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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라가야阿羅伽耶 <삼국유사>에는 아라가야는 咸安(함안)이라고 나온다. <삼국사기> 지리지에는 ‘아시라국(阿尸良國’이라 나오고 ‘안라安羅’도 나온다. 아라阿羅=안라安羅=아시라국(阿尸良國)인데, 한자의 音(음)만 딴 것임을 알 수 있다. 김해 서쪽으로 인접한 곳이 함안이다. 김해가 ‘금가야’라 했으니, 수로왕이 다스리던 금가야 서쪽 인접국이 아라가야다. 여러 가야들이 낙동강을 따라 자리 잡고 있다. 유적·유물도 이를 입증하고 있다. 낙동강을 따라 철을 생산하고 고가의 철기를 수출했을 것이다. 김수로의 대가야(금관가야/남가야)가 가야연합국의 맹주가 될 수 있었던 것은 낙동강 하구에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낙동강의 물류와 수출입 물류는 결국 강과 바다를 끼고 있어야 한다. 그런데 아라가야도 대가야와 지리적 잇점은 같다. 다만 강이 좀 작다. 아라가야는 북쪽으로 남강이 흐른다. 아라가야와 대가야는 매우 밀접했거나 하나의 나라이지만 역할이 달랐던 것 같다. 아라가야는 수출입 상대국들이 자유로이 드나드는 물류의 거점으로 이용되었던 것으로 볼 수 있다.
/앗/아침 ‘아라가야=아시라국’이라 했다. ‘아라’와 ‘아시라’는 같은 말이다. [아]와 [아시]가 같다는 말이다. 고어에서 (이응+아래아+시옷)은 ‘아침, 시작, 첫, 새로운’을 뜻한다. 뒤에 모음 [이]가 붙으면 [아시]로 발음 된다.
아침은 [아지]에 명사형 어미 [ㅁ]이 붙은 것이다. 일본어로 朝(아침, 첫, 시작, 알현)는 [아사]라고 발음하는데, [앗]+[아]에서 나온 것으로 우리말이 그대로 남은 사례다. 우리말에 날짜를 말하는 ‘어제-오늘-來日(내일)-모레-글피’가 있다. 이중에서 유일하게 [내일]만 한자다. 우리는 ‘내일’의 순우리말을 잃어버렸다. ‘’만 잃어버린 것이 아니라 ‘내일’도 잃어버린 것이다.
(첫) ‘來日(내일)’은 ‘첫날’이라고 봐야 한다. ‘오늘’의 아침이 지나버렸으니, ‘첫날’은 ‘내일’이다. 이 [내일]을 과거에는 뭐라고 불렀을까? 일본어에서 그 힌트를 찾을 수 있다. 일본어로 來日(내일)은 あす[아스], あした[아시다]다. [아스]는 [앗]+[으]로 분해된다. 받침이 없는 일본어에서 [앗]은 자연스럽게 [아스]로 발음된다. [아시다]는 [앗]+[이다]로 분해된다. 결국 코어는 [앗]이라는 걸 알 수 있다. 아침을 뜻하는 [아사], 내일을 뜻하는 [아스]에 ‘처음/새로운/시작’을 뜻하는 [앗]이 들어있다. 아침과 내일의 조합의 예는 다른 나라에도 제법 있다. 스페인어로 아침은 [마냐나]다. 내일도 [마냐나]다. 그럼 ‘내일 아침’은 어떻게 표현할까? Mañana por la mañana[ 마냐나 뽀르 라 마냐나]다. 굳이 영어로 바꾸면 '마냐나 of 마냐나'다. ‘내일’과 ‘아침’ 두 단어에는 ‘첫(처음/시작/new)’이라는 의미가 포함되어 있다.
(아시/아지) 경상도에서 바로 밑 동생을 ‘아시동생’이라고 한다. ‘아시동생 대하듯 한다.’는 말은 바로 아랫동생 대하듯 함부로 대한다는 뜻이다. ‘아시논 매듯 했다.’는 말도 쓰는데, '개고생 했다.'는 뜻이다. ‘아시논’은 ‘첫 논’, '새로 만든 논'을 말한다. 처음 논을 만들면 큰 돌 작은 돌 빼야하고, 풀도 많이 뽑아내야 한다.
