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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단-하다 : 오래 생각되지 아니한 것을 어떤 실마리로 인하여 환하게 깨닫다
1년 정도 됐으려나, 아직 안 됐으려나. 알바 삼아 고등학생들 탐방, 답사 스탭을 한 적이 있다. 요새는 학교에서 기획해서 국내외 현지로 다양하게 보내더라. 그러다보니 교사들 손이 부족하지. 부족하면 알바가 생기고...아 그게 아니라. 그런데 녀석들의 대화를 곰곰 들어보니, 뭔가 알듯말듯한 단어가 자주 나오더라고. 이게 분명 신조어는 아닌데, 아 이상하다 이상하다 했지. 그래서 물어봤지. 듣고 나서야 아차! 했다. 어감이 참 좋더라. 깨닫는다-와는 좀 다른 느낌과 뜻. 재기발랄한 느낌이 더하다고나 할까. 그리고 시간적 숙성을 요하는 깨달음보다 정신없이 이런저런 일들과 부딪히는 일상들에 더 가까운 말 같기도 하고. 저절로 깨단한 사람들이 떠오르더라. 가령 노무현 전 대통령 같은 사람. 문재인이 말했지. 노무현 대통령은 공부하는 사람이었다고.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 전과 후가 완전 달랐다며. 노동문제는 걱정 안 했지만, 국제정세 같은 폭이 넓은 부분, 익숙하지 않은 부분에서도 빠르게 깨쳐 나갔다고. 그럴 땐 깨달음보단 '깨단하다'란 말이 더 맞겠지. 의원할 때, 부산시장 나갈 때, 후보 경선할 때, 임기 초반, 중반, 말기, 그는 계속 깨단했던 사람이었어. 변절이 아니라 변화를 즐기는 사람. 혁신을 입에 달고 산 이유가 있겠지(실제 임기 중반부터 그의 워딩에 '혁신'이 등장하는 빈도는 급상승). 깨단-에 결정적 역할을 하는 존재들이 있더라. 가령 지식이 필요할 땐 책이나 전문가가 그런 역할을 하기도 하지. 사유나 삶에 대해서 깨단-하게 될 땐 주로 사람. 그것도 날 것을 가진 사람. 이건 똑똑하거나 선량하거나 고상하거나 활기차거나 하는 좋은 덕목들하곤 조금 다르더라. 깨우침-을 함께 하는 스승을 만나는 것도 어렵지만, 깨단함-을 함께 하는 날 것의 친구를 만나기도 어렵다는 말. 깨단-에 실마리의 역할을 해주는 존재 역시 참으로 귀하다. 더군다나 그 실마리를 알아보려면, 존재:사람을 깊게 봐야만 가능한거니. 노무현 전 대통령이 존재:사람과 접속하는 방식처럼. 적다보니 너무 어렵네. 깨단하다-란 말 뜻은 딱 들어오는데, 깨단한 사람도 깨단함의 실마리가 되는 사람을 만나긴 너무 어렵다. 저렇게 마음에 쏙 들어오는 우리말 사전을 한 권 사서 딥따 파볼까 생각하다가도, 사전 보는 거 그거 참 쉽지 않더라. 일단 좀 뭔가 두껍다고나 할까. 혹시 두텁진 않지만 알찬 우리말사전 있음 추천도 좀 해주시고. 깨단하기가 깨알같은 하루였음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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