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봉팔닷컴의 창간 인터뷰로 귀한 손님을 모시게 됐다. 우여곡절 끝에 진보통합을 이룬 유시민 통합진보당 대표가 그 주인공이다.
깨어있는 시민들의 진정한 시민 언론사를 지향하는 박봉팔닷컴의 정식 1호 인터뷰이자, 창간을 맞아 전격 실시하는 특집에 초대하기에는 그야말로 안성맞춤이 아닐 수 없다.
본인과 함께 취재를 나선 인물은 박봉팔닷컴의 공동대표를 지내게 된 냉이아빠, 체리토끼. 그들과 함께 마포구 국민참여당 중앙당을 찾았다. 곧 민주노동당과 합쳐서 여의도에 입성하는 관계로 이제는 비우게 될 중앙당. 처음 유따라를 취재하러 쭈뼛거리며 방문했던 것이 불과 몇 달 전인지라 나도 만감이 교차했다.
통합진보당의 출범과 거의 동시에 박봉팔닷컴도 정식 언론사로 출발하게 되는 것도 어찌보면 인연이라 할 수 있을까. 1학기 여름방학 직전까지 선생을 하던 내가 유시민을 인터뷰하러 간다는 것이 신기했고, 별로 떨리지 않는 것을 보면 지난 8월부터 참 무던히도 그를 쫓아 전국을 누비긴 한 모양이다.
중앙당에 들어가 공보실의 당직자와 인사를 나눴다. 당 대표실에서 인터뷰가 진행될 것이라는 귀뜸이다. 대변인실을 보니 박무 최고가 컴퓨터 앞에 앉아있다. 반갑게 인사하고 “최고위원님도 이제 출마하실 때 저희랑 인터뷰 해야죠”라고 말했다. 박무 최고가 웃는다.
약속된 시간이 됐고 당 대표실로 들어갔다. 유시민 대표가 반갑게 맞는다. 냉이아빠, 체리토끼와도 인사한다. 냉아가 직접 구어온 쿠키를 나눠먹으며 잠시 담소를 나눴다.
언론사 등록한다는 얘기에 이것저것 물어보는 유시민. 이름을 꼭 박봉팔닷컴으로 할 것이냐고 묻기에 박봉팔은 포털까지 간다는 복안이라고 대답했다.
이제 본격적으로 인터뷰를 진행할 차례다. 오늘의 인터뷰는 50분 정도로 예정됐기에 내가 정치 현안에 대한 질문을 조금 큰 비중으로 하고, 체리토끼가 회원들이 평소 궁금해 했던 것을 ‘날 것 그대로’ 묻고, 냉이아빠는 나름 치밀하게 똥침을 날려보기로 했다.
이제, 시작한다.
***
노근(이하 노) : 정치권 현안 이야기부터 하겠다. 디도스 경찰수사는 오늘로(8일) 종료됐다. 이 여파로 한나라당은 ‘탈당과 해산·재창당’을 얘기하면서 중도와 보수를 아우르자는 주장을 하고 있다. 여기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나?
유시민(이하 유) : 진보개혁진영이 하나로 결속하면 보수도 당연히 하나로 모이려 할 것이다. 그들이 통합은 하겠지만 절대로 쇄신은 되지 않는다. 미래희망연대야 박근혜 전 대표를 따라 갈 것이고, 자유선진당도 대세에 그렇게 큰 지장을 못준다.
노 : 이명박과의 선긋기는 어느 정도 성공할 수 있을까?
유 : 이명박과 차별화 작업은 계속 할 것이다. 그렇다고 한나라당이 새로운 당이 되는 것은 아니다. 국민들은 이제 그런 것에 속지 않는다. 한나라당이 실정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MB와 선을 긋는 꼼수를 부려도 국민들 이제는 속지 않으실 것이다.
의외로 명쾌하다. 한나라당이나 중도를 표방하는 보수신당이 출연해도 우리 국민들이 거기에 전혀 속지 않을 것이란 확신을 그는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긴 저런 꼼수에 그간 얼마나 속았던가. 우리 국민들도 이제 ‘학습’이 많이 된 상태라는 그의 견해에 동의한다. 슬쩍 ‘안철수’를 물어보기로 했다.
노 : 그들이 ‘안철수 표심’으로 나타나는 중도성향의 유권자들을 흡수하는 것은 가능할까.
