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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론 알프스 여행] 뚜르농-눈속임 벽화
글쓴이 : 밀혼                   날짜 : 2012-02-16 (목) 06:36 조회 : 7431 추천 : 22 비추천 :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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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랑스에서 한발짝인데, 알록달록했던 발랑스 대면,
뚜르농
 모래색비스켓색
건물 파사아드도 화려하지 않고 담백하고. 


오랜 시간 덧대어 온 자국을 감추지도 않은 외벽,
나름 '초현실주의적'인 거대 화분과 벤치가 아무렇게 섞여있는 장면들 보면,
창틀까지 반질반질 닦고, 모든 것이 정돈되어 있어야
직성이 풀리는 나라에서 느끼는 답답함이 조금 가신다.


그래서일까
? 
장식없는 창이나 벽이 너무 심심하다고 여겼을까? 


▲ 눈속임 그림 벽화 (Place du Grenier a Sel)

뚜르농의 중세시대 모습을 눈속임 그림(뜨롱 쁘뢰유, trompe-l'oeil) 으로 그려놨다. 여기서 '눈속임'이란, 실제인 듯 착각할 만큼 사실적이거나, 평면이 마치 입체인 듯 보이도록 그리는 기법. 고대 그리스,로마시대에도 이런 '눈속임' 기법으로 벽화를 그리곤 했는데, 르네상스 시대에 슬슬 다시 등장, 바로크 시대에 한창 유행했다.



Turris Fortissima라고 적힌 붉은 현수막(?)을 내걸고

잔치라도 열렸나 보다. 뚜르농의 영주인 뚜르농 가문의 깃발도 내걸렸다.


▲ 뚜르농 남작의 문장


'Turris Fortissima'는 '가장 강한 (the strongest tower)'라는 뜻이란다솔로몬의 잠언 가운데 “여호와의 이름은 견고한 망대라(the name of Jehovah is the strongest tower)에서  말이라고 함. 화약과 대포가 나오기 전까지 이 뚜르농 성은 정말 난공불락이었을 것 같다~ 


▲ 뚜르농의 문장



이 눈속임 그림이 있는 광장 근처에는 시인 말라르메가 살았던 집이 있다. 
작은 기념표지가 건물 벽에 붙어있었다.
파리 사람인 스테판 말라르메(1842~1898)는 런던에서 영어 교사 자격증을 딴 뒤, 뚜르농에 와서 교편을 잡았다.(1863~1866) 스물 한 살의 도시뜨기 시인은 이 깡촌 생활을 그리 즐기지 못했는데, 이 시기에 지인들에게 쓴 편지는 죄다 '이 지루함을 견디기 어렵소...이 촌동네엔 바람 뿐이오...' 이런 내용이었다고 함. 
결국 뚜르농 생활을 청산하고 아비뇽으로 갔고, 몇 해 뒤 파리에서 앙드레 지드, 예이츠, 릴케, 폴 발레리 등과 함께 '화요회' 모임을 하며 상징시인으로 등극. 

말라르메...하면, 평론가 김현님을 통해 접했고, 그래서 좋아하는 척 읽었던 시인.
예전엔 <목신의 오후>라는 이름의 카페가 더러 있기도 했는데 말이야...
말라르메의 시는 기억도 나지 않고...생각난 김에 김현 문학전집을 뒤적여 보니 이런 글이 있다. (나도 미슐렝 가이드를 보며 다녔다...)

“여행은 일종의 정신 치료제다. 그것은 일상 생활 속에 갇혀 자신이 얼마나 노예가 되어 있는가를 생각조차 하지 못하고 살고 있던 자에게 갑자기 그가 그 속에서 편안하게 살고 있던 세계와는 다른 세계를 보여준다. 그것은 그래서 한편으로는 두렵고, 한편으로는 즐겁다. 자신의 달팽이집을 떠난다는 점에서는 두렵고, 새로운 세계를 만난다는 점에서는 즐겁다.
...
그 안내서가 갖고 있는 유일한 결점은 너무 자세하고 친절하게 여행 안내를 해서, 여행자가 여행할 때 실수를 마음껏 저지르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하긴 그 미슐렝 안내서 때문에, 타이어인들 얼마나 많이 팔렸겠는가. 
...
여행 도중에도 시간나는 대로 뒤적거리면, 그곳에 관련되어 있는 예술가들의 이름과 일화와 유물들이 곧 눈앞에 떠오른다. 예를 들자면 괴테가 젊은 시절 연애하던 때에 드나들던 교회의 의자까지 다 나와 있는 것이다.
...
나는 여행을 떠날 때마다, 미슐렝에서 문학가와 미술가, 그리고 미술관을 찾아내, 제법 교양인답게 굴려고 애를 썼다. 프랑스 민족 자체가 원래 무엇을 보존하기를 즐겨하는 민족이고, 한 작가의 표현을 빌면, 극장이 막 파한 뒤의 입구처럼, 예술가들이 붐비는 나라라, 프랑스라는 나라 자체가 박물관이다. 거기에다가 프랑스 민족이란 오죽 말하기 좋아하는 민족인가! 하찮은 것에도 굉장한 의미를 붙여 신화적인 것으로 만드는 것이다. 프랑스 여행은 사실은 그 신화에 홀린 자들의 여행이다. 프랑스 여행중에 내가 즐겼던 것은 묘지 순례였다.
...
위대한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기고, 살아 있는 범용한 사람들은 그 사람을 찾아다니면서, 그 사람들의 묘소를 지키고 있는 사람들에게 돈을 지불한다. 그리고는 자기도 이제는 문화인 행세를 충분하게 했다고 믿으며, 잘 가라는 수위의 말에 즐거운 미소를 짓는다. 결국 나의 그 속물스러움이 나를 자꾸만 쿡쿡 찌르는 것이다. 미술관에 들렀을 때에는 그렇지 않았다. 웬일이었을까. 아, 알겠다. 진정한 문학 기행이란 좋은 작품을 남긴 사람의 묘소를 찾아다니는 것이 아니라, 그가 쓴 작품을 읽는 것이다. 내 책상 앞에서 좋은 작품을 읽을 때, 나는 그에게 얼마나 더 가까워지는 것이랴."

