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일성 기자 | newsface21@gmail.com 11.12.07 16:22 | 최종 수정시간 11.12.08 08:15
트위터를 통해 시민들과의 적극 소통에 나선 서기호 서울북부지법 판사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통심의위)의 SNS 규제에 대해 7일 “방통심의위는 나의 트윗을 적극 심의하라”라고 일침을 날렸다.
서 판사는 “심의하면 할수록 감동과 훈훈함만 느낄 것이고. 촌철살인에 감탄만 나올 것이다”라고 말했다.
서 판사는 이어 “앞으로 분식집 쫄면 메뉴도 점차 사라질 듯. 쫄면 시켰다가는 가카의 빅엿까지 먹게 되니”라고 말했다. ‘나는 꼼수다’의 가카 캐롤송 ‘쫄면 안돼’의 가사를 겨냥한 멘션이다. “쫄면 안 돼. 가카 할아버지는 쪼는 애들에게 빅엿을 안겨 주신대”는 가사를 활용한 것이다.
ⓒ 서기호 판사 트위터 화면캡처
일명 ‘최은배 판사 사건’ 이후 서 판사는 프로필 사진을 증명사진에서 둘째 아들과 밝게 웃고 있는 사진으로 바꾸는 등 시민들과의 트위터 소통에 적극 나섰다. 현안에 대한 거침없는 의견도 쏟아내고 있다.
특히 조선일보의 판사들에 대한 사상검열 행태와 관련 서 판사는 “판사들 건드리면 부메랑되어 돌아가죠. 트친님들 덕분”이라며 “이번 최부장 판사님 사건으로 조선일보 땅치며 후회중인데”라고 일침을 날렸다.
서 판사는 앞서 <조선일보>가 최은배 인천지법 부장판사의 한미 FTA 날치기 처리 비판에 대해 기사 외에 사설까지 동원해 ‘융단폭격’을 하자 “사실 애시당초 논란을 일으킨 쪽은, 사적 공간의 글을, 단지 판사라는 이유로 1면에 특종 기사화한 <조선일보>”라며 “사실 법관의 윤리보다 언론의 윤리 정립이 훨씬 더 시급하다”고 직격탄을 날린 바 있다.
7일 MBC 100분 토론 ‘시청자 조작’ 의혹 논란과 관련해서도 서 판사는 “백분토론에서 SNS에 자기 냉면집 욕이 올라와 ‘냉면음식점’ 문닫았다는 SNS검열 찬성 시청자 전화... 상식적으로 납득 어려워요. 애초에 불친절 등으로 장사 안 돼서. 폐업 고민하던 차에 마침 트윗까지 겹쳤을 수는 있겠죠”라는 의견을 남겼다.
서 판사는 ‘100분 토론’ 패널로 참석한 곽동수 한국사이버대 교수의 “SNS는 놔두고 보이스피싱이나 먼저 단속해달라”는 발언에 공감을 표하며 “보이스피싱, 알바트윗이나 단속하라”고 촉구했다. 최근 트위터에는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똑같은 기사를 기계처럼 트윗하는 계정들과 조선일보 알바 트위터로 추정되는 계정들이 대거 등장해 네티즌들의 의구심을 자아내고 있다.
또 서 판사는 한 트위터러의 “트위터에 아주 폐해가 없는 건 아니지만, 쓰레기 만두 따위의 허위과장 보도로 사장을 자살까지 내몬 기존 언론에 비해서는 아무 것도 아니다”는 의견을 리트윗한 뒤 “트윗은 자정능력 있으나 조중동은 법원 판결 나와야 겨우 타율적 정정을 한다”는 멘션을 남겼다.
“트위터, 쫄지 않고 신속‧역동적이어서 좋다”
서 판사는 이날자로 보도된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내 글이 언론에 나간 뒤로 서기호가 누군지 알고 팔로어가 늘어나니까 당연히 신분도 밝히고 프로필도 수정하게 됐다”며 “사진도 밝은 모습으로 바꿨다. 훨씬 좋아 보인다더라.(웃음)”라고 밝혔다.
서 판사는 “그전에는 SNS를 자주하면 괜히 정치적인 것으로 오해받을 수 있지 않을까 해서 주저했다”며 “사실 <조선>이 이번 사건을 처음 보도할 때만 해도 ‘당하게 생겼구나’ 그랬는데… 방향이 좋게 흐르니까 자연스럽게 판사가 말할 수 있는 토대가 만들어진 것이다. <조선>의 덕분이다.(웃음)”라고 말했다.
또 트위터에 대해 서 판사는 “나를 격려, 지지해주는 존재, 힘을 얻게 하는 존재다”라며 “트위터는 한 편의 시같다. 쫄지 않고 신속하고 역동적이어서 좋다”고 예찬론을 펼쳤다. 그는 “140자의 짧은 글로 재치 있게, 촌철살인의 문구를 올리는 걸 보면 어쩌면 그렇게 재치 있고 가슴에 와닿는 멋진 문구를 짧고 굵게 만들어 내는지 감탄스럽다”며 “다들 시인 같다. 많이 배운다. 페이스북도 좋지만 마음과 마음을 연결하는 데는 트위터가 딱이다”고 트위터러들을 칭찬했다.
서 판사는 또 “최은배 판사는 굉장히 메시지가 강했기 때문에 상당히 많은 분들이 지켜줘야 한다는 생각으로 폭풍 팔로우했다”며 “그 다음에 이정렬 부장 판사(@thundel)에게도 관심이 쏠렸는데 나 같은 경우는 강렬한 메시지는 아니라서 조금 작다(웃음)”고 팔로워수 경쟁 욕심(?)도 내비췄다. 그는 “내 목표는 최은배 부장판사의 (팔로워) 3만이다. 아직도 배고프다. 내 콘텐츠가 훨씬 낫다.(웃음)”고 말했다.
