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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자군 전쟁은 2백년간 지속되었는데 그 배경은 역설적으로 중세유럽의 허접한 수준 덕분이다. 십자군 전쟁은 비유하자면 발바닥의 무좀같은 수준에 불과했기 때문에 장기간 지속될 수 있었다. 만일 십자군이 이슬람 권에 근본적인 위협이 되었다면 이슬람의 대대적인 유럽정벌을 야기했을 것이다. 실제로 이슬람이 잘 나갈 때는 이슬람군이 프랑스 한 복판까지 진출했지만 십자군은 해안에서 깔짝거리는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다.
이슬람의 유럽정벌이 일어나지 않은 또 하나의 배경은 이슬람 자체의 분열인데... 즉 자기들끼리 싸우기도 바빴다. 그런 분열상은 투르크족의 중동진출의 산물이다. 이런 양상은 시대와 지역만 다를 뿐 역사에서 반복되는 현상이다.
- 게르만족 침입 -> 중세 천년암흑시대 진입 - 북방민족 침입 -> 5호16국 분열시대로.. - 투르크족 침입 -> 중동판 춘추전국시대로...
이런 분열상은 각자의 사정과 능력에 따라 다른 모양으로 극복된다. 투르크족은 자기덜끼리 다투면서 바그다드 압바스조의 종교적 권위는 인정했다.
바그다드 입장에서는 십자군은 한마디로 모기의 앵앵거림이이지만 거리상 예루살렘과 가까운 이집트는 보다 진지할 수 밖에 없다. 즉 십자군전쟁은 사실상 유럽과 이집트 간의 싸움이라고 할 수 있다.
십자군 기간동안 이집트는 파티마 -> 아이유브 -> 마물루크 왕조로 이어졌는데... 시아파 파티마조는 수니파 압바스조 권위추락의 산물이다. 당시 수니파에서는 수피즘이라는 신비주의가 유행했는데... 신비주의는 전형적인 말기적 현상되겠다. 서로마 멸망기의 신플라톤주의 철학도 비슷한 유형으로 보면 된다. 현대유럽의 해체주의, 생태주의, 인도에서 유럽으로 흘러 들어온 잡다한 힌두사상도 마찬가지... 암튼... 십자군의 명분은 예루살렘으로 가는 개독 순례자 보호다. 예루살렘을 지배하던 파티마 왕조는 원래부터 개독 순례자를 잘 보호해 줬는데 투르크에게 예루살렘을 빼앗기면서 상황이 꼬이게 된다. 그런데 막상 십자군이 예루살렘에 도착했을 때는 파티마조가 예루살렘을 다시 되찾은 후였다. 그 밖에도 그 시절에는 바깥 물정에 어두운 십자군에 의한 좌충우돌 코메디가 많이 발생한다.
예루살렘은 살라딘에 의해 수복된다. 파티마조는 이미 여러 군바리들에 국정이 좌우되는 국가해체 상태였고, 유럽이 영웅으로 대접해 주는 아이유브조의 창시자 살라딘 역시 쿠르드족 출신 군바리다. 살라딘은 시아파를 척결하고 이때 이집트는 순니파 국가로 탈바꿈한다.
아이유브조를 계승한 마물루크조는 지중해와 인도양을 잇는 중계무역으로 2백년 이상 재미를 보는데... 당시 이집트가 중계무역으로 흥했다는 것은, 즉 충분한 자체적인 생산력을 가진 나라는 아니라는 의미임.
이렇게 무역에 의존하는 나라는 생산 방식도 대체로 노예에 크게 의존하는데 대표적으로 고대 그리이스가 그렇다. 옛날에는 생산력이 척박할수록 무역에 의존했으나 산업혁명 이후는 생산력이 우월할수록 잉여생산물을 처리하려고 무역에 목매는 것이 다르다. 노예가 필요한 건 그때나 지금이나 같다.
암튼 웃기는 건 이집트에 노예를 공급한 당사자가 바로 이교도 이탈리아 상인들이다. 더 웃기는 건 마물루크의 지배계층 자체가 아이유브 왕조의 투르크 출신 노예병사집단이었다.
이들과 이집트 토착민을 연결한 매개가 바로 신학자/율법학자들인데... 이들의 부의 원천은 와끄프(Waqf)라는 종교재단이었다. 신도들에게 기부를 받아서 자선사업을 하는 것이 주요업무였는데... 이를 명분으로 면세로 치부하면서 방만하게 운영되었다. 요즘 우리나라 개독교회가 이 모양인데... 나라를 말아먹는 패턴은 시대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유사하게 나타나는 법이다.
암튼 지리한 십자군 전쟁은 몽골이 유럽과 중동을 모두 타격하면서 막을 내린다. 같은 유목민이라도 셀주크 투르크보다 몽골이 훨씬 뛰어난 셈이다. 유럽은 변두리 러시아가 망가지고... 중동은 반대로 중앙이 무너지고 변두리 이집트가 살아남았다. 이후 이집트는 바그다드를 대신해서 이슬람의 중심 역할을 한다.
나중에 지리상 발견으로 지중해 인도양을 잇는 중개무역의 이점이 사라지면서 이집트는 오스만 투르크에 흡수합병된다. 오스만 투르크는 선배격인 십자군 시대의 셀주크 투르크와 달리 국가의 틀을 완성하고 장기적으로 유지하는데 성공한다. 그 점에서 보면 오스만 투르크는 1세기 밖에 유지되지 못한 몽골제국보다 더 뛰어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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