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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는 그렇게 작아져 간다 / 이상운/ 문학동네
병수발 3년에 효자 없다 하였는데, 작가의 아버지에 대한 1,254일 간병 기록이다. 작가의 말 제일 마지막에 씌어있는 "메멘토 모리(죽는다는 것을 기억하라)"가 가슴에 박힌다. 나는 부모님이 모두 돌아가셨지만 그렇게 병수발을 하지 않았다.
아래 내용은 책 얘기가 아니다. 책 얘기를 쓸려고 하다보니, 내 얘기가 먼저 끼어 들어서... 참고하시라.
아버지는 술병에 별다른 치료도 받지 못하고 집에서 돌아가셨다. 언제나 술독에 빠져 계시다가 정도가 심하면 며칠 앓아 누우신다. 그러다가 털고 일어나 또 술을 드시고, 이런 과정이 40대부터 60대 중반까지 계속되었다.
그런데 60대 중반이 되고부터는 앓아 눕는 빈도가 늘어나더니 어느 순간 그냥 마지막 숨을 내쉬며 돌아가셨다. 한 순간에... 2002년 쯤으로 기억한다.
아버지는 젊을 때부터 다리가 아프다하셨다. 다리가 아프니 아픈 것을 달래기 위해서 술을 달고 사셨다. 항상 고함치고, 돼지 멱따는 소리로 노래 부르고, 우리 엄니가 젊을 때 그렇게 잘 부르셨다던(나는 한번도 엄니의 노래를 들어보지는 못했다) '산장의 여인'을 자신 입맛대로 개사하면서 불러 재끼던... 아마 엄니는 그 노래소리가 듣기 싫어서 당신의 삶에서 노래를 버리셨을 것이다.
어릴때 내 기억은 멀리서 아버지 고함소리가 들리면 산으로 도망다니는 것 뿐이다. 괜히 붙잡히면, 두들겨 맞거나, 되지도 않는 1+1은 얼마에 대한 답변을 해야 한다든가, 동네 애들하고 박치기를 시키든가(그땐 김일의 박치기가 유행이었다.)혹은 이불속에 숨어 있어야 했다.
하여튼 60이 넘어가니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하고 앉은뱅이처럼 집에만 계셨다. 내가 한 날 라면을 끓여 드렸더니(아마 처음이었을 것이다) 감동을 하던 모습을 기억한다. 유일한 좋은 기억이다.
그렇게 집에서 장단지의 아픔을 잊기위해 술을 달고 계시다 어느 순간 자리에 누우셨다. 병원에 방문 진료를 요청해서 수액도 맞고 했지만 별 차도가 없었다. 엄니는 아버지에게 기저귀를 채워드리고 한 보름정도 병수발을 하셨다. 옆집 아저씨는 아이고 이번에는 안되겠다 하시는데, 나는 또 얼마 안 있어서 일어나시겠지 했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날 저녁에도 별 차도가 없어서 도서관에 가려고 집을 나서려고 하는데, 엄니께서 좀 이상하다고 집에 있으라 하신다. 거실에서 열려진 안방 문으로 누워 계시던 아버지를 보고 있으니, 계속 몸에 있는 변을 배출하신다. 기저귀도 마지막인데... 그리고 아주 큰 숨을 두어번 내쉬더니 그게 마지막이었다.
사람이 죽기 직전에는 몸에 있는 모든 것을 밖으로 배출한다는 것을 그때 알았다. 그렇게 아버지는 세상을 떠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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