유 : 안철수 표심을 업기도 어렵다. 신당 이야기가 나오는 박세일과 윤여준은 원래 한나라당이다. 그 쪽은 다 넓어질 만큼 넓어져 있어서 새로운 지지층이 나오기 힘들다. 더구나 한나라당은 무엇을 쇄신하겠다는 내용도 없다. 열심히 모양은 내겠지만 모양을 내어 본들 대세가 바뀌지는 않는다.
노 : 시민통합당 창당식에 갔었는데 시민통합당은 안 교수에게도 적극적인 것 같다. 어떻게 보시나.
유 : 안 교수는 대선후보로 거론되는 사람이지 정당 지도자나 총선 후보가 아니다. 이것을 논의하고 얘기하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그리고 안 교수 본인도 신경을 쓰지 않을 것이다. 안 교수가 총선에 나와서 국회의원이 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나. 논의되는 모든 이야기들은 안 교수를 활용해서 어떻게 좀 해 보려는, ‘자기 논에 물 대는’ 이야기들일 뿐이다.
우리는 그냥 통합했으니 총선에 대비해서 우리만 잘 하면 된다. 또 그 분은 직접 국회의원 출마 안 한다고 했잖은가.
노 : 안철수연구소 기자회견 날 분당에 가서 보니까 안 교수는 보디가드도 여럿 거느리고 행사장에 나타나더라.
유 : 조심해야지. 그리고 안 교수는 나오려면 대선에 나오셔야 한다. 국민들이 대선후보로서 좋아하는데 다른 어디에 나올 수 있겠나.
노 : 알겠다. 오늘 라디오 인터뷰에서 심상정 대표가 통합진보당도 대선후보를 내겠다고 말했다. 심 대표 본인도 나선다는 소리 아니겠나?
유 : 그럼요
노 : 통합진보당 차원에서 당내 경선도 하고 하겠지만, 안 교수가 통합진보당의 대표와 경선이 이뤄질 수 있는가?
유 : 이뤄질 수 없다. (이것은 어떤 의미가 있다기보다 안 교수에 대한 미래의 이야기를 논의하는 자체가 무의미함을 강조한 답변이라 여겨진다)
그리고 지금은 그런 이야기를 할 때가 아니고, 총선 때 통합진보당이 되도록 많은 의석을 획득해서 제3의 정치세력으로 안착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대선 문제는 그 다음에 이야기해야 한다. 해봐야 의미가 없다. 총선 결과에 따라 상황이 어찌될지 모르기 때문에.
노 : 난 그 사람이 신경이 많이 쓰이고 궁금하다.
유 : 안 교수는 대선에 나올 것인지 나오지 않을 것인지만 결정하면 된다. 다른 것은 필요가 없다.
솔직히 나는 안 교수가 야권진영에 합류해서 어디에 입당은 하지 않더라도 행사에도 좀 나오시고 이랬으면 좋겠다. 그렇게 하면서 본인이 대선에 출마할지의 여부는 총선을 끝내 놓고 여러 의견들을 들은 후 판단하면 되지 않나. 그리고 그게 상식 아니냐.
그런 것을 하시면 좋을 것 같은데 학교 일이며 뭐며 바쁘셨고. 이제는 학기가 거의 끝났으니까.
노 : 이번 학기에 수업은 없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웃음)
유 : 그러니까 좀 여유가 있지 않겠나. 담백하게 서울시장과 대선을 얘기했던 것은 안 교수의 개인적 공명심 때문이라기보다는 국민들을 걱정해서 ‘나라도 나서야 되지 않나’하는 그런 것 아닐까? (씩 웃음) 안 교수가 대선 출마도 그런 맥락에서 고민하고 있을 것으로 본다.
유 대표의 웃음과 대답에 나는 그가 안 교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어렴풋이 알 수 있었다. 유시민의 안철수에 대한 판단은, 이미 끝이 난 것으로 보인다. 그야말로 대한민국 전체가 안철수에게 판단이 마비된 상황에서, 어떤 정치인이 안 교수에 대해 저렇게 ‘시크’하게 말을 할 수 있겠는가! 유시민은 “안철수? 괜한 기대도 걱정도 하지말라”고 외치는 것 같다.
유 대표는 안철수 교수의 정치참여 가능성에 대해 "정당개혁이나 정치개혁에 대한 민심이 한 개인을 통해 나타날 수도 있지만 정당을 통해서도 나타나야 한다"고 전제한 뒤 "안 교수도 훌륭한 분이지만 통합진보당은 더 훌륭한 당"이라며 통합진보당에 대한 지지를 에둘러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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