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지도층 및 지식 상류층의 위선과 사회적 무책임
미래경영연구소
소장 황 장 수
1. 사회지도층의 말과 행동은 한 사회에 사회문화적으로 커다란 영향을 미친다.
이들의 처신과 행동생활양식은 그 밑 계층으로 하방식 영향을 미쳐 중산층이 따라 하고 결국은 서민의 행동양식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최근 상류층의 명품 소비행태와 라이프스타일을 흉내 내고자 하는 풍조가 중산층에게도 영향을 미쳐 『준 명품』을 낳더니, 이제 서민 여성도 수만 원씩을 주고 종이 명품포장가방을 구매하는 풍조까지 생겼다고 한다.
2. 『아비투스(Habitus)』나 사회 문화적 자본이라 함은 계급과 문화적 성향 사이에 내재된 행태를 의미한다.
쉽게 말해 불어로 습관이란 뜻에서 유래되었는데 계급 계층과 연계되어 나타난 사회적이고 구조적인 버릇을 말한다.
한국의 상류층이나 재벌이 그 2∙3세를 어려서부터 국제학교에 취학시키고 이후 미국 대학에 유학을 보내 학위를 취득하고 결혼시킬 때는 정∙재계 혼맥을 쌓고 초특급 호텔에서 하는 것, 끼리끼리 모여 골프치고 강남의 고급 술집에서 사교모임을 하고 명품으로 포장하고 사는 것 또한 아비투스의 일종이다.
이것이 나머지 상류와 중산층에게까지 번져 교육, 소비, 결혼, 사고행태에서 이를 죄다 모방하고 있다.
문제는 한국 상류층의 아비투스는 그야말로 배블렌이 말한 『유한계급의 과시적 소비행태』에 머물고 있다는데 그 문제가 있다.
즉 땀 흘려 벌지 않은 불로소득으로 매일매일을 남에게 자신을 차별화하여 드러내어 보이기 위해서 살아가는 행태들만 사회문화적 자본으로 보이고 있다.
이는 19세기말과 20세기 초반 대공황 전 미국의 천민 졸부 즉 날강도 귀족이라 불리던 독점 투기자본가들이 유럽의 귀족들을 흉내 내어 처신하던 행태들이다.
자본주의 정신의 근검절약과 소명의식은 망각하고 자본주의의 가장 밑바닥 하위문화를 상류층의 『아비투스』인양 받아들여 한국의 사회문화적 자본들을 타락시키고 있다.
3. 얼마 전 조사에서 월 소득 200만원 이하의 서민계층의 2/3가 경제적 이해보다 사회문화적 가치를 중시해 박근혜 당선인에게 투표했다고 한다.
좌파 식자들은 이런 투표행태를 두고 『계급배반 투표』라고 간단히 폄하해 말한다.
『계급배반』을 말하자면 상류층은 그렇지 않다고 할 수 있는가?
안철수 지지자의 다수와 문재인 지지자의 상당수가 월 소득 500만원 이상의 고소득 전문직장인들이었다. 결국 이들도 계급배반 투표를 한 것 아닌가?
심지어 한국의 상당수 재벌들 조차 이번 대선에서 계급배반을 하지 않았는가?
산업화라는 보수적 가치 하에 만들어지고 신자유주의 하에서 막대한 이익을 내며 세계적 기업으로 성장한 몇몇 재벌들이 과연 이번 대선에서 어떤 행동을 보였을까?
이는 배울 만큼 배우고 고소득 전문직에 종사하는 중상류층들이 정말 안철수 정도가 한국사회의 변화와 개혁 및 부패청산을 가져온다고 믿었다는 것이 신기할 따름이다.
소득의 크기와 인문교양적 소양이나 사회문화적 수준이 일치하지 않는 것이 천민자본주의 한국 고소득 중상류층의 일반적 습관(아비투스)이다.
그래서 나는 이들 고소득층의 『계급배반』이 서민들의 『계급배반』 보다 더 위선적이며 한심하다고 보는 것이다. 선동하던 이들이 대선 후 죄다 어디로 사라졌는가?
많이 배운 좌파교수, 진보적 논객, 소셜테이너 등이 툭하면 서민노동 층의 『계급배반』을 한심하게 여기고 질타하지만 이들 자신 스스로가 상류층의 일원이라는 점에서 자신의 『계급배반』부터 먼저 돌이켜 봐야 하는 것이다.
4. 대선이나 고위직 청문회 때 우리는 대선후보, 총리, 장관 등 사회지도층의 구질구질한 변명을 여러 차례 목격해왔다.
이들은 『무지해서, 그런 줄 몰라서, 당시 관행이라서, 집사람이, 자식 교육 때문에…』 운운하면서 다운계약서, 탈세 위장전입, 표절, 공금유용을 구차하게 해명한다.
그러고 심각한 척 카메라에 한번 서고는 그것으로 모든 것은 끝이다.
누구도 그들이 해온 말과 그간의 처신이 완전히 달랐다고 위선을 끝까지 추적하거나 처벌하지 않는다. 해명사과 기자회견이나 청문회 그 순간의 굴욕만 모면하면 모든 것은 끝이고, 일단 선거에 이기거나 임명만 되면 영광만이 남는 것이다.
문제가 있다면 책임을 져야 하고, 잘못했다면 처벌을 받아야 하는데 이들 사회지도층은 감정에 호소해 빠져나가고 그걸로 끝이다.
서민이나 일반국민은 사소한 실수로도 처벌을 받고 세금이 추징되며 벌금을 무는데, 이들 중에 만인 앞에 죄를 고백하고도 처벌 받았다는 인간은 하나도 못 봤다.
월급쟁이의 세금은 원천 징수하면서도 벤처사기꾼의 수백 수천억 탈세는 성공한 범죄라고 탈세혐의가 없다고 하는 것이 한국의 현실이다.
5. 헌법재판소장이 몇 달 없다고 나라가 절단 나는 것도 아니고, 장관이 공석이라고, 대선후보가 낙마한다고 문제가 될 것이 없다.
지금 이 나라 사회지도층은 천박한 문화적 식민지 수준의 하위 『라이프스타일』 행태가 구조적 습관 『아비투스』로 굳어져 있다.
공직자가 졸부를 흉내 내 자식을 유학 보내고 호화 해외여행을 하려 하고 호의호식 하려다 보니 죄다 문제가 있고 멀쩡한 자가 드물다.
골프치고, 좋은 술 마시고 자식 유학 보내고 좋은데 결혼시키는 것이 목적이라면 공직자나 정치인이 되어서는 안 된다.
사회가 아무리 혼탁해도 한 사회에 빛과 소금이 되는 계층은 존재해야 그 사회가 지속 유지될 수 있다.
천박한 상류 유한 계급의 life style이 한국사회 중상류층의 『아비투스』가 되고 이것을 정치인 공직자까지 흉내 내는 세태가 되었다.
그 속에 사회지도층의 사회적 책임을 헌신짝처럼 사라지고 책임지지 않는 말의 성찬만 난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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