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은 31일 한미FTA가 ‘제2의 을사늑약’이라는 정동영 민주당 최고위원의 주장에 대해 “시대착오적”이라고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김 본부장은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국회의원들이 국회 안에서 하는 발언은 회의 중에 면책특권이 있으니까 책임을 물을 일은 아닌 것 같다”면서도 “말씀이 좀 지나치다고 항의는 했지만 기분이 좋지는 않더라. 그런 표현은 시대착오적”이라고 항변했다.
앞서 정 최고위원은 지난 28일 국회 본회의 자유발언에서 “미국에서는 미국법이 FTA보다 위에 있고 한국에서는 (국내법이) 밑에 있는데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느냐”며 “21세기판 을사늑약”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김 본부장은 “나라마다 헌법이 다르고 법제가 다르다”며 “미국이 국제협정을 자기들 법체계에 어떻게 가지고 오느냐는 것은 자기네 법체계가 있고 또 우리는 우리 법체계가 있기 때문에 그 방법은 다를 수밖에 없다”며 한미FTA가 미국법에 종속되는 것이 아님을 강조했다.
그는 “이 방법이 다르다고 해서 내용상에 불평등이 있다고 얘기하는 것은 전혀 맞지 않다. 관행상 아무 문제가 없었다”며 “이것은 마치 영국에는 왜 여왕이 있고 우리나라에는 대통령밖에 없냐, 누가 더 높냐를 따져보자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주장했다.
국가간소송제도(ISD)에 대해선 “미국의 대형마트가 재래시장 부근에 진입을 제한하는 한국법 때문에 손해보고 있다며 한국 정부를 소송할 수도 있는 게 아니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오늘 현재로 미국이 그런 형태로 골목상권에 들어가는 그런 영업행위는 하고 있지 않다”며 미국을 신뢰하는 대답을 했다.
특히 “우리 기업도 미국에 가서 똑같이 소송을 걸 수 있다”며 김 본부장은 피차 마찬가지란 입장을 밝혀 눈길을 끌었다. “우리 기업이 미국에 하고 있는 투자가 국내 안에 미국 기업이 들어와 있는 투자보다 훨씬 많다”는 것이다.
그러나 국제투자분쟁해결 센터에 소송을 걸어도 미국이 집행위원장을 선출하고 중재인으로 활동하는 법률가들도 대부분 미국인이라 일반적으로 미국에게 유리하다고 알려져 있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김 본부장은 “투자자 대 정부의 소송이라 미국 투자자가 패소한 경우가 훨씬 많다”고 일축했다.
이어 19대 국회에서 국민의 뜻을 물어 진행하자는 야당측의 주장에 대해 “재재협상은 절대 불가능하다”며 “재재협상하고 또 재재재협상하면 이걸 언제 끝낼 수 있겠냐”고 단호한 의지를 드러냈다.
공분을 사고 있는 한미FTA TV광고에 대해선 “노무현 대통령께서 생전에 많은 반대를 무릅쓰고 추진하신 일”이라며 “광고 내용에 사실하고 다른 부분은 없다”고 말해 후폭풍이 예상된다.
이와 관련 천호선 전 홍보수석을 비롯해 윤승용 전 청와대 홍보수석, 정태호 전 청와대 대변인, 양정철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 김현 전 청와대 춘추관장 등 참여정부 인사들은 30일 청와대 앞에서 “이명박 대통령, 부끄럽지 않은가? 노무현 대통령 죽인 사람들이 짝퉁 FTA 홍보에 고인을 팔다니!”라고 적힌 손팻말을 들고 1인 릴레이 시위를 벌였다.
민주당 이용섭 대변인은 “노무현 대통령은 “아무리 한미 FTA가 필요하고 중요해도 국민없는 한미 FTA는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며 “그러나 이명박 대통령은 우리 국민의 이익보다 ‘한미 우호 증진’을 최우선시하고 있다”고 성토했다.
국민참여당 이종웅 부대변인은 “노 전 대통령의 이름으로 FTA를 광고하는 것은 죽음으로 내몬 것도 부족해 굴묘편시 하는 것”이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굴묘편시란 묘를 파헤쳐 시체에 매질을 한다는 뜻으로, 통쾌한 복수나 지나친 행동을 일컫는 고사성어다.
이정희 민주노동당 대표는 30일 자신의 트위터에 “공중파 생방송 전제로 ISD끝장토론하자했는데, 한나라당이 계속 KBS와 협의한다고 시간을 끌더니 결국 안된다고 고집해 참석 못했다”며 “잠 못자고 준비했는데 (FTA 비준 동의안) 강행처리 의지의 1/10만 있어도 생방 얼마든 가능. 토론합시다”는 글을 남겨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한편 김 본부장은 위키리크스 외교 전문에 따르면 지난 2007년 미국 측에 쌀 관세화 유예가 끝난 후 별도로 쌀 시장 개방 확대 협상을 언급한 것으로 드러나 파문이 일었다. 당시 ‘미국이 쌀 문제를 꺼내면 협상을 깨라’는 참여정부의 협상 지침에서 빗나간 태도로 노무현 대통령은 물론 정부 관련 부처, 국회에서 허위 보고했을 가능성에 대한 의혹을 일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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