<조선> 등 보수언론의 색깔론, 정치편향성 비난에 대해선 서 판사는 “일단 판사를 진보, 보수로 가르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며 “재판을 하는 입장에서는 정치적 입장이란 게 별 의미가 없고, 또한 고려해서도 안 되기 때문이다”고 반박했다. 그는 “그렇게 규정하는 언론 자체가 정치적 의도가 숨어 있다”며 “자기들은 우파 판사만 원한다는 거 아닌가”라고 꼬집었다.
또 서 판사는 “<조선> 은 2008년 8월 촛불재판을 맡았던 박재영 판사(현재 변호사)에게 ‘법복을 벗고 시위대에 합류하라’는 식의 비난을 했다”며 “자신들의 정치적 입장에 비추어 맘에 들지 않는 판사를 흔들어, 결국 사직하게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이번 최은배 판사 사건도 같은 경우라며 서 판사는 “이렇게 되면 판사로서 좀 더 신중했어야 했는데, 나의 실수로 동료판사들에게, 특히 법원 전체에 피해를 끼쳐 송구스럽다는 생각을 하게 되고, 결국 판사로서 자질이 부족한 것 같다는 죄책감에 시달리다가, 사직하도록 유도하는 측면이 있다”며 “이러니, 판사들은 ‘찍히지 않는 게 최선’이라는 인식을 갖게 된다”고 설명했다.
서 판사는 “하지만 보수언론의 판사 흔들기 수법에 수세적으로 당한 건, 박재영 판사가 사직한 2009년 2월을 마지막으로 끝이 났다고 본다”며 “그로부터 몇 달 후인 5월 촛불재판 사건 때 보수언론이 판사들을 그렇게 흔들어댔지만, 당사자들은 흔들리지 않았다”고 흐름을 밝혔다.
“그 이유는 다수의 판사들이 법원 내부게시판에 소신 발언을 쏟아내고, 마라톤회의 끝에 뜻을 모으면서, 판사들이 스스로 재판의 독립을 지켜가야 한다고 자각하기 시작했고, 판사들 사이에 연대감이 형성되었기 때문이다”며 서 판사는 “그래서 이후에 강기갑 의원 무죄 사건, 민주노동당 국회농성 당직자 공소기각 판결, 무죄 판결을 한 판사들도 보수언론의 공격에 흔들리지 않았고 최근까지 흐름이 이어진 것이다”고 달라진 흐름을 설명했다.
“<조선>이 공격하면 되레 그 판사 SNS 영향력 커져”
아울러 SNS의 대안언론 가능성과 관련 서 판사는 “지금은 주류언론 보도를 비주류언론이 받아쓰는 시대가 아니라, SNS와 인터넷 언론에서 확산되는 내용을 주류언론에서 받아쓰는 시대로 넘어가고 있다”며 “SNS를 통해서는 곧바로 반론이 가능하고, 연대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최 판사의 경우도, 트위터에서 팔로어 맺기가 유행처럼 번지면서, 3만 팔로어가 지지·격려를 보내준 덕에, 최 판사도 부담감을 덜 수 있게 되었다”며 “이제는 <조선>이 판사를 공격하면, 오히려 그 판사의 SNS 영향력이 확대되는 웃지 못할 사태가 발생한다”고 이번 사태를 분석했다.
서 판사는 “SNS라는 1인 미디어의 활성화는 조중동 등 주류언론의 영향력을 약화시키고 있다. 특히 40대 이하에서 두드러진다”며 “판사들도 더 이상 <조선>에 찍힐까 봐 조심할 것이 아니라, 1인 미디어를 통해 스스로 방어하고, 적극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판사들이 SNS를 적극 활용해야 할 필요성을 역설했다.
이와 함께 서 판사는 “쫄지 않고 할 말 하는 사람들이 있어 역사는 발전한다. 역사의 발전은 기득권을 위협하기에 기득권자들은 표현의 자유를 억압한다”며 “많은 사람들이 상식과 원칙이 통하는 세상을 원하고 있다. 그러나 그런 세상은 저절로 주어지지 않는다”고 시민들에게 충고했다.
그는 “앞으론 보수언론의 부당한 신상털기, 흠집내기식 보도에 대해 적극 대응할 것이다”며 “저는 더 이상 고립된 판사가 아니라, 많은 분들과 함께 있다. 쫄지 않고 할 말 하는 개념판사들의 역공이 시작되었다”고 의지를 밝혔다.
‘그러다 신상 털려 공격당하면 어떡하나’는 질문에 서 판사는 “나도 이미 두 차례 공격당했고…(웃음) 주변에 걱정하는 사람들이 있다. 털어서 먼지 안 나는 사람 없으니 조심하는 게 상책이라는 말도 듣는다”면서도 “하지만 나는 털면 털수록 아름다운 향기만 난다. (웃음) 이게 속칭 ‘깔때기’인가”라고 ‘나는 꼼수다’의 정봉주 전 의원이 자주 사용하는 발언을 활용해 답했다.
‘나꼼수 애청자냐’란 질문에 서 판사는 “노 코멘트.(웃음)”라고 답하고 “하여간 ‘쫄지마 정신’은 높이 산다. 여러분, 쫄지 맙시다!”라고 말했다.