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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에는 딱 두 종류의 사람이 있다:
드럼 채를 잡아본 적이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
아이가 고등학교 2학년일 때 근처 홈플러스 문화센터에 드럼 강좌가 생겼다. 집사람이 그걸 또 어떻게 알아가지고 아이 이름으로 냉큼 등록을 했다. 아이가 스트레스 푸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며. 그런데 아이가 가지 않겠다고 해서 ... 취소도 안 된다 그러고 ... 하는 수 없이 내가 다녔다. 3개월간. 해서 나는 드러머가 된 것이다.
알게 된 사실:
1) 드럼도 나름대로 악보가 있데?
2) 드럼은 (오른손잡이 기준으로) 오른손 역할이 8할, 왼손 역할이 2할이더라.
근데, 나는 불행히도 왼손잡이고, 내가 가는 시간에 수강생이 거의 없어서 드럼 배치를 좌우로 완전히 바꿔버리면 되긴 한데 그것도 성가신 일이고, 또 온전히 나 혼자만 치는 것도 아니고... 해서 좀체 잘 늘지가 않았다. 늘 가면 나는 드럼 채 대신 통기타(이건 쫌 쳤다) 잡고 선생은 드럼 채 잡고 해서 둘이 신나게 치고 놀았다. 당시에 나는 이러저러한 사정으로 개인적으로 매우 힘든 시기를 보냈었는데, 일주일에 두 번씩 그렇게 가서 놀았던 것이 큰 도움이 되었던 것 같다.
선생이 마냥 이리 놀기만 할 일이 아니라 꼭 한 곡만 마스터(?) 하자면서 골라준 곡이 Enter Sandman (Metallica) 이었다. 주구장창 그 곡만 반복해서 어쨌건 끝까지 어설프게 ? 간신히 ? 제법 흉내 같은 걸 낼 수 있게 되었다. 나중에 알고 봤더니 그 그룹, 그 곡이 꽤 유명한 거 였나봐. 울 아들 있을 때 혼자 흥얼거리면서 연습용 고무패드로 그걸 쳤더니 아이가 ‘와, 아빠 신기하다, 그 곡을 어떻게 알아?’...
당시에 내가 재미있다고 했더니 집사람이 돈 모아서 한 세트 사지 그러냐고 권했다(연습용은 생각보다 안 비쌌다). 시골집에 설치해놓고 치면 되지 않겠냐고... 그때 못 이기는 척 하고 샀으면 지금 내가 여기 이러고 있지 않았을 지도 모를 일이다.
암튼, 해서 나는 이 세상 사람들을 나누는 또 하나의 기준, 드럼채를 잡아본 적이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 중 전자 그룹에 속하는 사람이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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