말이 새끼를 낳으면 망아지다. '첫(처음) 말(馬)'이다 말 : 말+아시 = 말아시 = 망아지(첫 말) 소 : 소+아시 = 소아시 = 송아지(첫 소) 개 : 개+아시 = 개아시 = 갱아지 -> 강아지(첫 개) 퇘(퇫) : 퇘(퇫)+아시 = 퇘아시 = 퇘지(첫 돼지) [아지]가 [앗]의 명사형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새끼돼지를 이르는 말이 없는 것도 이런 이유인 것 같다.
‘아사달’은 ‘첫 땅’, ‘수도’라는 말이다. 앗+달(땅) = 아시달 = 아사달
아라阿羅 = 첫 나라 <삼국유사>에 ‘아라’를 <삼국사기> 지리지에 ‘아시라’라고 기록되어 있다. 둘 다 같은 말이다. ‘아라'는 ‘[앗]+[라]’인 것이다. [라]는 國, 城을 의미하고, 지금 우리가 [나라]라고 하는 것과 같다. 일본 교토 남쪽에 있는 일본의 고대수도 ‘나라(奈良)’ 역시 같은 뜻이다. <삼국사기>에 등장하는 ‘任那加良’을 고대에는 [임나가라]로 읽었을 수 있다. 오래전 이주한 해외동포들이 우리 관습과 말을 더 오랫동안 유지하듯, 일본이 고대 우리말을 더 잘 유지했을 수 있다. 고립되어 있으므로. 제주방언과 일본어를 잘 연구하면 고대 우리말을 복원할 수 있을 것이다. [아라]는 ‘나라’ 즉 ‘첫 나라’다. 새로 나라를 열었다는 뜻이다. 결국 아라, 아나가라, 안라, 아시라, 아실라 모두 같은 말이다. 新羅(신라) 역시 뜻은 ‘아라’와 같다. ‘처음’, 'new'라는 [앗]을 소리(音)로 적으면 ‘阿’가되고, 뜻(訓)으로 적으면 ‘新’이 된다. ‘新羅’ 역시 ‘새로운 나라’를 뜻하는 말이다. ‘신라’도 ‘아라’도 모두 나라 이름이 ‘첫 나라’, ‘새로운 나라’인 것이다. 辰韓(진한) 사람들이라 그런지 작명 센스도 비슷하다. 그래서인지 서로 투닥투닥 자주 싸운다. 백제와 고구려가 그랬듯이. ‘任那加良’의 ‘良’을 일본의 고대수도 ‘나라(奈良)’의 ‘良’처럼 [라]로 고대에 발음했다면, 호태왕비문의 ‘任那加羅’와 발음이 같다. 둘 다 [임나가라]다. 한자에서 글자만 빌어 사용한 것이다. 그렇다면 호태왕비문에 등장하는 고구려 군대가 도망가는 왜군을 끝까지 추격한 곳 ‘임나가라任那加羅’와 <삼국사기>에 등장하는 ‘任那加良’은 같은 말이다.
新金 = 대가야(금관가야·가야)= 임나任那 <삼국사기>에는 딱 1번 ‘임나’가 나오고, 강수가 ‘임나가라(任那加良)’ 출신이라는 것 외에는 단서가 없다. 그런데 경남 창원에 있는 봉림사 진경대사비(鳳林寺 眞鏡大師碑)에 ‘임나’에 대한 또 다른 단서가 있다. 통일신라시대인 924년에 세워진 비석이다. 여기에 진경대사에 대해 “大師俗姓新金氏 其先任那王族”이라고 나온다. “대사가 출가하기 전에 성씨는 新金이다. 임나(任那)왕족의 후예다.”라고 되어 있다. ‘임나왕족 후손’이라는 문구에 ‘자부심’이 담겨있다. 가야의 후손이니 성씨는 당연히 ‘金’이다. 그런데 앞에 新이 붙는다.
