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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살빼기 작전
30년 만에 내린 폭설이 잦아들 즈음, 다시 서울로 올라온 바위씨. 늘 그렇듯 그가 상경하는 목적엔 분명한 명분이 있다. 불어난 뱃살을 빼기 전까지는 절대 고향을 밟지 않겠노라 천명한 바위씨.
부쩍 잠이 줄어든 바위씨는 살빼기위한 작전으로 새벽운동을 선택했다. 작은아들에게 운동화를 빌리고 시장에서 가벼운 체육복까지 사놓고 출동준비는 끝낸 상태였다.
그러나 바위씨의 최종목표는 사돈영감 등산동무가 되는 것이었다. 이십 여 년 세월동안 등산이 일상화 된 사돈과 함께 발맞추었을 때 모든 점에서 뒤지고 싶지 않았던 바위씨는 그럴싸한 등산용품이 시급했다.
“내 생일날 다른 건 필요읍따, 등산화하고 가방, 등산복바지가 필요하니까 각자 알아서 하나씩 준비해라!”
자신이 원하는 것을 당당하게 요구할 줄 아는 바위씨는 뒷날, 뭉기적거리는 자식들이 못미더워 발 빠른 행동으로 대통(?)을 보여줬다.
백화점에 들렀다가 매장처녀의 상술에 그만 1백만 원이라는 거금을 써버렸던 것. 그리곤 며느리 앞에서 이러저러 변명을 해대었다.
"나는 그냥 좀 볼라고만 했는디 그렇게 비싼 줄도 몰랐다. 이런 것 정도는 사야한다고 자꾸 보여주드라고. 쪼금 비싸지만 어쩌것냐, 야, 그래도 봐라 봐, 색깔도 이뿌고 가볍고 따숩고. 비싼 값을 하것지, 평생 쓰는 건디, 안 그러냐?"
어쨌든 과하게 장비일체를 갖춰버린 바위씨는 그날부터 무섭도록 돌변해갔다. 담배를 끊고부터 입에 달고 살던 달달한 눈깔사탕도 치즈크래커와 치킨도, 하루에 서너 잔씩 마시던 달콤한 커피도 냉정하게 끊어버리고 오로지 살빼기에 심혈을 기울이는 그 의지가 감탄스러울 정도였다.
"내일부터는 신선한 야채만 올려라! 살찌는 음식 같은 것은 눈앞에 보이지도 말아라, 오로지 신선한 오이나 당근 같은 걸 먹을 수 있게 준비해 놔. 알것냐?"
그리고 며칠 뒤, 처음으로 사돈영감과 관악산을 다녀온 날 바위씨 얼굴엔 웃음기가 사라졌다. 폼 나는 등산차림이 우쭐해져서 득의양양한 얼굴로 집을 나서던 바위씨가 등산베테랑 사돈과 비교하려던 그 자체가 어리석었음을 알았던 것.
평지와 달리, 본격적인 산길에 들어서자 아무리 허겁지겁 쫒아가도 사돈일행을 따라 갈 수가 없었던 바위씨. 숨만 기절할 만큼 헉헉 차올랐고 일행 중 가장 늦게 정상에 올라서야, 그 쓰라린 패배를 인정할 수밖에 없었던 거다.
잔뜩 자존심 구겨진 바위씨는 약해질까 두려웠던지 딸한테 단단히 다짐을 해둔다.
"내가 아무리 빨리 걸어도 그 사람들이 얼마나 빠른지 도저히 따라갈 수가 없드라고, 참 열불나고 기분 나쁜 일이여, 아, 정말 자존심 상해, 나 낼부터는 더 일찍 일어나 뛰어야 것다. 열심히 운동해서 내가 꼭 그 사람들을 앞질러 버릴 것인께. 이 아부지를 지켜봐라."
(200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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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위씨가 대체 누구야??
현재 경기도의 70대(2남1녀) 꼿꼿 가장으로서, 남쪽 바닷가출신 특유의 고집과 버럭질 대마왕.
십여년 전부터 서울 자식들 집으로 꾸준히 발걸음 이어오다가 7년 전부턴 경기도에 정착해버림.
바위씨이야기는 십여 년 전 에피소드를 중심으로 오늘 올린 것까지 과거 5편이 이어지고 있고,
현재이야기는 ‘춤추는 아침’을 시작으로 하여 총 3편 올렸다. 앞으로도 과거·현재는 오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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