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연말 새해 예산안 처리를 놓고 여야 의원들이 국회 의장석에서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 여야 할 것 없이 막판 예산 심사과정에서 쓰이지도 않을 선심성 지역구 예산을 끼워넣는 행태는 매년 반복되고 있다. 문화일보 자료사진
지역 SOC예산 81%… 2010년 총 32개 2558억 증액중 2092억 전용 국회의원들이 2009년 말 막판 예산 심의 과정에서 확보한 지역구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의 상당 부분이 쓸 곳이 없어 다른 곳으로 전용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용처 파악도 안 된 필요 없는 예산을 지역구 선심용으로 마구잡이로 일단 확보해 놓고 보자는 의원들의 예산 심의권 남용이 심각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정부측에 따르면 이 같은 양상은 매년 되풀이되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국토해양부가 최근 국회 예산정책처에 제출한 2010년도 결산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09년 국회는 2010년도 예산안을 심의하면서 총 32개 SOC 사업에 대해 2558억원을 증액했지만 실제 집행 과정에서 이 중 81.8%인 2092억여만원이 다른 곳에 사용된 것으로 나타났다. 부산 사상~하단 간 도시철도, 영천~언양 간 고속도로, 장신~송학(전북 익산) 간 국도, 의정부~소흘 간 국도, 울릉도 일주 국지도, 북충주IC~가금(충북 충주) 국지도 건설 사업 등은 당초 정부 예산안에 없다 국회에서 10억~20억원이 반영됐지만, 예산액 중 75~100%가 다른 용도로 쓰였다. 이 중 사상~하단 간 도시철도는 노선을 둘러싼 지역주민 간 갈등, 의정부~소흘 간 국도는 용역 지연 및 사업비 협의기간 소요, 북충주IC~가금 국지도는 연말 발주에 따른 시간 부족 등의 이유로 예산이 계획대로 집행되지 못했다.
정부가 당초 배정한 예산안도 다 못 쓰일 형편이었지만 국회에서 예산을 더 올린 경우도 많았다. 국토부는 아산~천안 지역간선도로 2차 건설 사업 예산으로 390억원을 배정했지만 국회는 20억원을 증액했다. 이에 따라 총사업비는 410억원으로 늘었지만 실제 이 도로 건설을 위해 쓰인 예산은 120억여원에 그쳤다. 경북 청도 인근의 풍각~화양 지역간선도로 5차 건설 사업도 정부 예산 170억원에 국회가 25억원을 증액시켰지만 실제로 집행된 예산은 111억원 정도였다. 이런 식으로 정부 예산도 집행하지 못했지만 국회에서 예산을 증액시킨 사업은 총 14건이었다. 이처럼 국회 심사를 거쳐 확정된 SOC 예산의 상당 부분이 다른 명목으로 전용되는 이유는 국회의원들이 사업 진척 정도를 생각지 않고 지역구 예산만 챙기는 '무조건 증액' 행태 때문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국회의 예산 심의 과정에서 의원들이 지역구 활동의 일환으로 예산을 증액하지만 막상 집행하려고 하면 지역 민원 발생, 공사 준비 부족 등의 이유로 예산을 집행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며 "예산을 쓸 수 없어 이월시키게 되면 예산 집행의 효율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완공될 수 있는 사업 위주로 예산을 돌려 사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강원택(정치외교학) 서울대 교수는 이에 대해 "예산은 공공재이기 때문에 어떻게 효율적으로 배분하느냐가 중요하다"며 "현재 국회 상임위원회나 예산결산심사위원회의 예산 심사가 지나치게 짧고 형식적으로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힘있는' 의원들이 지역구 예산을 챙기는 사례가 속출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