‘新’은 신라 金씨과 구분하기 위해 사용했을 수 있고, ‘아라’의 ‘앗=新’일수도 있다. 전자일 경우 가야의 우두머리 首露왕 나라인 대가야다. '가야', '대가야'라 불렀던 금관가야는 562년(혹은 532년)에 신라에 투항한다. 그 인물이 금관가야 10대왕 구해왕이며, 김유신의 증조부다. 김유신은 사후 ‘大王’으로 추존될 만큼 높은 지위에 이르렀다. 이들 가야왕족은 초기에는 높은 대우를 받았다. 그러나 통일신라 후반으로 가면서 진골귀족에 밀려 중앙에서 멀어진다. 이때부터 金씨 성을 쓰지 못하고 ‘新’자를 붙이게 된다. 그런데 왜 하필이면 新을 붙였을까? ‘아라’에서 유래되어도 新이고, 새롭게 생긴 金씨라고 오래된 진골과 구별하기 위해 붙여진 것이라도 新이다.
우리 할아버지들이 배운 책에 ‘옛 소리’가 기록되어 있다.
훈몽자회訓蒙字會 훈민정음을 반포(1443년) 후 만들어진 천자문 비슷한 한자 학습서다. 1527년 초판본으로 보이는 것이 일본 교토(京都) 히에이 산(比叡山)의 에이산 문고(叡山文庫)에 있다. 마지막 판본은 1913년 판이다. 이 책의 가치는 한자 옆에 훈민정음으로 뜻과 소리를 달아두었다는 것이다. 당시 한글자모와 소리를 연구할 수 있는 자료다. 여기에는 任을 [반치음시옷△+이+미음]으로 되어 있다. ‘이응’이 아니라 반치음 시옷△으로 되어 있다. 뻔데기 발음쯤으,로 상상해본다. [님]-[밈]-[임] 그 어디쯤 있을 것으로 추측된다.
‘倭’는 훈몽자회에 [와]로 되어 있다. 뜻은 ‘예’, 소리는 [와]로 되어 있다. 큰 옥편에 보면 倭(왜)를 [위]라고도 읽는다. ‘위아래’ 할 때 [위]와 같다. [위]는 하늘이기도 하다. ‘예’는 뭘까? 예맥(濊貊)족의 ‘예족’을 말하는 것일까? 우리민족을 한(韓)족과 예맥족의 혼성민족이라고 하는 주장도 있다. 예맥은 ‘예족’과 ‘맥족’을 말하며 ‘동예’ 역시 예족이다. 그렇다면 倭(왜)는 예족(濊族)을 말하는 것일까? 고대사 탐구는 이래서 어렵고, 재미가 있다. 어쨌든 고대사서를 볼 때는 순우리말로도 생각해가면서 읽어야 한다. 같은 한자라도 쓰임에 따라 발음이 다른 경우도 많다. 고려할 것은 다 고려해봐야 한다.
지금의 경남 김해는 통일신라시대인 681년 금관경(金官京)으로 불렸다가 금관소경(金官小京)·김해소경(金海小京)으로 바뀌고 고려태조 23년(940년)에는 김해府-임해현(臨海縣)으로 지위가 점점 낮아진다. 이후 임해군이 되었다가 971년에 금주도호부(金州都護府), 1000년에는 안동대도호부(安東大都護府), 1012년에는 금주(金州)로 불렀다. 기본적으로 ‘金’자는 빠지지 않는다.
긴 여정 끝에 우리나라 고대문헌에 기록된 ‘임나任那/임나가라’는 ‘대가야/ 남가야/ 금가야/ 금관가야’로 불렸던 김수로의 나라, 지금의 김해를 중심으로 한 가야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신라에서 퇴각한 倭軍(왜군)이 마지막까지 항전한 곳, 고구려 군사가 적들을 끝가지 추격한 곳 ‘임라가라’가 지금 김해부근의 대가야인 것이다. 위치가 비정되었다.
대가야의 왕족이 통일신라시대에 ‘金’을 사용하지 못하고 ‘新金’이라 해야 했고, '新金'씨인 진경대사의 비문에 그가 임나왕족의 후손이라 기록되어 있고, <삼국사기>의 ‘강수’가 자신을 ‘임나가라任那加良’ 사람이라고 했으니 ‘임나가라’의 주인이 누구였는지도 알 수 있다.
남가야, 대가야, 금가야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린 김수로의 나라, 가야의 우두머리 나라의 또 다른 이름이 ‘임나가야’인 것이다.
그렇다면 일본의 고대문헌에 있는 ‘임나’는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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