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많은 얘기들을 하고 있다. 학부모들은 대입 입시가 어떻게 바뀌게 될지 목을 놓아 기다리고 있는데 하고 있는 얘기들은 하품이 날 지경이다. 안일함을 넘어 무능함이 보인다. 학생들의 인권을 내세우는 진보들이 최근에 겪은 가장 곤란한 일이 야간자율학습 강제로 하지 못하게 하는 일이었다. 야자를 강제로 하는 것은 학생 선택권을 무시한 인권침해 사례라고 해서 강제 야자를 폐지했다. 그랬더니 한쪽에서는 학생들이 학원 가기 좋아졌다고 불평을 한다. 학생의 인권을 존중해야 하지만 사교육은 없어져야 하는데 무얼 어째야 하는 거지? 지금 김상곤의 말을 들어보면 좋은 얘기들이 다 들어있다. 공정성도 확보하고, 학교생활도 편해지고, 학습량도 줄어들고, 대학 서열화도 폐지하고 모든 것이 다 들어있다. 그런데 정작 하는 얘기를 열심히 들어보니 대체 무얼 어떻게 하겠다는 건지 대책은 전무하다. 교육은 휘발성이 강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아이들을 실험 대상으로 삼아야 한다. 제발 조금만 천천히 삼아야 한다. 검토하고 조금씩 바꾸어 나가면 안 되나? 정권이 바뀔 때마다 새로운 제도들을 선보였지만 성공했다고 평가를 받는 제도가 있었나? 모든 학부모들은 대입제도가 어떻게 바뀌는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데 정작 교육부 장관은 수능 절대평가 도입, 공정성 확보, 수시 제도 축소 등 서로 상충되는 얘기들을 마구하고 있다. 지금 통계로 나온 대로 한다면 전 과목 1등급이 서울의 주요 5개 대학의 정원보다 더 많다고 한다. 그럼 절대평가로 돌렸을 때 그 아이들을 어떻게 평가할지에 대한 근본적인 얘기는 없다. 절대평가로 돌린다는 얘기는 기본적으로 수능을 자격시험 비슷한 체제로 돌리는 것을 의미하는데 그럼 모두가 1등급 나왔을 때 무엇으로 아이들을 평가할 것인가? 결국 수능이 어려워지던가 아니면 대학이 스스로 마련한 본고사를 다시금 채택할 수밖에 없는 구조로 가야 하는데 둘 다 아니라고 하면 대체 무슨 수로 이 문제를 해결할 것인가? 외고, 자사고 문제도 마찬가지다. 물론 이명박이가 만들어 놓은 자사고는 둘 다 짓거리지만, 문제의 핵심은 자사고 자체가 아니다. 대학입시에서 일반고보다 우대되고 있다는 의심이 가장 큰 문제다. 비슷한 실력이라도 일반고보다는 외고나 자사고가 대학에서 선호한다는 의심이 가장 큰 문제이다. 대학의 평가가 공정하게 이루어진다는 보장만 있다면 외고나 자사고 문제는 생각보다 큰 문제는 아니다. 그런데 본질은 던져놓고 외고, 자사고 폐지 문제에 매달려 할 수 있는 일들을 손 놓고 있으니 보기 딱할 지경이다. 외고, 자사고 폐지보다 먼저 대학의 선발권 공정성을 확보하는 길이 가장 쉬운 길이다. 쉬운 일 먼저 하고 그다음에 외고, 자사고 폐지 문제에 매달려도 된다. 쉽게 가자. 할 수 있는 가장 쉬운 일부터 하면 된다. 지금은 교육의 공정성이 무너진 것이 가장 큰 문제다. 장시호는 꼴등을 하고도 연세대에 합격했고, 정유라는 그냥 이대에 들어갔다. 수시는 사실상 떨어진 사람들은 이유를 모르고, 붙은 사람들은 이유를 안다. 정유라는 자신이 붙은 이유를 정확히 알고 있었을 것이다. 수시라는 제도를 학교 선생님들도 좋아하고, 대학의 교수님들도 좋아라한다. 이거 교사들, 교수들 상대로 매일 설문조사해서 언론에서 떠드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점수를 제외하고 자신들이 권력이 생겨나는 것을 부정하는 사람들은 보기 어렵다. 먼저 무너진 공정성을 세우는 것이 지금 해야 할 가장 시급한 일이다. 교육 제도는 휘발성이 강하다. 엉뚱한 입시제도 한방이면 정권을 보내는 것도 일이 아니다. 조심히 다뤄야 한다. 경거망동하지 마라. 충분한 공청회, 충분한 의견 수렴 후 천천히 바꾸어 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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