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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날이 밝았다. 오늘 일정은 요트 타기와 김녕미로공원, 만장굴이다. 그런데 비가 계속 부슬 부슬 내린다. 바람도 많이 불고...
김녕에 요트를 예약해 두었는데 이 날씨에 탈 수 있을까? 안그래도 요트 업체에서 먼저 전화가 온다. 일정대로 운항한다고, 아마 취소하는 사람 확인차 전화했을 것이다. 요트는 몇년 전 세미나 때 타 본 적이 있는데가 정말 좋은 기억이 있어서 이번 여행에 예약을 했다.
그때 기억은 요트가 참 커서 30명 넘게 탈 수 있었다. 요트 안에는 하늘이 보이는 침대방과 게임방, 노래방도 있어서 고급지고 좋았다. 출항하기 전 항구의 가두리에는 방어인지 부실이인지 잡아서 키우고 있었는데, 승객 중 1명에게 낚시로 잡을 기회도 줬었다. 잡은 고기는 회로 떠서 요트에서 먹게 해 주었다.(나중에 운항하다 갖는 낚시 타임과 별도로)
선착장에 도착하니 바람이 더 많이 분다. 안내하는 여성 분이 외투를 준비하라고 하는데 애들은 여름옷 밖에 없다. 걱정이다. 공짜 멀미약을 챙기고 한 3~40분쯤 기다렸다 요트에 오른다. 요트 승객이 10여명 된다. 요트도 자그마하다. 노래방도, 하늘이 보이는 침실도, 게임방도 없다. 실망이다. 마눌님은 변함없이 뾰로통하다.
요트에 올라 뒤편 테이블에 앉으니 접시 바닥에 얇게 깔린 회 몇 점과 포도주 2잔 파인애플 몇조각이 준비되어 있다. 출항하기 전에 모두 비우란다. 파도에 흔들리니... 회와 파인애플은 와이프와 애들이 게눈 감추듯 비웠다. 난 분위기 잡고 빈속에 와인 한 잔을 음미하며... 위가 찌릿하다. ㅠㅠ
예상대로 바람이 불고 비가 내리니 파도가 만만치 않다. 배가 멀리 나갈 수 없어 근해에만 움직인다. 근해라 해서 파도가 예외는 아니다. 토하는 애가 생기고 휴지 찾는다고 부산하다. 아들도 속이 이상하단다. 준비한 멀미약을 먹인다. 딸은 아무 이상 없다.
뱃머리의 튀어나온 난간에 앉아 사진 몇컷 찍고 타이타닉 포즈 좀 취하고 팀별로 1대씩 준비한 낚시대를 내린다. 여기서 낚시가 된다면 아마 집 나간 고기이거나 어디 아픈 고기일 것이다. 그냥 흉내만 좀 내라는 뜻이다. 결국 모두 허탕이다.
너무 짧지 않을까 걱정한 1시간짜리 요트 투어가 이렇게 지겨울 줄 몰랐다. 흔들리는 요트를 떠나 빨리 땅을 밟고 싶다. 항구로 돌아오니 요트를 배경으로 찍어 놓은 가족 사진을 액자포함 2만원에 판다. 마누라가 싫단다.
요트장을 나와 미로공원으로 향한다. 가는 길에 외떨어진 식당에서 제육볶음과 돈까스로 줄인 속을 달랜다. 고양이가 가게 밖에 몇마리 놀고 있다. 길고양이인데 먹이를 주니 도망 가지 않고 같이 살고 있단다. 참 고마운 사람들이다.
이제 미로공원이다. 거기 매표소 앞의 차 본넷 위에도 고양이 서너마리가 서로 껴안고 자고 있다. 만져도 도망가지 않으며... 아이구 고양이 팔자 상팔자다.
1시간 안에 미로를 통과하여 중앙에 위치한 종을 치면 몇 %내에 든다는 설명을 듣고 애들과 미로공원 입장. 애들과 나는 함께 움직이고 마눌님은 따로...
몇 번 왔다 갔다 반복하니 2~30분 만에 종각 도착. 땡땡땡 종을 울린다. 마눌님은 끝까지 실패. 바로 나가는 길로 퇴장하셨다. 미로공원도 그나마 괜찮았다.
이어서 만장굴. 정말 시원하고 거리가 정말 만장이다. 1장이 10cm인 모양이다. 만장이 1km이니. 만장굴의 의미를 이제서야 알았다. 둘째가 춥고 다리 아파해서 내 옷을 입히고 업고 걸었다. 그리고 마침내 개방된 굴의 끝에 도착해서 사진을 찍었다.(짤방) 그래도 끝을 봐야 하는 성미라... 만장굴은 애들한텐 별 의미가 없을 것 같다. 용암이 만든 수 km짜리 지하 동굴. 이 자연의 위대함과 아름다움... 나도 별로다.
만장굴을 나와서 제주공항으로 향한다. 이제 마지막이다. 렌터카 반납하고 제주항으로 향할 택시를 기다린다. 기다리는 줄이 100m 쯤 된다. 이놈의 택시가 문제다.
근 30분을 기다려 택시를 타고 급히 제주항으로 향한다. 근데 제주항은 사람들로 미어터진다. 출항할 시간이 30분 지나서야 배가 움직이기 시작한다. 우리는 4인실 침대칸이다. 애들은 우리만의 공간이 너무 좋단다.
애들은 군것질거리와 어른은 소주 한 잔하고 가면 4시간이 금방 갈 것 같다. 근데 술은 없다. 녹동항에서 차를 가져 가야 하니...
애들은 2층 침대에서 즐겁게 뛰어 놀다 곧 잠이 든다. 녹동항 도착할 때까지 깨지 않는다.
밤 9시쯤 녹동항에 도착했다. 다시 차를 타고 3시간 가까이 달려야 하지만 그래도 맘이 편안하다. 이젠 북적거리는 사람들과 이별할 수 있으니....
앞으로 가족여행으로 제주도 갈 일은 없을 것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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