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근기자가 제레미 리프킨이 쓴 "유러피언 드림"이란 책에 대한 논평을 부탁했었다. 내가 하겠다고 약속했고, 도서관에서 빌려 읽었고... 이제 논평 하려 한다. 책이 무려 500페이지나 되는 방대한 분량이었는데... 읽어보니 사실 개소리였다. 사실 실망이 컸다라고 담담히 말할 수 밖에 없겠다.
아메리칸 드림이란 게 있다. 다 들 아실테지만 간략히 설명해 보면... "나의 삶은 내가 스스로 개척해 나간다. 스스로 개척할 수 있는 자유를 갖는다" 이거다. 당연히 개인주의적이고, 자유를 강조하고, 더불어 개인의 책임을 묻는 거다.
유퍼리펀 드림은 이 아메리칸 드림의 대척점에 서 있는 거라고 리프킨은 주장한다. "개인을 행복하게 해 줄 책임이 국가에 있고, 물질적 풍요보단 삶의 질을 추구한다"는 거구... 따라서 연대주의적이고, 평등을 강조하고, 더불어 개인의 책임을 묻지 않는다.
유러피언 드림을 좀 쉽게 설명하자면 이렇다. "조금 일하고, 조금 경쟁하고, 그러면서 높은 삶의 질을 추구한다" 뭐 이런 거다.
제레미 리프킨에 의하면... 이런 유러피언 드림이 선진 유럽에서 생겨났고... 그래서 아메리칸 드림을 대체해서... 모든 인류가 지향할 새로운 비전이 되지 않겠냐 이런 건데...
좋지. 좋다... 누구든 많이 일하고 싶은 사람 없고, 누구든 치열하게 경쟁하고 싶은 사람 없다. 조금 일하고, 조금 경쟁하면서도... 충분히 누리고 산다면... 그거 만큼 좋은 게 어디 있겠냐?
나도 대찬성이다. "유러피언 드림"... 대 환영이다. 근데... 그게 가능하냐? 현실적으로 실현 가능하고, 지속가능한가? 하는 문제가 있다.
생각해 보면... 절대 현실적으로 실현 불가능하다. 지속가능하지 않다. 그래서 결국... 유러피언 드림은 개꿈일 수 밖에 없다.
그 책에 이런 내용이 있다. 2000년대 초 프랑스에서 실업이 많이 늘어서 문제가 됐다. 실업을 줄이기 위해 프랑스 정부에서 생각해 낸 묘책이 근무시간을 줄이는 거 였다. 주당 40시간인 근무시간을 주당 35시간으로 줄이면(토,일 놀던 거 금,토,일 노는 거로 바꿈)... 그 만큼 인력을 더 쓸 수 있고... 그럼 실업이 줄지 않겠냐는 거지. 이른바 "일자리 나누기"인 건데...
근데... 문제는 일을 덜 하면 그 만큼 임금을 줄여야 하는데... 그럴 수는 없지 않냐? 그렇다고 그 돈을 기업더러 부담하라 할 수도 없고 말이지. 그래서... 생각해 낸 묘안이 기업으로 하여금 주던 임금을 그대로 주게 하고... 대신 그 차액만큼을 세금으로 지급하는(기업 보조금) 방법을 썼단 말이지.
그 결과... 실업은 줄었고... 노동자는 금토일 삼일을 놀면서도 월급은 똑같이 받고... 기업들도 뭐 보조금 받으니깐... 그야말로 누이좋고 매부좋은... 그랬단 거구... 이를 제레미 리프킨이 유러피언 드림의 사례라며 극구 칭찬하고... 아메리칸인들은 더 많이 일하면서도 똑같은 월급 받으니 불쌍하다 그랬는데...
참 좋다. 유럽... 역시 우리가 본 받아야 할 선진국이다. 글치? 그런데... 조금만 더 생각해 보면...뭔가 좀 이상하지 않냐? 뭔가 께림직하지 않냐?
글타... "공짜점심이란 없다"는 경제학의 대명제가 어긋나고 있는 거다. 실업자, 노동자, 기업... 모두 공짜점심을 먹고 있는 셈인데... 결코 공짜일 리 없다는 거다. 뭔가 대가를 치뤄야 할텐데... 무슨 대가가 따라 올 건가? 곰곰히 생각해 보면...
