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방에서 담배 피울 때, 나는 곰방대를 입에 문 한마리 호랑이였다. 호랑이가 담배를 끊으면 사람이 살맛을 잃는다던 시절 이야기다.
아이가 생기고 나서 아파트 주차장에 나와 피웠다. 시골로 이사한 다음에는 커피잔을 들고 안마당에 나와 피웠다. 아새끼들이 커지다보니 바깥마당에 의자를 내다 놓고 피웠다. 바깥마당에서도 추방 당하니 푸성귀 채마에서 피울 밖에, 요즘은 커피잔 대신 텀블러에 담아 나온다.
내친 김에 시골길을 따라 기웃거리기도 하는데, 오늘은 들깨 농사를 지은 윗집 삼형제가 솜씨 나게 터는 도리깨질을 본다. 들깻단 밑둥을 잘라 말릴 때도 은근짜한 향이 좋았는데... 깨타작에 비길 수는 없다. 들깨 터는 냄새에 코가 아리다.
김준태가 쓴 시, <참깨를 털면서>가 떠올랐다. 참깻대 모강지를 부러뜨리지 말라던 할머니 밑에서 자란 남자 시인, 1980년 5월 <아아 광주여, 우리들의 십자가여!>, 이 시를 보던 전율, 만주 벌판을 누비던 숫놈 표범 같은 포효!
이보우, 재털이 좀 가져오라우! 아편을 사러 밤길을 가던 이들, 수컷 풍모로 끽연하던 그 장엄사내들은 다 어디로 갔는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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