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사시절에도 예비군 훈련을 반칙하지 않고 원칙과 상식대로 받았다는 글을 보고 참으로 지독한 원칙주의자구나 생각이 들었습니다.
5월은 노무현입니다. 사람사는세상 Rohmember 웹진 글을 대신합니다.
1978년으로 기억합니다. 노무현 대통령께서 대전지방법원에 판사로 재임하실 때, 노 판사님과 지내며 예비군 훈련도 받고 여러 가지 추억할 만한 일상을 함께 했던 대전에 사는 황우석이라고 합니다.
그 당시 3~4월이면 지금과 달리 제법 쌀쌀한 날씨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지금에서야 여러 가지로 융통성이 있겠지만, 그 당시는 군부가 통치하던 시절이다보니 현역병 출신의 판사, 검사 10여명이 함께 예비군 훈련에 참가하였습니다. 그러나 군부 시절의 예비군 훈련이더라도 판사, 검사의 예비군 훈련이라 조교의 지시에 잘 따르지 않고 어디라도 찾아 쉬려고만 했었지요.
그런 가운데 노무현 대통령께서는 어느 한 날, 단 한 번이라도 그런 모습을 보이지 않으시고 조교들의 지시에 따라 진흙바닥을 기며 총검술 및 포복술 훈련을 정식으로 받으셨고, 오히려 그런 모습 때문에 동료 판사나 검사들에게 핀잔도 많이 듣고 하셨습니다.
총무과에 근무하면서 하사관 출신으로 예비군 훈련에서 조금은 여유가 있었던 저는 정말 열심히 훈련하시는 노무현 대통령께 여쭸습니다.
"노 판사님도 너무 힘들게 하지 마시고 다른 분들처럼 저쪽에 가셔서 쉬십시오. 제가 조교들에게는 알아듣게 말해 두겠습니다"
하면 "어차피 받는 훈련인데 뭐 하러 그럽니까, 제대로 해야 되지 않겠습니까"
하시며 너털웃음을 웃으셨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그러면서 이런 말씀도 하셨습니다. 예비군 훈련이 장소나 시간이 일률적으로 조정이 되면 몇 번 왔다갔다하는 것보다 한 번에 와서 훈련을 받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셔서 그런 소신을 적어 국방부 장관에게 서신으로 보내신 적이 있었답니다.
그런데 와야 할 답변은 오지 않고, 보안대 사람들이 와서 연행을 해가 적지 않은 시달림을 받으셨던 적이 있었다고 합니다. 그러다가 사시 1차에 합격하니 언제 그랬냐는 듯이 발길을 끊더라는 말씀을 하시며 사시 1차만 해도 안 불렀는데 판사로 임관하니 다시 예비군 훈련을 받게 되는구만요, 하시면서 노 대통령님 특유의 너털웃음을 웃으시더군요.
그 위풍당당 하던 모습이 지금까지 생생한 기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다른 면모로 1978년경에는 한 해에 법관이 한 분 내지는 두 분 정도 부임을 하시고는 할 때라 법원에 신임 법관이 부임을 하게 되면 지역의 변호사들이 신임 법관에게 알현하고자 일일이 판사 사무실을 찾아와 인사를 하고 가는 것이 관례화 되어 있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님께도 이와 마찬가지로 대전지법에 판사로 오시자마자 지역의 변호사들이 줄줄이 사무실을 방문하였습니다. 그러자 노 대통령께서는 "이건 아니야" 라고 말씀하시면서 제게 안내를 해달라고 부탁하셔서 노 판사님을 모시고 지역에서 제일 연세가 높으셨던 이영로 변호사 사무실을 비롯해 원로 변호사 사무실을 직접 찾아가 인사를 나누셨던 일이 화제가 되기도 하였습니다.
당시로서는 일반적인 관례를 깬 획기적인 '사건' 그 자체였던 것 같습니다. 지금 그 때의 일을 생각해보면 대통령에서 퇴임하신 후 봉하로 내려가셔서 그 수많은 국민들이 매일처럼 찾아와 노 대통령을 뵐 때, 한 발이라도 더 나아가셔서 국민과 같은 눈높이로 대통령이 아닌 국민들의 친구로 계셔주셨던 그 모습이 결코 하루 이틀 연습해낸 가식적인 모습이 아니라는 저의 믿음을 확인할 수 있는 생전의 모습이셨던 것 같습니다.
지금도 생각해 보면 참으로 가슴이 먹먹하고 분하여 주먹을 펼 수 없을 것 같습니다만...
한낱 개인인 저의 심정이 이러할 진데, 여사님과 자녀분들, 가족과 주변에서 노 대통령을 모시며 동고동락을 함께 하셨던 분들의 심정이야 이루 말할 수 없으리란 생각이 듭니다.
이제 제 나이 칠순을 넘겨 언제 노 대통령님을 뵈러 갈지 알 수 없는 나이가 되었습니다.
대전지방법원에 1978년에 부임하셔서 약 1년여 간 판사로 재임하시는 동안 여러 가지 일들로 노무현 대통령을 모셨던 저에게는 노 판사님께서 보여주셨던 올곧고 성실하셨던 모습들을 가족분들이나 노 대통령을 모셨던 분들께, 또 제 이후의 사람들에게 귀감으로 남을 수 있도록 저의 기억이 더 지워지기 전에 전해주고 싶은 간절한 소원이 되었습니다.
이렇게 노무현 대통령님에 대한 기억들을 지닌 분들이 저 말고도 많으실 것이라 생각됩니다. 그런 분들의 기억과 제 기억을 모아 노무현 대통령의 살아 생전의 소소한 기억들로 메모라도 해 둘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그런 생각으로 이렇게 정리되지 못한 글을 적어 보냅니다.
ⓒ 황우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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