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그림자(2001) 카를로스 루이스 사폰(Carlos Ruiz Zafon)
스페인어를 쓰는 나라에서 온 친구들이 유독 많은 생일파티였는데, 선물로 누군가 가져온 책이었다. 표지도 근사한 이 스페인어 원서에 대해 저마다 한 마디씩 했던 생각이 난다. 읽지는 않았어도 이 책을
모르는 사람은 없었다. 스페인에서는 '동키호테' 이후 최고 베스트셀러였다고. 책을 가져온 친구는 꼭 읽어봐야된다며 힘주어 권했는데, 어떤 책이냐고 묻자
"‘음…마르께스 같다고나 할까" 했다. 책을 읽고 나면, 그 줄거리를 설명하기보다는 다른 작가들을 들먹이는 게 더 쉽겠다고 끄덕이게 된다. 이 책 서평에 자주 불려나오는 책 목록은 다음과 같다.
움베르토 에코의
<장미의 이름>,
레베르테의 <뒤마 클럽>, 폴 오스터의 <뉴욕 3부작>, 빅토르 위고의 <노트르담의 꼽추>, 바이어트의 <소유>,
마르께스의 <백년동안의 고독>...
잊혀진 작가의 작품과 그 삶을 따라가는 주인공들이 그 문학 작품의 주인공들처럼 하는 사랑, 다른 문학작품의 인용, 비밀스러운 책의 세계, 혈연의 비밀, 지칠 줄 모르는 이야기 전개, 남겨진 편지를 매개로 과거를 복원해가는 것,
3대에 걸친 장대한 이야기, 고딕소설의 분위기, 소설 속의 소설이라는 점 등이 언급한 책들을 연상시키는 까닭일 것이다. 한마디로, 에코와 보르헤스의 대중적 버젼. 1945년 바르셀로나. 할아버지에게서 물려받은 서점을 운영하며 그 윗층에서 아버지와 단둘이 사는 다니엘. 책들에 둘러싸여 자라났고, 책 속의 인물들을 친구 삼아 지낸다. 열 살이 되던 해, 다니엘은 아버지와 함께 ‘잊혀진 책들의 묘지’를 찾아간다. 오늘 볼 것은 아무에게도 말해선 안 된다는 아버지의 당부를 들으며 찾아간 곳은, 역시 보르헤스의 도서관을 연상시키는 책들의 공간.
‘잊혀진 책들의 묘지’에서 아버지가 다니엘에게 들려주는 생의 비밀. “This is a place of mystery, a
sanctuary. Every book, every volume you see here, has a
soul. The soul of the person who wrote it and of
those who read it and lived and dreamed with it.” “Everybook you see here has been somebody’s
best friend.” 다니엘은 훌리안 카락스라는 작가의 라는
책을 뽑아들고, 아버지의
말처럼 이 책은 다니엘에게 운명적인 삶의 친구가 된다.
“첫 번째 책, 첫 이미지,
뒤에 남는 말들의 울림은 우리 삶을 관통하고 기억 속의 궁전을 짓는다. 얼마나 많은
책을 읽고, 얼마나 많은 세상을 발견하고, 얼마나 많이 배우거나 잊어버리더라도,
곧 돌아가게 될 궁전”이 바로 책이다. 이 소설은 책과 문학에 대한 헌사다.
좌파 아버지를 둔 딸의 생일선물을 찾는 손님에게 쥘 베른의
<신비한 섬>을 권해주고, 뒤마의 소설에서 빌려온 것 같은 신비로운 미소, 스피노자의 책 사이에 숨긴 비밀의 책, 토마스 하디를 뽑아드는 베아, 빅토르 위고의 만년필... 친구 호르게는, 책은 지루하다고 하지만, 줄리앙에게 책은 "자신이 이미 내면에 가지고 있던 것을 보여주는 거울"이다. 콘래드의 <암흑의 핵심>을 읽었냐고 물어보는 호르게의 아버지. 그리고 줄리앙의 아버지가 알다야에게
"소설은 여자와 할 일 없는 사람들이 읽는 것"이라고 말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처럼 작가는 ‘책을 읽는다’는 것에 대해, 놓지 않고 계속 다룬다.