바로... "재정적자"의 문제가 생기고... 이는 결국 "국가채무"의 급증을 가져 오고... 국가채무가 지속적으로 늘어만 날 수 없기 때문에 결국엔 지속불가능하다는 게 문제다.
최근 그리스 국가채무 디폴트 얘기가 계속 나오고 있는데, 문제의 근원이 바로 이런 거다. 이 문제는 그리스 만의 문제가 아닌 "유러피언 드림"이란 사상의 문제이고... 현재의 유로화, 통합유럽은 이 개꿈을 공통적으로 꾸고 있기 때문에...
결국, 통합유럽은 붕괴될 수 밖에 없고... 유럽은 2류 국가로 떨어질 수 밖에 없는 운명... 이라는 거다.
실은 문제는 단순하고... 정답은 이미 모두가 알고 있다. "일한만큼 벌어야 되고, 번 만큼 써야 한다"는 사실... 이 진리에서 누구도 예외일 수 없다.
따라서... "열심히 일해서, 일한만큼 돈을 벌고, 번 만큼 쓰자"는 아메리칸 드림이 옳고... "조금 일하고, 돈은 많이 받고, 번 것보다 더 쓰고, 책임은 나라가 지는" 유러핀언 드림은 틀렸다.
앞으로 1~2년에 걸쳐... 그리스를 시작으로 해서... 유럽이 어떻게 맛이 가는지... 똑똑히 보게 될 것이다.
내가 보는 유럽사회 모습은
책임을 사회가 상대적으로 많이 지고, 노동시간 짧은 건 맞는데,
(짧은 게 아니라 법정노동시간'만' 일하는 거지.)
조금 일하는 사람은 돈 적게 받는다.
많이 일하는 사람은 많이 받는다.
고부가가치 노동은 많이 받고, 단순노동은 상대적으로 적게 받는다.
그러나 많이 받는 사람은 그만큼 세금을 더 많이 내므로
저부가가치 임금노동자가 돈을 많이 번 것처럼 보일 수는 있으나,
적게 일하면서 많이 번다는 말은 잘 이해가 안된다.
번 것보다 더 쓴다는 말은, 국가차원에서 말인가?
재정상태가 안 좋은데도 복지비용을 많이 쓴다는?
개인이 번 것보다 그 개인에 드는 돈이 더 많다는 뜻인가?
(과잉복지 때문에?)
"In South Korea this book made a huge sensation and enjoyed unexpected popularity, because Roh Moo-hyun, the former (16th, 2003~2008) Korean president, read the book, then inspired by the author's idea and briefly planned his version in Asia, all of which happened just before his death.[3]"
이 책이 나온 건 2004년. 한참 EU가 잘 나갈 때이고.
그 뒤로 유럽엔 많은 일이 있었지.
2007~8년 경제위기, 이민자 문제, 이슬람 문화와의 충돌에서 오는 사회문제 등.
2010년 즈음부터는 부실 재정국가들의 부채위기.
그래서 지금은 저 유러피안 드림에서 조금 길을 구부려 가고 있는데,
사민주의 일색이던 나라마다 중도우파 노선이 섞이고 있고 (우파정부가 속속 들어섰지)
한 나라를 중심으로 한 공동체에 기대려는 경향. (민족주의 목소리가 높아짐)
그렇다해도 유럽이 추구해왔고 쌓아온 가치들을 부정하고 있는 건 아니야.
그 가치전통이 워낙 뿌리깊어서 단박에 뒤집고, 다른 길을 찾아갈 수는 없어.
지금 그리스를 중심으로 한 유로화 위기를 어떻게 극복하느냐에 따라
유럽공동체의 꿈은 제 갈길을 찾겠지.
그리고 새 꿈을 만들거고.
그러니 유럽공동체가 설사 실패한다고 해도, '유러피안 드림'의 바탕이되는 가치들을
바뀐 현실에서 실현할 수 있는 다른 꿈을 빚어가는 것이지 그 가치 모두가 부정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해.
