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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태왕비문을 다시 보자.
(A)十年庚子 敎遣步騎五萬 往救新羅 從男居城 至新羅城 倭滿其中 官軍方至 倭賊退 #□□(由新羅躡蹤追)來背急追至任那加羅從拔城 城卽歸服 (B)安羅人戍兵□新羅城□城, 倭寇大潰 城□#□□盡□□□安羅人戍兵新□□□□其□□□□□□□言
永樂10年, AD 400년에 벌어진 일이다. 고구려가 왜의 공격을 받고 있는 신라를 구해주었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신라성=신라수도(또는 신라 땅)에 도착하니 倭가 가득했고 우리 고구려군이 도착하니 왜가 도망갔다. 임나가라那加羅 종발성從拔城에 도달하니 城(종발성)이 항복했다. 안라인수병이 신라성, X성을 OO했다. 왜구가 크게 무너졌다’는 이야기다. 원문에서 □은 판독불가, #은 원래 글자가 없는 것으로 본다는 뜻이다. 위 판독문은 노태돈(盧泰敦) 서울대학교 사학과 교수의 판독문이고, 해석도 노태돈교수의 내용과 거의 같다.
앞부분 (A)를 달리 해석해보자. 十年庚子, 敎遣步騎五萬 往救新羅 재위10년(400년), 보병과 기병 5만명을 보내 신라를 구하도록 하였다.
從男居城至新羅城倭滿 其中官軍方至倭賊退. 남거성(男居城)에서 신라성까지 왜가 가득했다. 그곳에(其中) 관군이 도착하자 왜적이 퇴각했다.(倭賊退)
#□□(由新羅躡蹤追)來背急追至 任那加羅從 #□□ 뒤를 추격하여 임나가라까지 쫓았다.
拔城 城卽歸服 (임나가라의) 성을 공격하니 항복했다.
'□□背急追至任那加羅從'에서 앞부분은 알 수 없지만 '背'는 '왜의 뒤'를 말한다. 즉 '적의 배후를 급히 추격하여 임나가라까지 쫓아갔다.'는 말이다. 拔城 : 성을 공격(拔)했다.(여기서 城은 왜구들이 있는 곳일 것이다.) 城卽歸服 : 성이 곧 항복했다.
이렇게도 해석이 가능하다. 같은 비문이라도 해석이 달라진다. 중국식으로 해석하는 것보다 우리말 어순으로 해석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훼손되지 않은 다른 많은 부분 역시 우리말 어순으로 해석하면 이해가 더 잘된다. 중국인들이 두보, 이백의 시를 이렇게 우리말 어순으로 한자를 재배치하여(번안 후) 그 내용을 이해한다고 하는데, 일리가 있다.
그런데 해석도 해석이지만 비문판독도 다양하다. 탁본의 판본도 다르고 각 글자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 글자 유무, 판단불가여부, 글자판별 등 징글징글하다. 각각에 따라 해석도 달라진다. 가만둬도 1600년 된 비석이라 판독이 어려운데, 누군가 손을 댔으니 억측까지 더해진 상황이다.
(B)부분을 살펴보자. 安羅人戍兵A新羅城B城倭CD潰 : ABCD로 표시한 부분의 글자 판독은 제각각이다. 安羅人戍兵□新羅城□城倭寇大潰 : 盧泰敦 安羅人戍兵拔新羅城長城倭滿倭潰 : 金毓黻(奉天通志) 김육불 安羅人戎兵拔新羅城★城倭滿□□ : 橫井忠直(會餘錄) 安羅人戍兵拔新羅城□城倭滿倭潰 : 三宅米吉(高麗古碑考追加) 𡚴羅人拔兵拔新羅城盡城倭滿倭潰 : 榮禧(古高句麗永樂太王墓碑文攷) 安羅人戍兵拔新羅城□城倭滿倭潰 : 羅振玉(神州國光集) 安羅人戍兵拔新羅城▲城倭滿倭潰 : 今西龍(訂正增補 大日本時代史) 安羅人▼兵拔新羅城□城倭滿倭潰 : 前間恭作(朝鮮金石總覽) 安羅人戍兵□新羅城□城倭滿倭潰 : 水谷悌二郞(書品) 安羅人戍兵拔新羅城□城倭滿倭潰 : 末松保和(日本上代史管見) 安羅人戌兵拔新羅城□城倭滿倭潰 : 朴時亨(廣開土王陵碑) 安羅人戌兵拔新羅城鹽城倭寇大潰 : 王健群(好太王碑の硏究) 安羅人戌兵拔新羅城農城倭寇大潰 : 李亨求(廣開土王陵碑新硏究) 安羅人戌兵□新羅城□城倭□倭潰 : 武田幸男(廣開土王陵碑原石拓本集成)
가장 빈도수가 높은 것을 조합하면 安羅人戍兵拔新羅城□城 倭滿倭潰(倭寇大潰)이다. 뒷구절 倭滿倭潰은 倭寇大潰으로 읽어도 어쨌든 결론은 왜가 무너졌다는 것이 분명하다. 앞부분은 ‘안라인수병’ 다음 글자를 알 수 없다는 부류와 拔(뽑을 발)이라는 부류로 나눠진다. ‘拔’라면 ‘신라성을 쳤다.’는 말이다. 여기서 여러 해석이 생긴다. 안라가 신라를 공격한 걸까? 신라성에 있는 倭(왜)를 공격한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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