있더라. 지인(친구는 아니고 약간 언니뻘)의 아들과 사랑에 빠진 한 유부녀가 있어. 운치가 남발하는 비내리는 그런 날, 그녀는 어린 연인과 함께 어떤 호텔바에서 한잔 하고 있었지. 이때 그 녀석이 하는 말. "저는 유키상(이름이 기억 안나서 그냥 유키라고 해두자)의 과거도 모두 알고 싶어요." 어쩌고 저쩌고. 자기가 엄마 젖 먹을 때의 일들도 가져가고 싶다는, 사랑에 빠지게 된 사람들이 종종 부리는 욕심. 이때 유키상 아줌마는 말해. "지금 네 눈앞에 있는 내 안에, 교복을 입고 있던 나도, 길을 잃었던 나도 모두 있는 걸" 그냥 아줌마(혹은 아저씨)가 말했음 이런 개소리....라고 질타했겠지만, 그녀는 눈빛이 고혹적이니까 넘어가자. 어쨌든 정서를 이해하는데 몹시 중요한 포인트. 현장취재에선, 사람이든, 집단이든, 하나의 정서에는 과거-현재-미래의 시제가 녹아 있단 걸 주의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개인의 삶도 그렇잖아. 딱딱 나누기 어렵다고. 대체로 사건/사태의 원인은 누적된 과거와 시작된 현재가 결합되는 거고, 그 사건/사태가 어떻게 진행될 것인가는 앞의 결합+대상의 욕망(미래)인 경우가 많으니까. 현장의 정서, 현장의 사람들이 갖고 있을 그 입체적 결에 조금이라도 더 다가서기 위해서는, 아마도, 그 대상에게 녹아 있을 통합적 시제를 그려내는 작업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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