'개인의 책임'을 중시하는 게 아메리칸 드림이라고 한다면,
이미 유럽에는 유러피안드림+아메리칸 드림.으로 조금씩 조금씩 돌아서고 있으니까.
마음먹은 대로 현실에서 안되고 있는 유럽을 보면서 우리가 좌절할 필요가 있나.
보고 교훈으로 삼으면 되는 것이지.
유시민도 국가와 개인의 균형적인 책임을 이야기하고 있잖아.
그리고 난, 노대통령이 이 책을 너무 늦게 읽었다고 생각해...
우리도 이제야 이 책을 읽는 거고. (이미 지난 이슈라는 것)
이 마당에 EU가 해체하지 않고 버티는 건 EU대주주인 독일 입장에서 마르크화 보다 유로화가 수출에 유리하기 때문.
독일 입장에서 유럽 찌질이 국가들에게 좀 퍼주는 손해를 보더라도 고마르크화보다 저유로로 수출 경쟁력을 유지하는 것이 더 중요함.
그게 한계에 달하면 손털겠지.
독일이 지금 마르크화로 빠져 나오면 망해가는 일본을 살려주고 대신 망할 것임.
대한민국을 위해서도 유럽 찌질이들이 좀 더 버텨줘야.
밀혼/
찌질이 국가들도 독일이나 프랑스에 꼽싸리끼는게 좋잖아?
제조업 약한 나라들은 자국통화가치를 낮게 유지하려 할 필요가 없다고 본 거지.
차라리 상대적으로 고평가되는 유로에 편승해서 신자유주의 거품질로 가자...
반대로 제조업 강한 나라들은 찌질이들하고 섞이면서 고평가되는 자국화폐에서 저평가 되는 유로로 갈아타면 수출에 좋고...
양쪽이 윈윈이라고 생각한거지.
밥솥/
EU가 어떤 길로 가든,
유러피언 드림과 아메리칸 드림이 대척점에 있긴 하지만
세상에 꿈이 그 둘만 있는 건 아니잖아.
싱가포르의 꿈도 있고, 일본의 꿈도 있고,
한국의 꿈도 꿔야하는데.
유럽이 바뀐 세계지형에서 길을 조금 다르게 가더라도
그 새로운 길이 아메리칸 드림은 아닐꺼야.
거꾸로 미국도 마찬가지고.
우리가 그들의 꿈을 그대로 따라갈 필요는 없지만,
어떤 지향을 갖고 가느냐, 어떤 철학을 바탕에 깔고 가느냐의 문제 아닐까?
그래서 둘 가운데 하나를 고르라고 한다면,
유러피언 드림, 그 꿈이, 물질보다는 사람, 혼자보다는 함께,
파괴보다는 창조에 가까운 꿈이라고 생각해. 즉, 사람사는 세상에 가까운.
최근 벌어지고 있는 유럽의 재정 적자 문제를 리프킨의 패러다임과 연결시키려는 사고는 매우 위험한 단견이다. 현재 재정적자 문제는 유럽의 문제만이 아니라, 미국, 일본, 아시아 여러 나라들이 공히 겪고 있는 문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재정적자를 버텨나가고 있는 구조는 절대로 미국이라는 국가 내부의 시스템과 유럽 개별 각국의 국가 내부 시스템에 대한 이차원적인 비교를 통해서는 해명될 수 없다. 아주 단순화시켜 이야기하자면 미국이 자기 재정적자 문제 해소를 위해 기축통화인 달러의 발행권을 남발함으로써 부담을 외부로 전가시키고, 이 과정에서 유럽의 재정적자 문제를 악화시키고 있다고 이야기할 수 있는 측면이 분명히 있기 때문이다.
12억 기자의 관점이 위험한 이유는 유럽과 미국의 문제를 '좌-우'의 체제 우월성 비교라는 낡은 냉전적 프레임 속에서 고찰하고 있다는 데에 있다. 이 관점과 자기 전제를 스스로 극복하지 못하는 한 12억 기자는 지난 번에도 충고했듯이 그냥 한나라당으로 가는 것이 정신 건강상 옳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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