러브스토리의 두 주인공 다니엘과 베아가 서로를 자기 내면세계로 초대하는 것도 책을 통해서다.
TV가 책을 대신할 것이라는 예상에 대한 반박도 작가의 목소리일 것이다. 독서의 기술은 서서히 죽어가고 있으나...책이 어떻게 우리 마음 속의 것을 꺼내어 비추는 거울이 되는지...
지은이 사폰은 톨스토이, 디킨스, 콜린스, 도스토예프스키, 발자크, 위고, 하디, 뒤마, 플로베르 같은 19세기
고전소설의 팬이며, 이 책은, 소설 속의 소설, 미스터리, 러브 스토리, 역사 소설 같은 여러
쟝르를 하나로
만든 것이라고 스스로 밝히고 있다.(http://www.carlosruizzafon.co.uk/)
이 책은 《바람의 그림자》에 매혹된 주인공 다니엘의 성장소설이기도 하다. 더 이상 돌아가신 엄마의 얼굴이 생각나지 않던 날 ‘잊혀진 책의 묘지’에서 발견한 책과 함께 사랑하고 성장해나가며, 《바람의 그림자》의 미스터리를 풀어가면서 다시 엄마의 얼굴을 기억하게 된다.
‘말보다 더 끔찍한 감옥’인 기억의 감옥에서 벗어나는 과정. 그의 아들 줄리앙이 열 살이 되던 해, 아들의 손을 잡고 ‘잊혀진 책들의 묘지’를 찾아간다. 그리고 아버지에게서 들었던 생의 비밀을 제 아들에게 들려준다. 다시
바람의 그림자 속으로 걸어들어가는 것이다.
책 속의 인물들이 툭툭 내뱉는 질펀한 삶의 지혜들과 아름다운 문장도 좋고, 스페인 내전과 프랑코 독재시절의 역사적 배경도 들여다보인다.
《백년동안의 고독》이후 처음으로...인물들의 관계도를 마인드 맵으로 그려가며 읽었음.
이 책은 사폰이
구상하는 '바르셀로나 연작’의 첫번째 책인데, 두 번째 책 《천사의 게임》이 나왔고...지금은 세 번째 책을 목빠지게 기다리고 있어요.
알라딘 리뷰 2001년 스페인에서 출간된 직후 101주 동안 베스트셀러 상위에 머물렀으며, 미국.독일.영국.프랑스.이탈리아를 비롯한 세계 30여 개 국에서 20개 국어로 번역되면서 폭발적인 반응을 불러일으킨 소설. 아마존 닷컴에서 단시일 내에 100만 부 이상의 매출을 기록했고, 스페인 작가의 작품으로는 드물게 초대형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2000년 스페인 '페르난도 라라 소설 문학상' 최종 후보작, 2002년 스페인 '최고의 소설', 2004년 프랑스에서 그해 출판된 '최고의 외국 소설'로 선정되기도 했다.
이 소설의 가장 큰 매력은 작가의 이야기 구성 능력. 내부에 수많은 미니어처를 담고 있는 '러시아 인형'같은 책이다. '포의 미스터리와 공포, 위고의 역사 서술, 발자크의 날카로운 시대와 인물 묘파, 디킨스의 아이러니, 마르케스의 마술적 사실주의와 정념, 에코의 잘 짜인 추리 모험담' 등의 여러 요소를 영화적 기법을 통해 효과적으로 버무렸다는 평을 듣는다. 밝은 빛과 뿌연 안개가 공존하는 도시 바르셀로나가 발산하는 독특한 인상 역시 큰 매력 요소.
