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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도 노점상 철거가 있다. 음. 당연한 일인가. 얼마간 머물렀던 곳에서의 일이다. 그곳에 있을 때 거의 매일 마주하는 친구가 있었다. 맛있고 비위생적인 다양한 종류의 꼬치를 파는 노부부. 식사를 때우느라 들릴 때마다 좋은 말벗 노릇을 감당해 줬다. 방언이 심한 그 노부부와 중국어 감이 떨어진 나의 오리무중 대화는 주변 상인들에게도 좋은 구경거리였다. 그 날도 여느 날처럼 저녁을 사러 그곳으로 향했는데 쥐색 경찰복을 입은 사내들이 노점을 둘러싸고 있다. 사실 이들은 공안이 아니다. 청관(성관,城管), 한국식으로 말하면 도시환경관리과? 뭐 그런. 또한 한국과 마찬가지로 대부분은 '용역'이다. 거칠다는 뜻. 가끔 저들을 보기는 했다. 다만 대부분 근처 번화가에서 호황을 누리던 생필품 노점들을 대상으로 했었다. 그 노점들은 '세금을 지불하고 운영하는 유사업종' 건물들 바로 앞에 위치하고 통행을 방해하고 있었기 때문에 공분하는 이는 없었다. 그러나 이 노부부는 달랐다. 통행에 방해를 주는 것도 아니고, 주변에는 유사업종 가게도 없었다. 주변 상인들이 인정하듯, 생존생계형 노점이었던 것. 그러나 법은, 적어도 '집행'의 순간에서는 망설이지 않는다. 당연한 일이다. 단속이 시작됐다. 단속원은 철거한 설비들을 몰고 온 트럭에 실기 시작했다. 주변의 몇 노점들이 그렇게 해체 당하고 노부부의 차례가 됐다. 그러던 찰나 할머니는 리어카를 붙잡고 울음을 터뜨렸고 할아버지는 길바닥에 누워 울부짖으며 항의했다. 트럭과 노점, 십 수 명의 단속원들이 뒤섞여 길은 엉망이 됐고 통행은 차단됐다. 이곳은 대규모 주거지와 대로를 잇는 요충지였다. 많은 차들이 빵빵거리며 항의하다가 분위기를 감지하고 차를 돌렸다. 그러나 뒤편의 길게 늘어선 차들은 이 사실을 몰랐다. 결국 도로는 뒤죽박죽곤죽으로. 사람들이 하나 둘 모여들었다. 한 경찰관이 비디오 카메라로 모든 과정을 채증하고 있었고, 사람들은 이 노부부를 둘러쌌다. 단속원에게 적극적으로 항의하는 사람은 없었다. 곳곳에서 한 마디씩 새어 나왔을 뿐. "이깟 노점이 뭔 큰 위법이라고 이렇게 강경하게 법을 집행하느냐" 등등. 30분에서 1시간 동안 이어진 실랑이 끝에 그들은 '오늘이 마지막 경고다'란 한 마디를 남기고 철수했다.
중국의 길거리 인심이 야박하다는 보도가 잦고, 대체로 그 말이 맞을 때가 많다.(요새는 한국도 크게 다르지 않은 듯?) 그런 점에서 귀한 풍경을 본 셈. 주변의 사람들은 두 분을 일으켜 세우고 물을 좀 먹인 후, 물건을 정리했다. 다시 장사하라고 격려하는 사람도 있었다.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중국말이라서 못한 게 아니다). 공안들이 저 분들을 둘러 쌀 때도 나는 사진을 찍었다. 나는 저 사진에 그 어떤 선한 행위도, 그 어떤 (악질적으로)나쁜 행위도 없다고 생각했다. 위법을 한 사람과 법을 집행하는 사람이 있었다. 생존을 위해 길에서의 고생을 마다하지 않고 위법한 사람과 생활을 위해 사람들의 따가운 눈총을 마다하지 않고 법집행을 한 사람이 있었을 뿐이다. 그래서 법은 경직되면 안 되는 거겠지. 굳은 법은 엄한 게 아니라 엄한 사람들을 울게 하고 굳게 한다. 그리고 몇 시간 뒤, 나는 울부짖으며 온 몸으로 항의하던 그 노부부의 꼬치와 수다로 저녁을 때웠다. 그들은 언제나처럼 넉살좋게 하하호호 부지런히 맛있고 비위생적인 꼬치들을 구웠다. 뭐 그런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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