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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봄에 결혼하는 큰애기들은 억울하다. 혼례날까지 아낙들의 입초시에 오르기 십상이다. 으례 가을 걷이가 끝나 치르기 마련인 성례가 늦어 졌으니 마음 앓이가 크지 않았겠는가? '어무이! 이러다 큰애기로 늙어 죽어요!' 어미를 졸라 어렵사리 바삐 잡은 날이 춥기 때문이다. 새봄에 결혼한 새댁들 모두가 마음이 곱지 않을 수는 없는 일이다. 입초시에 오른 이유는 날씨가 열에 다섯이고 나머지 다섯은 손님들이 입성에서 비롯된다. 새봄, 옷차림이 든든치 못한 아낙들에게 봄바람은 그야말로 으시시미비비이다. 추운 데서 떨던 아낙들 입에서 '며느리가 삼할 것 같다'는 말이 나온다. 게다가 눈보라까지 치면 새아기랑 원수진 것 같은 말들도 나온다. 어렵사리 장리 빚으로 며느리를 들인 시어미 입장에서 부애가 터지고 눈꼬리가 올라가는 말이다. 그러나 동네 아낙들을 혼 낼 수는 없는 일, 첫날을 치루고 난 새벽부터 매타작보다 무서운 시집살이가 시작된다. 어제 그 반대의 경우를 보았다. 이명박은 자신이 나라를 섬기겠다고 했다. 국민을 섬기는 위정자는 머슴이나 사위 아닌가? 이런 꼴로 치면 박근혜는 여자이니 며느리라 해야 옳지 않겠나 싶다. 시집온 지 며칠 되도 않는 여자가 온 동네 어른들을 모셔 놓고 거짓말도 하고 죽을 줄 알아!라는 겁박도 한다. 성정이 이리 삼한 며느리를 데리고 살 수는 없는 일이다. 소박을 놓아야 하나 하지만 참자! 한번만 더 참자한다. 어제는 겨울 끝이라 날씨가 개 같았지만 아무도 날씨 탓은 하지 않았다. 거세게 몰아치는 창밖 검은 구름과 눈보라 비바람은 근자에 못 본 장관이었다. 눈보라가 잦아들어 햇살이 나면 풍경이 얼마나 좋을까 기대 되었다. 이럴 때 생각나는 김종삼의 시가 있다. 
그런데 요즘 보는 황현산 선생의 <우물에서 하늘보기>가 생각나서 다시 우울해 졌다. 아래는 황현산 선생이 쓴 친구 이야기를 고대로 옮긴 것이다.(우물에서 하늘보기 30쪽) 친구는 대학에 다닐 때 어느 고아원에서 자원봉사를 했는데, 미국의 자선가들이 고아들에게 보내는 크리스마스카드의 몇 줄 사연을 우리말로 번역하는 일이었다. 대개는 판에 박은 내용이지만, 한 카드에는 이런 말이 들어 있더란다. "선물을 보내고 싶지만 그게 네 손에 들어갈 것 같지 않아 그 대신 비싼 카드를 사서 보낸다" 그는 울기만 하고 이 말을 번역하지는 '않았다'고 했다. 아이가 누구보다도 먼저 알고 있을 현실의 가혹함을 또 다시 상기시켜 주고 싶지 않았고 자칫하다가는 그 카드마저 아이 손에 들어가지 못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이중으로 내용 없는 카드를 받았을 그 불행한 아이에게 이 내용 없음보다 더 현실인 것이 어디 있었을까. 내가 이부분 만을 옮긴 것은 분명 황현산 선생이 쓴 글을 오독 오용한 것이다. 선생이 말하고자 한 것은 <미학주의자라 일컫어지는 김종삼이 아니라 예술이 과격한 사보타주로 현실의 억압을 비껴가는> 한 예로 들은 것이다. 이제 416 세월호 참사 몇 주기가 다가 온다. 독하고 삼한 며느리가 집안 뿐아니라 온동네에 곡소리가 나게 만드는 세월이다. 어찌할꼬, 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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