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 시위에 몇 천만 명이 참여했지만, 시위는 평화적이었다. 게다가 쓰레기 하나 남기지 않고 깨끗이 청소하고 갔다. 폭력은커녕 조금의 불법도 시위대가 스스로 정화하면서 시위를 이어갔다. 세계 시위 역사를 새로 썼다. 세계 유수의 선진국들도 깜짝 놀랐다. 이런 시위가 가능하다니. 이 모든 게 이명박 덕이다. 이명박은 국정원을 동원하고, 언론을 동원해서 시위만 하면 시위대를 몰아세웠다. "전문 시위꾼들이 시위를 한다" "직업도 없는 백수들이 모이는 게 좋아서 광장에 매일 나온다" 결국 시위대에 손해배상을 청구하기도 했다. 내가 촛불 시위를 나간다고 하자 와이프가 가장 비싼 파카를 꺼내줬던 기억이 아직도 선하다. 아는 선배는 광장에 나갈 때는 양복을 입고 간다고 했다. 이 모든 게 이명박 덕이다. 작년 이맘때를 기억하면 난 박근혜 탄핵이라던가 하야를 상상도 하지 못했다. 사실 이명박이 선거방해, 선거개입 등 온갖 불법을 저질러도 침묵하던 국민들이 겨우 최순실이 연설문 써줬다고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것 자체가 이상했다. 이명박은 온갖 더러운 짓을 했는데 갑자기 왜 이럴까? 어느새 1년이 지나갔다. 유난히 추웠던 지난겨울이 지나가고 유난히 따뜻한 이번 겨울이 다가오고 있다. 미르, k스포츠 재단 의혹, 최순실 비선 실세 국정개입 의혹, 정유라 이대 특혜 입학 등에 대한 증인 채택을 거부하고, 한 명의 증인도 채택 못하게 했던 새누리당 의원들이 생각나서 찾아봤다. 염동열, 강길부, 곽상도, 김석기, 김세연, 나경원, 이은재, 이장우, 이정현, 이종배, 전희경, 조훈현, 한선교. 교육 문화 체육 관광위원회에서 "야당 의원의 진상 규명 노력을 근거 없는 정치공세로 폄훼하고 증인 채택을 거부하며 국감을 제대로 못하게 한 새누리당의 진정성 있는 사과가 필요하다"라고 일갈하던 도종환 의원은 문화체육부 장관이 되어 있으니 참으로 격세지감을 느낄만하다. 바람이 스산해지자 갑자기 감상적이 되어 나름 촛불 1년을 기억해보고자 기억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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