1945년 여름 바르셀로나. 도시의 이른 새벽, 다니엘이라는 이름의 어린 소년이 아빠의 손에 이끌려 거리를 걷고 있다. 다니엘은 어릴 적 잃은 엄마에 대한 기억이 전혀 없다. 조그만 헌책방을 운영하는 아버지 셈페레는 아들을 위로하기 위해 소년을 '잊혀진 책들의 묘지'로 데려간다.
이곳의 기본 수칙은 첫 방문 시 자신만의 책 한 권을 얻을 수 있는 대신 아무에게도 그 사실을 누설할 수 없다는 것. 다니엘이 우연찮게 고른 책은 훌리안 카락스라는 무명 작가가 쓴 <바람의 그림자>. 이 책에 매료된 다니엘은 훌리안의 다른 작품들을 수소문하기 시작하는데, 그 과정에서 놀랍게도 훌리안의 모든 작품들을 불살라버리고 그의 흔적을 지워버리려는 누군가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후 소설은 '벗어나고 싶지 않은 미스터리와 모험의 터널' 속으로 독자를 이끈다. 작가 훌리안 카락스의 죽음과 삶에 얽힌 비밀, 책을 불태우는-얼굴에 화상입은 사내의 정체, 끊임없이 소년의 주변을 위협하는 악질 경찰 푸메로, 첫사랑의 환멸과 새롭게 시작되는 비밀스런 사랑... 전쟁(스페인 내전) 이후 미처 아물지 못한 상처들이 피를 흘리는 바르셀로나에서 소년은 조금씩 삶을 배우며 성장하고, 짙은 안개처럼 가리워진 과거의 비밀 역시 빛속에 실체를 드러낸다.
여러 겹의 내러티브에 감춰진 미스터리는 그러나, 낯익은 것이다. 왠만한 독자라면 금세 눈치챌 수 있는 커다란 비밀. 하지만 그럼에도 풍성하고 경쾌한 내러티브, 제대로 살아있는 소설 속 인물들의 감정선이 책을 놓지 못하도록 강한 흡인력을 발휘한다. 지적이면서도 누구나 쉽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는 것이 이 소설의 가장 큰 미덕이다. 책의 운명과 저주, 혹은 죽음도 갈라놓을 수 없었던 어떤 연인들의 이야기.
카를로스 루이스 사폰(Carlos Ruiz Zafon , 1964~) 소개 : 스페인 바르셀로나 출신으로 한때 광고계에 몸담았으나 영화의 세계에 매력을 느껴 시나리오 작업을 위해 미국으로 이주했다. 그의 장편소설 『바람의 그림자』는 2001년 출간 직후 무려 101주 동안 베스트셀러에 랭크됐고 미국, 독일,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를 비롯한 세계 30여 개국에 판권이 팔려 나가는 기염을 토하면서 전 세계 독자들의 폭발적인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2002년 스페인의 ‘최고의 소설’ 그리고 2004년 프랑스의 작가, 비평가, 출판업자로 구성된 심의회에서 그해 출간된 ‘최고의 외국소설’로 선정되기도 했다.
그 후 2008년 발표된 『천사의 게임』으로 다시 한 번 전 세계 언론과 독자들의 찬사를 받았다. 스페인에서만 10개월 만에 170만 부가 팔려 나가는 대기록을 세웠으며 미국에선 출간 즉시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르는 등 이른바 ‘사폰 신드롬’을 일으켰다.
『한밤의 궁전』은 안개에 가려 보일 듯 말 듯 감춰진 미스터리를 다룬 『9월의 빛』『안개의 왕자』와 함께 ‘안개’ 3부작으로 불리는 연작 소설이다. 특히 인도 캘커타의 전설과 민간에 떠도는 초자연적인 이야기, 불사신을 상징하는 불새의 귀환 등을 다루는 『한밤의 궁전』은 기발한 상상력과 묘사로, 마치 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 신비하고 낯선 주제를 다루면서도 고상함을 잃지 않는 그의 독특한 문체는 귀족적이며 감각적이라는 평가를 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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