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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4일 현충일 연휴를 맞아서 온 가족이 처음으로 제주 여행을 떠났다. 비행기는 전좌석이 매진이어서 대기석으로 기다리려다가, 배로 가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아 6월 3일 밤에 전라도 녹동항으로 출발했다. 다음날 9시에 출항이라 하루 전날 여유있게 출발했다.
세시간쯤 운전하여 숙소인 모텔에 도착했는데 한산하다. 아마 금요일 밤이라서 그런 것 같다. 사전에 방이 없을까 모텔을 예약 했었는데, 굳이 할 필요가 없었다. 가격도 더 싸게 할 수 있었을텐데, 아쉽다.
숙소에서 잠을 자고 다음날 일어나 녹동항으로 향했다. 사람들로 엄청 붐빈다. 비도 부슬 부슬 내리고, 표를 찾아서 승선하려니 줄이 100미터는 넘게 서 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자유석에 좋은 자리 찾아 돗자리 펴서 앉으려는 승객들의 줄이다. 우리는 좌석이 있어서 줄을 설 필요 없이 천천히 타면 되었는데...
어렵게 승선을 해서 자리에 앉으니 통로 곳곳에 돗자리를 펴 놓고 술판이 벌어진다. 제주까지 가는 4시간 동안 우리는 '내 나이가 어때서'를 몇 번이나 들어야 했다. 마누라의 짜증이 계속된다.
제주도를 배로 가는 사람들은 자전거 여행하는 사람, 산행하는 사람, 버스로 단체 여행하는 나이 지긋한 사람이 대부분이다. 친구들끼리 술 한 잔 하며 여행하고 싶은 사람은 괜찮을 것 같다.
4시간이 지나서 제주항에 도착했다. 바람이 분다. 아주 많이 분다. 비도 부슬부슬 내린다. 춥다. 엄청 춥다. 애들과 집사람은 반팔에 반바지다. 그런데 택시가 없다. 일반적으로 공항에는 택시가 승객을 기다리고 있는데, 제주항은 기다리는 택시가 없다. 밖에 나와서 2~30분을 기다려 지나가는 택시를 잡았다. 마누라의 짜증이 극에 달한다.
택시를 타서 렌터카를 찾기 위해 공항으로 향한다. 시간이 2시를 지나고 있다. 아침도 걸렀는데 점심도 아직 못 먹었으니, 춥고 배고프고 짜증만 심해진다. 공항에서 어렵게 렌터카를 찾아 제주 공항을 나와 서귀포로 향한다. 제주 시내는 너무 복잡하다. 렌터카도 어색하다. 빨리 외곽으로 나가야 겠다는 생각뿐이다.
한참을 달려서 시외로 나오니 그 많던 차량이 한산하다. 이제 식당을 찾아야 한다. 한 참을 두리번 거리다 중국집이 눈에 띈다. 중국집 골목으로 들어 가려 하니 집사람이 짜증을 낸다. 마누라가 좋아하는 흑돼지를 찾아야 겠다. 다시 달린다. 3시가 넘어서야 바다가 보이는 흑돼지 집에 도착했다. 흑돼지 오겹살이 1인분에 17,000원이다. 이리 저리 4인 가족이 먹은 음식값은 70,000원이다. 한 끼에 7만원은 좀 심한 것 같다. 마을 안으로 들어가면 음식값이 싸다지만...
6월 4일 일정은 '더마파크'와 '자동차박물관'이었는데 시간이 되지 않아 '자동차 박물관'으로 향했다. 사람이 많다. 사슴도 보이고, 박물관 구경을 마치고 아이와 함께 전기차를 타고 코스 주행을 하면 면허증을 발급해주는 곳이 있다. 여기도 줄이 엄청 길다. 한 30분 기다려서 나는 딸과 함께 집사람은 아들과 함께 전기차를 탔다. 즉석 면허증도 받았다. 그나마 제주 여행 중에 괜찮았다.
피곤한 몸을 이끌고 서귀포 숙소로 향한다. 숙소에 도착하니 중국 사람이 많이 보인다. 짐을 풀고 저녁을 먹으러 나왔다. 숙소에서 멀지 않은 곳에 식당가가 있다. 거기서 뼈다귀 감자탕 '중자'를 시켜 먹었는데, 너무 많다. 거기에 라면 사리까지 넣어서... 마누라는 먹기 싫단다. 아들과 억지로 나눠 먹는다. 배가 터질 것 같다.
힘든 하루가 끝났다. 빨리 가서 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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