  - 김 현,「묘지 순례」,『김현 예술 기행/반고비 나그네 길에』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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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밀혼                   날짜 : 2012-02-16 (목) 06:36 조회 : 7431 추천 : 22 비추천 : 0

 
 
[1/14]   아스라이 2012-02-16 (목) 07:05
큰 화분들...인상적임!
도시 전체 바닥을 돌로 깔은것 같은데...
그걸 다시 파서 나무를 심기엔 힘들었나보네..


이 사진..은근 끌림.
이상한나라의 앨리스까진 아니고..
이상한 나라의 폴..의 멈춰진 시간같은 느낌..
입구로 들어가기 직전의 두근거림같은..ㅋㅋ...뭔소리래..--;;
 
 
[2/14]   아스라이 2012-02-16 (목) 07:08

저 사진 들고 갈꼬얌~
언젠가 내 글에 써머글꺼 미리~ 히히~
 
 
[3/14]   팔할이바람 2012-02-16 (목) 07:45
아 좋네.
사람사는데가 저래야지....아기자기하니...
음냐...

몇번 말하지만서도..
사진속에서 전통과 역사가 걍 뭍어나네..
미국은 잡스러워서..ㅡ..ㅡ;;..
상스럽고..
 
 
[4/14]   나너그리고우리 2012-02-16 (목) 08:18
우와..눈속임 벽화....
주변환경과 조화로이 잘 꾸몄네...

아스라이 / 재털이 크네..그치?? ㅋ
 
 
[5/14]   통곡의벽 2012-02-16 (목) 11:22
우리나라도 요즘 동네 담벼락에 벽화 그리는게 좀 눈에 띄는거 같은데
저런 눈속임 그림 형태가 더 바람직 하게 생각되네.
주위 풍경과의 조화로움이 훨 자연스럽고 안온해 보인다는 점에서.
 
 
[6/14]   된장 2012-02-16 (목) 18:00
오왕 눈속임 벽화 멋져요.
 
 
[7/14]   앤드 2012-02-16 (목) 18:51
눈속임벽화보며 멋지다 싶었는데
김현의 일상에 잡혀 노예처럼 살고 있는 인간에 대한 구절이
가슴에 와 박히네
김현하면 황동규의 시가 떠올라
그를 묻고 오던 날 속절없이 떠오르던 아름다운 그의 얼굴때문에
과속했다던...

아직 책을 못 들고 있어서 전에 있던 책을 여기 저기 찔끔 찔끔 읽는데
기억속에 스크랩해둬야겠군, 미슐렝 가이드...
 
 
[8/14]   피안 2012-02-17 (금) 08:12
멋진 사진과 모르는 이야기들...
들려줘서 항상 고맙네..
가볼지 장담을 못하지만
눈으로 호사를 누리고 있다...
 
 
[9/14]   박봉팔 2012-02-17 (금) 15:13
 
 
[10/14]   박봉팔 2012-02-17 (금) 15:14
앙드레지드의 '화요비' 모임에서 박화요비가 이름 땃나?
 
 
[11/14]   박봉팔 2012-02-17 (금) 15:15
그냥 여행 다니며 살았으면 ㅜㅜ
 
 
[12/14]   박봉팔 2012-02-17 (금) 22:21
그런데 진짜 밀혼이 사진에 소질이 있는 거 같아.
아이폰으로 찍었다는데 믿기 않을 정도로 구도가 안정되어있어.
내가 사진 좀 볼 줄 알아서 하는 말이야.
사진 전공했으면 잘 했을 듯.
 
 
[13/14]   밀혼 2012-02-17 (금) 22:36
이번 글은 답글 안달고 넘어갈랬는데
봉팔 땜에 단다.(오해받는 거 못참어)
내가 찍는 모든 사진이 폰 사진 아님요.ㅠㅠ
내가 제법 크게 올리는 건 니콘 똑딱이,
좀 구려서 작게 올리는 건 아이폰. 이렇게 보면 됨니다.

사진은...찍사 취미생활 쫌 했는데
요즘은 어깨가 아파, 욕심을 버리고, 똑딱이와 폰 씁니다.
(가벼운 게 무조건 최고. 화질이고 나발이고)

그리고 대충 찍어와서, 여기 올리기 전에 귀퉁이 지저분한 거
좀 잘라내기도 함니다.
 
 
[14/14]   미나리 2012-02-18 (토) 02:54
울나라도 벽화 좀 아리스틱하게 뽑아내면 얼마나 좋아.
완전 공무원삘이야.. 육교 같은데 칠해논거 보면
아니함만 못하다 진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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